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 사이러스와 함께한 110년 브랜드의 새로운 목소리
1991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Maybe it’s Maybelline.”
이 짧은 문구는 단순한 광고 카피를 넘어, 미국 뷰티 산업의 상징이자 대중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그 후 30년이 지난 2024년, 메이블린은 다시 이 전설적인 슬로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강렬한 목소리의 주인공,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가 그 중심에 섰다.
미국 메이블린 사장 야스민 다스트말치(Yasmin Dastmalchi)는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메이블린의 상징적 유산을 현대 문화와 다시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지금 세대의 감성에 맞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다.
메이블린은 사이러스와 장기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향후 메가 런칭의 얼굴로 내세울 예정이다. 대표 제품은 이미 바이럴 신드롬을 일으킨 Sky High 마스카라와 신규 컬러 라인업이다.
다스트말치 대표는 “마일리는 창의적이고, 자신감 있으며, 진정성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문화를 움직이고 세대를 초월한 영향력을 가진다. 이런 점이 메이블린이 지향하는 ‘자기 표현(Self-expression)’의 가치와 완벽히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메이블린은 처음부터 가수를 찾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러스가 브랜드에 어울리는 새로운 버전의 ‘Maybe it’s Maybelline’을 직접 작사하며 “세 단어를 요청받고 한 곡을 완성했다”고 농담할 정도로 프로젝트에 몰입했다.
브랜드 인텔리전스 플랫폼 Talkwalker의 분석에 따르면, 34년이 지난 지금도 “Maybe it’s Maybelline”은 지난해 SNS에서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언급된 광고 슬로건이었다. (1위는 Nike의 “Just Do It”, 2위는 McDonald’s의 “I’m lovin’ it”)
이는 단순한 레거시가 아닌, 집단 기억 속에 각인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힘을 증명한다. 메이블린은 이 상징적인 언어를 다시 꺼내 “새로운 세대와의 감정적 연결”이라는 브랜드 전략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전통적인 광고를 넘어, 소셜 기반의 360도 콘텐츠 전략으로 진행된다.
메이블린은 뷰티 업계 메가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여 캠페인을 확장하고 있다.
Manny MUA (인스타 390만 팔로워)
I Luv Sarahii (650만 팔로워)
Sai de Silva (61만 팔로워)
Isabel Clancy (130만 팔로워)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상징적 문구와 함께 향수·문화·음악을 엮어 팬 참여형 브랜드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메이블린은 지난 주말, 뉴욕·LA·보스턴·마이애미 전역에 아이스크림 트럭 팝업을 설치했다.
소비자들은 무료 제품과 아이스크림을 받고, 다가올 ‘9월 24일 빅 뉴스’ 알림에 등록할 수 있었다.
이러한 로컬 체험형 브랜드 플레이(Brand Play)는 온라인 바이럴을 유도하며, 브랜드의 재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했다. 이미 파파라치가 포착한 ‘마일리 사이러스 촬영 현장’이 SNS에 유출되며 팬들은 자연스럽게 캠페인을 추측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9월 29일부터 10월 27일까지, 메이블린은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나만의 Maybe it’s Maybelline 송 만들기 콘테스트”를 연다.
사이러스는 직접 팬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며,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쌍방향 감정 교류(Interactive Nostalgia)를 강화한다.
이는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창작의 주체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문화적 참여 캠페인이다.
이번 메이블린의 캠페인은 단순히 오래된 슬로건을 부활시킨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의 재활성화(Reactivation)’를 정교하게 설계한 사례다. 30년 전의 “Maybe it’s Maybelline”은 이미 전 세계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감정적 언어였다. 하지만 이 문구가 새로운 세대에게 통하지 않게 된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그 사이 ‘브랜드의 감정선’이 시장의 변화 속도만큼 갱신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공백을 메이블린은 ‘문화적 리부트(Cultural Reboot)’로 메웠다. 즉, 레거시를 과거의 향수로만 소비하지 않고, Z세대와 알파세대의 문화 언어로 다시 번역한 것이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캐스팅은 그 핵심적인 전략 포인트다. 그녀는 단순한 셀럽이 아니라, ‘자기표현(Self-expression)’이라는 메이블린의 핵심 가치를 몸소 드러내는 인물이다. 화려함과 파격, 솔직함이 공존하는 그녀의 이미지가 브랜드의 ‘새로운 자신감(New Confidence)’ 서사와 맞닿는다.
또한 주목할 점은 캠페인의 구조적 설계다. 이번 프로젝트는 TV 광고나 SNS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360도 통합 커뮤니케이션(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형태로 전개된다. 전통 매체에서 슬로건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SNS에서는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 언어’를 생성한다. 메이블린이 주요 뷰티 인플루언서들을 캠페인 초기에 참여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가 말하는 대신, 커뮤니티가 브랜드의 목소리를 대신 말하게 만드는 구조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략이 디지털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과 LA 등지에서 진행된 아이스크림 트럭 팝업은 ‘체험형 브랜딩(Experiential Branding)’의 좋은 예다. 단순한 시식 이벤트를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의 감정선을 오감으로 경험하도록 설계되었다. “달콤한 맛의 경험”과 “감정적 노스탤지어”를 결합함으로써, 브랜드가 물리적 공간에서 감성을 재활성화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소비자 참여형 구조다. ‘나만의 Maybe it’s Maybelline 송 만들기’ 콘테스트는 브랜드의 상징을 ‘소유에서 공유로(Ownership → Co-creation)’ 전환시킨 상징적 시도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메시지를 던졌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그 메시지를 재창조한다. 즉, 브랜드의 상징이 더 이상 ‘기업의 언어’가 아닌, ‘커뮤니티의 언어’로 재탄생한 것이다.
결국 메이블린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세 가지를 증명했다.
첫째, 레거시는 박물관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둘째, 브랜드의 진정성은 시대의 언어로 번역될 때 살아난다.
셋째, 소비자는 더 이상 청중이 아니라 공동 창작자다.
이 세 가지 원칙이 바로, 110년 된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여전히 ‘지금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