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 AI 인수전의 새로운 변수
AI 시장의 두 강자가 다시 한 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오픈AI(OpenAI)가 지난 16개월간 약 64억 달러 규모의 주식으로 세 곳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가는 동안, 그보다 ‘작은’ 경쟁자였던 앤트로픽(Anthropic)은 조용히 연구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침묵이 끝나가고 있다.
최근 기업가치 1,700억 달러로 평가받은 앤트로픽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투자은행 관계자들과의 논의에서 앤트로픽은 “AI 모델과 제품, 그리고 그 기반 기술을 강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주요 인수 타깃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자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Claude’ 시리즈를 통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장했다. Claude API를 통해 기업 고객에게 AI 기능을 제공하며, 개발자용 코드 어시스턴트 분야에서 탄탄한 매출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앤트로픽의 월 매출은 약 4억 달러 규모로, 수익 대부분이 코드 중심 서비스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번 인수 전략의 핵심은 ‘AI를 코드 밖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앤트로픽은 코드 분석, 버그 테스트, 소프트웨어 설계 등 개발자의 워크플로우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으로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헬스케어·금융·사이버보안 등 산업별 특화 AI 제품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앤트로픽의 변화는 인적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5월부터 합류한 CFO 크리슈나 라오(Krishna Rao)는 팬애틱스(Fanatics) 출신으로, 이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출신 앤드류 즐로토(Andrew Zloto)를 인수총괄로 영입하며 기업개발팀(Corporate Development Team) 을 신설했다.
그 뒤를 이어 IVP 출신의 제임스 블랙(James Black), 모건스탠리 출신의 뷰 부이(Vu Bui) 등 전직 투자은행·VC 출신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작은 규모의 인수”를 선호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거래 규모는 5억 달러 이하의 ‘전략적 기술 인수(Strategic Bolt-on)’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오픈AI의 대규모 ‘주식 기반 인수(OpenAI-style Stock Deals)’ 전략과는 대조적이다. 오픈AI가 아이오(io)·스탯시그(Statsig)·록셋(Rockset) 등을 각각 수억~수십억 달러 규모로 인수하며 생태계를 확장한 반면, 앤트로픽은 더 정교하고 기술 중심의 M&A 접근법을 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AI 스타트업 간 인수 경쟁은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인재 전쟁(War for Talent) 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오픈AI가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데이터 분석 기업을 흡수하며 내부 기술 생태계를 수직 통합하는 동안, 앤트로픽은 휴먼루프(Humanloop) 공동창업자 및 인력을 통째로 영입하며 ‘조용한 인수(hiring acquisition)’를 진행했다.
이번 움직임은 앤트로픽이 본격적인 AI 기업으로서의 성숙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연구 중심 스타트업이 아닌, 기술과 인재를 전략적으로 흡수하며 산업 생태계의 구조를 재편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신호다.
AI 산업의 경쟁은 결국 누가 더 빨리 다음 혁신의 루프를 완성하느냐의 싸움이다.
앤트로픽의 인수 행보는 단순히 기술 확보가 아니라,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간 단축 전략(Time Compression Strategy)’으로 해석된다.
OpenAI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AI-OS(Operating System)’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Anthropic은 정밀한 기술 흡수를 통해 ‘AI Stack의 고도화’를 노린다.
다시 말해, 앤트로픽의 다음 인수는 단순한 기업결합이 아니라 “AI 산업의 밸류체인 설계도”를 바꾸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Anthropic은 더 이상 ‘OpenAI의 조용한 동생’이 아니다.
인재, 기술, 자본을 모두 갖춘 지금, 이들은 AI 산업의 새로운 형태의 인수 전략—작지만 정밀한 혁신의 조립—을 준비 중이다.
다가올 AI 인수전의 판도는, 거대한 자본보다 ‘정확한 속도’를 가진 플레이어가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