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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 리앙과 함께 재해석한 ‘모던 걸후드’ 감성

갭(Gap)의 리브랜딩 공식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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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상상력이 브랜드의 무드보드가 되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갭(Gap)이 뉴욕 디자이너 샌디 리앙(Sandy Liang)과 손잡고 ‘소녀시대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0월 10일 출시된 한정판 컬렉션 Gap x Sandy Liang은 여성과 아동 라인을 아우르며, 갭 특유의 클래식한 실루엣에 리앙의 하이퍼 페미닌(hyper-feminine) 감성을 더했다. 주름 데님 미니스커트, 퍼 크롭 데님 재킷, 리본 후드티 같은 아이템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소녀의 상상력’을 시각화한 듯한 세계관을 구현한다.

이번 캠페인의 하이라이트는 갭 최초의 애니메이션 필름이다.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LES)를 배경으로, 리앙의 어린 시절이 마법 같은 클로짓을 통해 패션의 꿈으로 피어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영상 속 레스토랑은 실제 리앙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Congee Village’로, 개인의 추억이 브랜드의 서사로 확장되는 감성적 연결을 만들어낸다.

갭의 글로벌 CMO 파비올라 토레스(Fabiola Torres)는 “이 애니메이션은 밀레니얼 세대가 익숙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며, “갭은 늘 다른 시대의 향수를 현대적 감각과 결합해왔다”고 설명한다.

https://www.youtube.com/shorts/IhWwcuxDtJ4

‘밀레니얼 맘’과 ‘Z세대’를 동시에 잡는 교차 세대 브랜딩

이번 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 때문만이 아니다. 갭이 브랜드 감성을 재정비하고, 세대 간 다리를 놓는 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샌디 리앙은 갭의 팬이자 동시에 ‘밀레니얼 엄마’로, 자신의 어린 시절 향수를 반영하면서도 젊은 세대와의 정서를 공유한다. 토레스는 이를 “자신감, 창의성, 개성이라는 두 세계의 충돌이자 조화”라고 표현했다.

갭은 최근 몇 년간 정체된 매출과 브랜드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적 리 relevance(관련성)’ 회복에 집중해왔다. 2023년 마텔 출신 리처드 딕슨(Richard Dickson)이 갭 인크 CEO로 부임하며 본격적인 마케팅 리셋이 시작됐고, 2024년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크 포젠(Zac Posen)과 CMO 파비올라 토레스가 합류했다.

이후 갭은 전통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대 간 대화형 브랜드로 변모하고 있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부터 Z세대 아티스트 트로이 시반, 틱톡에서 인기를 얻는 뮤지션 타일라(Tyla)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며,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아닌 ‘친구처럼 다가가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고 토레스는 강조했다.


협업이 만들어내는 ‘Relevance Economy’

갭은 최근 협업을 통한 리브랜딩 전략을 공격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여행 가방 브랜드 Béis, 패션 커뮤니티 Harlem’s Fashion Row, 캘리포니아 기반의 여성복 브랜드 Dôen, 젠지 감성 브랜드 Madhappy, 스트리트 브랜드 Palace 등과 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브랜드가 다시 ‘문화적 대화’의 중심에 서기 위한 방법이다. 토레스는 “협업은 브랜드에 불꽃을 붙인다. 단순히 판매뿐 아니라 존재의 이유와 정체성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갭은 협업을 통해 브랜드 유산(heritage)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각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성 접점’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향수를 전략으로, 감성을 매개로

갭의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향수’를 전략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90~2000년대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고, Z세대에게는 ‘새로운 빈티지(New Vintage)’ 감각으로 다가간다.

샌디 리앙의 핑크빛 리본과 갭의 인디고 데님이 만나 탄생한 이번 협업은, 브랜드가 어떻게 “과거의 정체성을 자산으로 삼아 미래의 세대와 연결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시다.


브랜드에게 남는 질문

갭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5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거의 정체 상태(37.2억 달러 → 37.3억 달러)였지만,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문화적 재도약의 신호탄은 분명하다.
다만 앞으로의 관건은, 감성적 브랜딩이 얼마나 실질적인 구매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다.

갭은 이제 단순한 ‘옷 브랜드’가 아니라, 세대와 감성, 향수를 연결하는 ‘이야기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 샌디 리앙과의 협업은 그 첫 번째 장이자, 브랜드가 ‘문화적 회복(Cultural Comeback)’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갭은 이제 다시 ‘쿨함’의 정의를 바꾸려 한다. 그들의 무기는 ‘트렌드’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감성의 언어다. 샌디 리앙과의 협업은 그 감성을 시각화한 첫 문장이다. 그리고 그 문장은, “브랜드도 사람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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