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미래가 불투명한 지금 광고비를 더 요구하는 이유
미국 내 미래가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도, 틱톡(TikTok)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나아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광고대행사(agency)들은 틱톡으로부터 “전년 대비 최소 25% 이상의 광고비 증가”를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건을 채우면 미디어 크레딧(광고 리워드)을 제공하지만,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모든 인센티브가 사라진다.
“틱톡은 매우 공격적인 플랫폼이에요. 그들의 세일즈 목표는 아주 명확하죠.”
한 글로벌 미디어 에이전시 임원의 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왜 틱톡은 오히려 광고주들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을까?
현재 미국 정부는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에 미국 사업부 분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오라클(Oracle)’ 중심의 새로운 법인, 이른바 “TikTok America” 구상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하지만 틱톡의 세일즈 조직은 기다리지 않는다.
미·중 간 데이터 주권 논쟁이 격화되는 동안에도, 틱톡은 AI 기반 광고 자동화(Smart+) 와 커머스 기능 강화(TikTok Shop) 를 앞세워 광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한 미디어 바이어는 “정치적 혼란과 상관없이 25~35% 성장을 요구한다. 그 압박은 이전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결국 틱톡은 ‘정치 리스크 속 매출 방어’ 를 위해, 플랫폼 내부의 광고 수익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틱톡의 최근 변화 중 주목할 부분은 인센티브 운영 방식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협상 여지가 있었던 크레딧 제도가, 이제는 목표 달성률 100% 미만 시 전액 회수로 바뀌었다.
이 결정권 또한 미국이 아닌 싱가포르 본사로 이관되었다.
이는 올 3월,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 블레이크 챈들리(Blake Chandlee)가 사임하고, 싱가포르의 윌 리우(Will Liu)가 광고 및 커머스 수익을 총괄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즉, 틱톡의 영업 의사결정이 이미 “아시아 중심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 때문에 미국 내 광고주와 에이전시들은 “향후 ‘틱톡 아메리카’ 체제가 출범한다면, 지역 단위 의사결정이 다시 현지로 돌아올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뉴욕 애드버타이징 위크(Advertising Week)에서 틱톡은 인스타카트(Instacart)와의 새로운 제휴를 발표하며,
자사 커머스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들은 속으로 ‘플랜 B’를 이미 준비 중이다.
만약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분리 매각하게 된다면, “틱톡 아메리카”라는 완전히 새로운 앱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장 큰 변수는 ‘데이터 이전’이다.
픽셀, 타깃 오디언스, 캠페인 로그가 새 플랫폼으로 이관되지 않는다면,
마케터들은 광고 셋업부터 성과 데이터까지 ‘제로 베이스’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 미디어 바이어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사실상 새 앱이에요. 새 픽셀, 새 세팅, 새 알고리즘. 모든 걸 다시 짜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AI가 마케팅 전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Triple Whale, MikMak 등 AI 마케팅 분석 플랫폼들은 현재 브랜드들이 “AI를 통해 틱톡 리스크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틱톡이 완전히 셧다운될 경우의 전환 손실 예측
오라클 주도의 신규 플랫폼으로 이관될 경우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손실
Q4(4분기) 캠페인 ROI 변화
등을 생성형 AI 모델로 시나리오화하는 것이다.
이는 “틱톡이 바뀌어도, 의사결정의 속도와 데이터 기반 전략만큼은 멈추지 않겠다”는 마케터들의 대응 전략을 보여준다.
틱톡이 이처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출 확대를 강행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플랫폼은 불확실할 수 있지만, 광고 시장의 성장 동력은 멈추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 이 상황은 “의존도 리스크”를 명확히 드러낸다.
하나의 플랫폼에 예산을 과도하게 몰아넣는 전략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특히 다음 세 가지 관점이 중요하다.
첫째, 예산 다변화(Diversification) 다.
하나의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 아마존 DSP 등 다양한 채널로 미디어 믹스를 분산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예산 분배를 넘어, 플랫폼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안전장치가 된다.
둘째, 자동화 역량 강화(Automation Readiness) 다.
AI 기반 광고 자동화 도구와 예측 모델링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제작, 예산 최적화, 성과 시뮬레이션은 앞으로의 필수 역량이 될 것이다.
셋째, 데이터 주권 확보(Data Ownership) 다.
플랫폼이 변하더라도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는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틱톡이나 메타 같은 외부 플랫폼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사 퍼스트파티 데이터와 픽셀 인프라를 독립적으로 구축·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데이터를 직접 소유한 브랜드’가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틱톡의 공격적 세일즈 전략은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 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정치가 플랫폼의 구조를 바꾸더라도, 데이터와 기술로 움직이는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틱톡 시대’의 끝이 아니라, ‘다채널·AI 기반 시대’의 시작이다.
불확실성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적 분기점이다.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믿을 플랫폼’이 아니라 ‘적응하는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