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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밴(Ray-Ban), K-컬처를 품다

새로운 세대와의 연결 전략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규정짓는 힘은 이제 더 이상 서구에만 있지 않습니다. 음악, 패션, 드라마, 그리고 웹툰까지, 한국의 대중문화(K-컬처)는 이미 글로벌 유스 컬처의 핵심 축이 되었고,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 거대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아이웨어의 대명사 레이밴(Ray-Ban) 역시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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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Ban.EXE”: 웹툰과 디스토피아가 만난 문화 실험

레이밴은 최근 서울 성수동에서 새로운 캠페인 “Ray-Ban.EXE”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한국 웹툰의 시각 언어와 디스토피아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단편 필름과 함께 선보였는데, 이는 단순한 광고가 아닌 ‘문화적 내러티브’로 설계된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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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필름의 주인공은 개성을 지우는 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로봇 EV11. 그러나 레이밴의 시그니처 제품인 클럽마스터(Clubmaster)를 착용하면서 그는 인간으로 변모하고, 억눌린 자아와 창조성이 해방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즉, 레이밴은 단순한 아이웨어 브랜드가 아니라 ‘정체성 회복’과 ‘창조적 자유’의 매개체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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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K-컬처의 글로벌 무대

캠페인 공개 장소로 선택된 서울 성수동은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불릴 만큼 트렌디한 문화 허브입니다. 창고형 카페, 독립 브랜드 편집숍, 예술 공간들이 집결한 이 지역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쿨함’을 전시하는 대표적 무대가 되었습니다. 레이밴이 첫 팝업 공간을 성수동에 마련한 것도 단순한 로컬 이벤트가 아니라, K-컬처의 심장부에서 글로벌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읽힙니다.


Z세대를 겨냥한 글로벌 브랜드 리포지셔닝

이번 캠페인의 핵심 타깃은 명확합니다. 바로 Gen Z. 이 세대는 K-팝, K-드라마, 웹툰을 통해 형성된 글로벌 문화 코드에 깊이 물들어 있으며, 개성과 자기 표현을 브랜드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레이밴은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문화적 브랜드로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포지셔닝은 올해 초 힙합 아티스트 에이셉 라키(A$AP Rocky)를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한 행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즉, 레이밴은 음악·패션·예술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크로스컬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죠.


테크놀로지와 K-컬처의 교차점

레이밴은 단순히 전통적인 패션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있습니다. 메타(Meta)와 협업해 선보인 스마트 글래스는 AI 기능을 탑재해 사진·영상 촬영, 음악 감상, 통화와 문자까지 가능하게 하며 웨어러블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K-컬처 캠페인을 결합하면서, 레이밴은 “테크와 문화의 교차점”에 선 브랜드라는 차별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인사이트: 왜 K-컬처인가?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대중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유행’ 때문이 아닙니다. K-컬처는 전 세계 MZ세대가 공유하는 글로벌 언어(Global Language)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BTS, 패션은 블랙핑크, 뷰티는 K-스킨케어, 이제 웹툰과 성수동까지—이 모든 요소는 Z세대의 정체성과 소비 행동을 동시에 규정합니다.

레이밴의 이번 캠페인은 ‘쿨한 이미지 차용’을 넘어, 브랜드가 세대의 정체성을 지지하고 문화적 대화에 참여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광고가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적 경험(Cultural Experience)입니다.


레이밴의 “Ray-Ban.EXE”는 K-컬처의 영향력을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소비하지 않고,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세대 정체성의 내러티브 속에 녹여낸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성수동이라는 무대를 통한 글로벌 메시지, 웹툰적 비주얼과 디스토피아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Gen Z의 자기 표현 욕구와 결합한 전략은 레이밴을 다시금 ‘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K-컬처를 단순히 차용하는 단계를 넘어, 정체성·자유·창조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해갈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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