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시대’는 이제 엔비디아가 다시 쓰고 있다
13년 연속, 애플이 또다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2025년 Best Global Brands 리스트에서, AI 칩 제국 엔비디아(Nvidia)가 역대급 상승세로 브랜드 순위의 질서를 흔들었다.
올해 글로벌 톱 100 브랜드의 총합 가치는 3조 6천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 상승했다. 상위권의 이름은 익숙하다.
1위 애플, 2위 마이크로소프트, 3위 아마존, 4위 구글, 5위 삼성.
이 ‘빅5’는 여전히 글로벌 시장의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시장의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블랙록(BlackRock), 부킹닷컴(Booking.com), 유니클로(Uniqlo) 등 신규 진입 브랜드 12개가 등장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불과 1년 만에 브랜드 가치가 116% 상승, 36위에서 15위로 급등했다. 이는 인터브랜드 역사상 최대 상승폭이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생태계의 완전한 장악력’과 ‘탁월한 제품 브랜딩’이 있었다.
AI 혁명 속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인공지능 산업의 엔진이 되었다. 오픈AI, 구글, 메타 등 거대 AI 기업들이 모두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면서, 브랜드는 “AI의 심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디렉터 Greg Silverman은 이렇게 경고한다.
“스케일은 브랜드 전략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은 장기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있다.”
즉,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 있는지가 엔비디아의 다음 관건이다.
흥미롭게도 오픈AI나 Anthropic 같은 AI 스타트업은 아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아직 소비자 중심의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 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가 ‘B2B 기술 브랜드’에서 ‘대중의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는 반면,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여전히 기술 내러티브에 머물러 있다.
한편, 나이키는 14위에서 23위로 급락하며 브랜드 가치가 26% 감소했다. 테슬라도 35% 하락하며 25위로 밀려났다.
두 브랜드 모두 과거엔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성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나이키는 ‘브랜드 아이콘 중심’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전략적 리셋을 추진 중이다.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변화는 인스타그램의 약진이다. 브랜드 가치가 27%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8위에 진입했다.
이는 ‘소셜이 곧 미디어’가 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인스타그램은 이제 개인 브랜드와 상업 콘텐츠의 중심 허브가 되었다.
2025년 인터브랜드 순위는 단순히 ‘기업의 크기’를 보여주는 표가 아니다.
이 리스트는 미래의 브랜드 경쟁이 기술 중심에서 서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애플이 ‘경험의 제국’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생태계의 제국’을 구축했다면,
엔비디아는 이제 ‘AI의 감정’을 설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기술이 브랜드를 만들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브랜드가 기술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 서막을 연 주인공이 바로, 엔비디아다.
Interbrand Best Global Brands 2025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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