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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밸류에이션, 정말 헛소리 일까?

투자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AI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최근 AI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을 두고 “말도 안 된다(Bonkers)”는 반응과 “충분히 정당화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버블 현상이 아니라, 과거 PC 소프트웨어·인터넷·모바일 혁신 시기와 닮은 새로운 투자 사이클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AI 밸류에이션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며, 투자자에게 어떤 전략적 시사점을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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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이렇게 ‘Bonkers’한 환경이 만들어졌나

FOMO(놓치기 두려움): 많은 투자자들이 2020~22년 동안 크립토에 몰두하다 AI 초기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제는 모든 VC와 LP가 “AI 포트폴리오”를 보유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자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자본 유입의 자기증폭: 큰 금액이 흘러들수록 밸류에이션은 오르고, 언론의 AI ‘하이프’가 이를 다시 강화합니다.

섹터 전방위 확산: 파운데이션 모델, 애플리케이션, 로보틱스, 헬스케어, ERP 등 전 분야에서 AI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밸류에이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2. 과거와 비교한 AI 사이클

PC 소프트웨어(1980s): 수천 개의 스타트업 중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가 승자독식.

인터넷(1990s): 구글·아마존이 ‘메가 밸류’를 흡수.

모바일(2007 이후):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등 초대형 유니콘이 등장.

공통점은 대다수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메가코른(Megacorn)’이 전체 수익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입니다. AI도 마찬가지로 95% 이상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겠지만, 단 몇 개의 알파 독(Alpha Dog) 승자가 모든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3. 현재 AI 밸류에이션의 특징

자본 집중화: 파운데이션 모델, 인프라(컴퓨트), 디펜스, 휴머노이드 로보틱스가 가장 큰 라운드를 차지하며 IPO 수준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기록.

섹터 클러스터: 헬스케어, 코딩, 엔터프라이즈 검색 영역에서도 유니콘·데카콘이 밀집. 다만 이들은 IPO나 M&A에서 현재 밸류에이션을 방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큼.

Seed 단계도 수억 달러: 미국·유럽 주요 AI 스타트업(Anthropic, Cohere, Mistral, Perplexity, Runway, Eleven Labs 등)이 이미 초기 단계부터 수십억 달러 가치 평가를 받고 있음.


4. 투자자 관점에서의 리스크와 체크포인트

DPI vs TVPI:

DPI(Distributions to Paid-In): 실제 현금화된 수익. ‘진짜 수익’이자 LP들이 가장 중시하는 지표.

TVPI(Total Value to Paid-In): 평가상 가치까지 포함한 총 수익률. 밸류에이션 거품이 심할수록 허상에 가깝다.
→ 최근 2년간 LP들은 “DPI 중심”으로 이동, 실제 수익을 요구.

후기 투자 리스크: 일반적으로 후기 투자는 실패 확률이 낮아 안정적이지만, AI에서는 이 공식이 깨질 수 있음. 초기부터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이 뒷단 투자 성과를 잠식할 수 있기 때문.

파워로 법칙(Power Law): VC 수익은 항상 극소수 투자에서 나온다. AI는 그 편차가 더 클 수 있으며, 따라서 “극단적으로 선별적”이어야 한다.


5. 투자 전략 인사이트

무조건 ‘싼 주식 찾기’는 실패한다: AI는 이미 고평가된 상태에서 시작하므로 ‘저가 매수’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무차별 투자’ 역시 실패한다: 모든 고평가 스타트업에 돈을 푸는 방식은 5~7년 내 DPI에서 적나라하게 실패가 드러날 것.

핵심은 선택적 과감함: 밸류에이션이 높더라도 장기적으로 ‘메가코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베팅할 가치가 있음. 중요한 것은 “얼마에 투자했느냐”보다 “얼마의 배수를 실현했느냐”이다.


버블일까, 기회일까?

AI 밸류에이션은 분명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AI가 불러올 경제·산업·사회 전반의 대전환을 반영하는 과도기적 현상입니다. 대부분의 투자는 실패하겠지만, 소수의 승자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법적 부(wealth creation)를 창출할 것입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단순히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누가 차세대 알파 독이 될지 가려내는 안목과 용기입니다. 결국 AI 투자의 본질은 “Bonkers”를 넘어 “Power Law Reality”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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