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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Just Do It’의 새로운 변화

Why Do It

37년간 나이키(Nike)를 상징해 온 문구, “Just Do It”이 변화를 맞았다. 이제 나이키는 “Why Do It”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재해석하고 있다. 단순히 몇 단어를 바꾼 것 같지만, 이는 단순한 카피 변경이 아닌 시대적 맥락을 반영한 브랜드 전략의 진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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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슬로건의 탄생

1988년, Wieden+Kennedy의 공동창립자 댄 와이든(Dan Wieden)은 나이키 광고 캠페인을 준비하며 고민에 빠졌다. 여러 팀이 만든 광고는 각각 훌륭했지만, 하나의 큰 메시지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는 캠페인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때 떠올린 것은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1977년, 살인범 게리 길모어(Gary Gilmore)는 사형 집행 직전 “Let’s do it”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와이든은 이 문장에서 ‘do it’이라는 단어에 주목했고, 이를 “Just Do It”으로 다듬어 나이키의 새로운 슬로건으로 제안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성공이었다. 2018년 조사에서 전 세계 소비자의 82.3%가 이 문구를 기억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Just Do It”은 스포츠와 도전 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불편한 진실, 그러나 압도적인 성공

하지만 이 기원은 지금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이키는 당시 슬로건의 배경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창업자 필 나이트는 처음에 “우리에겐 이런 게 필요 없다(We don’t need that shit)”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와이든은 “나를 믿어달라(Just trust me on this one)”고 밀어붙였고, 결국 이 카피는 브랜드의 역사를 바꾸었다.


여기에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기업의 대표 슬로건이나 심벌은 때로는 불편한 출발점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브랜드 철학과 맞물리게 해석하느냐가 더 큰 성공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브랜드와 그림자의 공존

많은 기업들은 역사 속에서 숨기고 싶은 ‘그림자’를 안고 있다. 나이키의 경우 “Just Do It”의 어두운 기원을 드러내지 않고도 이를 도전과 성취의 언어로 재해석해내는 데 성공했다. 업계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오늘날의 리더들은 과거의 책임을 직접 지지 않더라도 그 유산이 만들어낸 성과를 이어받는다. 나이키 역시 이 슬로건을 통해 막대한 브랜드 자산을 쌓아올린 것이다.


‘Why Do It’: 행동에서 질문으로

이번 변화의 핵심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다. 밀레니얼과 Z세대, 나아가 알파세대는 단순히 “무조건 행동하라”는 메시지보다,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더 깊은 의미를 둔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제시하는 행동의 이유와 사회적 의미를 요구한다.

따라서 “Just Do It”이 20세기 말의 도전 정신을 대변했다면, “Why Do It”은 21세기 중반을 살아가는 세대에게 자기 성찰과 의미 중심의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된다. 이는 나이키가 여전히 시대정신과 발맞추며, 브랜드 철학을 유연하게 진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랜드 슬로건은 시대의 거울

“Just Do It”은 우연히 탄생했지만, 나이키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Why Do It”은 그 자산 위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브랜드는 시대의 거울이다. 때로는 어두운 기원조차 시대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며, 새로운 가치와 의미로 전환된다.

나이키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카피 교체가 아니다. 이는 행동의 이유를 묻는 시대정신에 맞춘, 브랜드 철학의 성숙한 진화이자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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