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가 바꾼 판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의 ‘로드 스킨(Rhode Skin)’이 세포라(Sephora)에 입점한 지 단 2일 만에 매출 1,0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기록했다. 론칭 당일, 세포라 매출의 35%를 차지하며 초유의 성적을 올린 이 브랜드는 ‘셀럽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하지만 이 성공은 단순히 한 브랜드의 히트 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Rhode는 지금, 뷰티 산업의 전략·유통·소비 구조 전반을 재정의하고 있다.
다음은 Rhode가 세포라 입점 이후 단 한 달 만에 만들어낸 ‘5가지 산업 변화’에 대한 심층 분석이다.
그동안 뷰티 산업의 인수·투자 공식은 명확했다.
① DTC(직접판매) 성공 → ② 해외 시장 진출 → ③ 히어로 제품 확립 → ④ 리테일 입점 후 인수.
그러나 Rhode는 이 ‘성장 플레이라인’을 완전히 무시했다.
세포라 입점 전, 해외 시장도 없었고 제품 라인업도 3개뿐이었다.
그런데도 2024년 5월, E.l.f. Beauty에 10억 달러에 인수되며 업계의 기준선을 다시 썼다.
Insight:
이제 브랜드는 ‘모든 걸 완성해야 팔린다’는 시대가 아니다.
커뮤니티와 브랜드 퍼셉션(Brand Perception)이 곧 기업 가치가 된다.
Rhode는 팬덤과 셀럽 파워가 결합된 ‘커뮤니티 브랜드’로서,
전통적인 투자 지표보다 문화적 영향력을 먼저 증명했다.
Rhode가 세포라에서 배치된 방식은 기존 뷰티 유통의 상식을 깼다.
보통 스킨케어, 메이크업, 프래그런스가 별도 구역에 나뉘어 있었지만,
세포라는 Rhode의 모든 라인을 하나의 브랜드존으로 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진열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Gen Z 소비자의 ‘브랜드 중심 쇼핑 행태’에 대한 반응이다.
이들은 ‘제품’이 아니라 ‘세계관’을 산다.
Rhode의 보습크림과 틴트, 립밤은 하나의 aesthetic— ‘Glazed Donut Skin’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묶여 있다.
Insight:
앞으로 세포라, 올타(Ulta), 블루밍데일즈 같은 뷰티 리테일러들은 ‘제품 카테고리별 분류’ 대신 브랜드 세계관별 큐레이션 존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Rhode의 또 하나의 혁신은 가격 포지셔닝이다.
Rare Beauty보다 $2 저렴
Summer Fridays보다 $14 저렴
Kosas보다 $5 저렴
그럼에도 품질은 프레스티지 급이다.
이 ‘Accessible Luxury (접근 가능한 럭셔리)’ 전략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소비자의 심리적 프리미엄 욕구를 충족시킨다.
“Rhode는 매스티지(masstige)가 아니라, 진짜 프레스티지를 ‘합리적 가격’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 Kimber Maderazzo, 전 로레알 임원
Insight:
이는 세포라-울타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Rhode의 존재는 프레스티지 리테일러가 가격의 유연성을 확보하게 만들며, 소비자 인식 속 ‘명품-대중 브랜드’ 경계 자체를 허문다.
Mintel 리서치에 따르면 Z세대는 여전히 메이크업을 많이 소비하지만, 그 목적은 ‘커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광’을 내기 위함이다.
Rhode의 성공은 바로 이 하이브리드 뷰티 트렌드에 기반한다.
스킨케어 성분 + 컬러 화장품 + 미니멀한 루틴 = Rhode의 시그니처 공식
Hailey Bieber가 직접 보여준 ‘glazed donut skin’ 루틴은 하루에 수천만 번 이상 검색되고, SNS 해시태그로 하나의 뷰티언어가 됐다.
Insight:
메이크업이 ‘보정’에서 ‘표현’으로 진화하면서, 브랜드는 이제 제품이 아닌 피부 철학을 파는 시대에 들어섰다.
‘Hybrid Aesthetic’은 앞으로 뷰티 시장의 핵심 경쟁축이 된다.
세포라의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Rhode가 입점한 이후 매출 점유율을 잃은 브랜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Rare Beauty, Summer Fridays, Glow Recipe 등 비슷한 타깃을 겨냥한 브랜드들이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E.l.f.의 글로벌 공급망과 유통망을 활용해 Rhode는 빠르게 신규 카테고리 확장을 준비 중이다.
Kylie Cosmetics의 급성장 모델을 연상시키지만, 그보다 더 지속 가능하고 구조화된 성장 모델이라는 점이 다르다.
Insight:
앞으로 6개월 내, 세포라 내 중간단가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Rhode 중심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Rhode는 단순한 ‘입점 브랜드’가 아니라 세포라의 소비자 경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헤일리 비버는 단지 유명인의 이름값으로 브랜드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녀는 브랜드 커뮤니티, 가격 전략, 유통 모델, 제품 철학— 모든 변수를 하나의 일관된 문화 서사로 엮었다.
Rhode의 세포라 성공은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다.
“뷰티 산업의 중심축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정체성’이다.”
결국, Rhode의 성공은 하이퍼 마케팅이 아니라 하이퍼 일관성이다.
브랜드의 본질이 명확할 때—세포라 같은 글로벌 리테일의 문은 자연히 열린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키워드는, 더 이상 ‘럭셔리’가 아니라 ‘공감 가능한 럭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