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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보다 경험’

키즈 패션 브랜드가 예산에 민감한 부모를 사로잡는 법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경기 침체기, ‘가치 중심 소비’를 노리는 키즈 브랜드의 전략

2025년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키즈 의류 시장이 치열한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PwC의 연말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들은 지난해보다 평균 5% 적은 1인당 1,552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옷’만큼은 여전히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어도비(Adobe)는 올해 의류 카테고리 매출이 4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전자제품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부모들은 “선물 시즌”을 자녀의 옷장을 교체할 절호의 타이밍으로 삼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키즈 브랜드들은 단순한 할인 경쟁을 넘어, ‘가치(Value)’와 ‘경험(Experience)’ 중심의 마케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 브랜드는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을, 신생 D2C 브랜드는 충성 고객 리워드와 실용적 디자인으로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1. Legacy 브랜드의 반격 — 카터스(Carter’s)의 경험 중심 리테일 실험

160년 역사의 아동복 브랜드 카터스(Carter’s) 는 올해 홀리데이 시즌을 ‘리테일 리셋’의 기회로 삼았다. 팬데믹 이후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단순한 가격 경쟁 대신 ‘매장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카터스는 6개 주요 시장(조지아, 일리노이, 텍사스, 매사추세츠, 뉴저지, 캘리포니아)에 ‘Carter’s Style Store’ 라는 새로운 콘셉트 매장을 론칭했다.
이곳에서는 오가닉 라인 ‘Little Planet’ 과 신제품 브랜드 ‘Otter Avenue’ 를 가장 먼저 선보이며, 매주 ‘이니셜 자수 이벤트’,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DIY Days with KiwiCo’ 라는 부모·자녀 참여형 공예 워크숍을 운영한다.

카터스의 리테일·디지털 총괄 임원 앨리슨 피터슨(Alison Peterson)은 이렇게 설명한다.

“거래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구매 확신’을 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충성도가 생깁니다.”

또한 카터스는 아마존 프라임 빅딜 데이(10월) 를 시작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프리뷰(60% 할인), 사이버위크, 오시코시 130주년 기념 이벤트까지 연속적인 세일 타임라인을 구축했다.

이는 예산이 빠듯한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딜을 놓치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심감을 제공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2. D2C 브랜드의 가치 제안 — 프라이머리(Primary)의 ‘1년 무료배송’ 모델

10년 차 키즈 브랜드 Primary 는 ‘가격보다 신뢰’로 성장해왔다. 연 매출 6천만 달러 규모의 이 브랜드는, 매년 사이버위크 기간 동안 ‘1년 무료배송’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25달러 이상 구매 시 남은 연도 동안 모든 주문에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이 이벤트는, 단순한 비용 절감 혜택을 넘어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상징적인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공동 창립자 크리스티나 카보넬(Christina Carbonell)은 이렇게 말한다.

“이 이벤트는 고객과의 약속 같은 존재입니다. 매년 기다리는 전통이 됐고, 결과적으로 충성 고객의 재구매율을 끌어올립니다.”

실제로 이 프로모션은 사이버위크 기간 매출 2.5배 상승, 참여 고객의 재구매율 35~60% 증가라는 실질적 성과를 냈다. 카보넬은 이를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본다. ‘지속적인 관계 구축’이 장기적인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확신이다.


3. 신생 브랜드의 감성 마케팅 — 모텟(Motette)의 ‘내적 친밀도’ 전략

인스타그램 기반의 신흥 아동복 브랜드 모텟(Motette) 은 ‘가까운 관계성’을 무기로 삼는다. 브랜드 창립자 사만다 골드(Samantha Gold)는 인스타그램 Close Friends 기능을 활용해 충성 고객 전용 클럽 ‘Inner Circle’ 을 운영 중이다.

이 회원들은 일반 세일보다 더 높은 혜택을 받는다. 예를 들어, 홀리데이 시즌 동안 일반 고객에게는 ‘1+1 반값 할인’을 제공하지만, Inner Circle 회원은 엄마용 파자마를 구매하면 아이용 세트를 무료 증정받는다(44달러 상당).

또한, 모텟은 “시즌이 지나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강조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산타 이미지를 배제하고, ‘홀리 트렐리스(Holly Trellis)’, ‘석류 체인’, ‘에버그린 스트라이프’ 같은 세련된 패턴을 선보였다.

“한 시즌이 지나면 버려지는 옷이 아니라, 사계절 입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가치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비시즌 디자인 전략’ 은 브랜드가 투자한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에게도 ‘실용적 구매 만족감’을 준다.


4. 새로운 부모 세대, 새로운 쇼핑 공식

Z세대가 부모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카터스의 조사에 따르면, 예비 부모의 2/3가 Z세대이며 그 중 80%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들은 단순 구매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경험’을 소비한다.

따라서 브랜드는 이제 “할인”보다 ‘체험’, ‘참여’, ‘스토리’ 를 판다.

Primary 는 무료배송이라는 혜택을 ‘장기적 관계의 약속’으로,

Motette 는 인스타그램 ‘친밀감’을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Carter’s 는 ‘DIY 리테일’을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이 모든 전략의 공통점은 “거래에서 관계로”의 전환이다.
불확실한 경기 속에서도 부모들은 자녀에게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싶어 한다. 그 가치를 느끼게 하는 브랜드만이 선택받는다.


키즈 브랜드가 배워야 할 3가지 교훈

1. 단기 할인보다 장기 관계 구축이 ROI를 높인다.

→ 무료배송, VIP 혜택, 멤버십 등 ‘반복 접점’을 만들어라.

2. Z세대 부모는 체험을 원한다.
→ 오프라인 이벤트,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공예 클래스 등 ‘참여형 리테일’을 강화하라.

3. 비시즌 디자인은 지속 가능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는다.
→ 시즌성 이미지를 줄이고, 스타일과 기능성을 강조하라.


‘가치’는 새로운 럭셔리다

2025년 키즈 패션 시장의 승자는 가장 큰 할인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가격’보다 ‘가치’, ‘상품’보다 ‘경험’, 그리고 ‘단발 이벤트’보다 ‘지속적 관계’.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올해 홀리데이 시즌, 그리고 다음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성장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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