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가 Z세대 여성에게 전하는 새로운 야외 문화
https://www.youtube.com/watch?v=dVHaEqHNvkU&t=144s
“Go touch some grass.”
원래는 틱톡과 트위터에서 ‘너무 온라인에만 몰입해 있지 말고 현실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쓰이던 인터넷 속 유행어다. 그러나 2025년, The North Face는 이 밈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그들은 Z세대 여성에게 “정말로 밖에 나가서 잔디를 만져보라”고 권유하며, 이를 하나의 문화적 캠페인으로 승화시켰다.
이 캠페인은 The North Face, Zalando, 그리고 Highsnobiety — 세 브랜드가 처음으로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협업해 만든 대형 프로젝트다. 단순히 광고가 아닌, 디지털 세대의 ‘정신적 피로감’을 이해하고 이를 브랜드 경험으로 치유하는 시도였다.
The North Face의 마케팅 매니저 Chloe Thevenin은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들고 간 게 아니었어요. 우리는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했죠.”
그들이 안고 있던 문제는 명확했다.
기존의 남성 중심, 탐험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로는 Z세대 여성 소비자에게 충분히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The North Face는 유럽 최대의 온라인 리테일러 Zalando와, 스트리트·컬처 콘텐츠의 강자인 Highsnobiety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The North Face: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제품력
Zalando: 대규모 유럽 리테일 스케일
Highsnobiety: Z세대 문화 감수성
세 브랜드는 각각의 강점을 하나로 엮으며, 단순한 협찬이 아닌 “공동 창작(Co-Creation)”의 모델을 구축했다.
Highsnobiety의 시니어 크리에이티브 라라 캐슬먼(Lara Casselman)은 이 캠페인의 핵심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chronically online(항상 온라인에 사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밈이 가진 힘을 잘 알았죠.”
그녀는 ‘Touch Grass’라는 밈이 단순한 농담을 넘어, 디지털 피로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세대적 감정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밈을 “디지털 농담에서 현실적 초대”로 바꾸는 순간, 브랜드는 진정한 공감의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The North Face는 이미 인터넷 세대와 대화해온 브랜드다.
2022년, 그들은 틱톡에서 화제가 된 철도 덕후 크리에이터 Francis Bourgeois와의 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캠페인은 그 연장선상에서, ‘인터넷에서 태어난 감성’을 브랜드 철학과 자연스럽게 결합한 사례다.
이번 ‘Touch Grass’ 시리즈의 주인공은 베를린의 DJ Lovefoxy다.
그녀는 ‘It girl’ 감성과 초미니 스커트, 비키니 톱으로 대표되는 클럽 컬처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The North Face는 바로 그 ‘비대칭성’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자연 속에 세우고 싶었어요. 그 충돌이야말로 캠페인의 생명력입니다.”
Lovefoxy는 혹한의 스위스 알프스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The North Face 재킷을 입고 “Touching Grass”를 실천한다.
그녀가 자연과 맞닥뜨리는 모습은 ‘패션’과 ‘아웃도어’,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비주얼로 완성되었다.
촬영 현장은 실제로 눈, 비, 바람, 햇살이 하루 안에 모두 바뀌는 극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그 불안정함조차 캠페인의 메시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 “자연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The North Face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여성 중심’의 내러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극지 탐험이나 고산 등반 같은 남성적 모험 대신, 이번 메시지는 훨씬 현실적이고 일상적이다.
“우리는 Z세대 여성들에게 ‘극한을 넘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단지, 하루에 한 번이라도 공기를 마시고, 잔디를 만져보자고 말하고 싶었죠.”
이는 ‘아웃도어의 민주화(democratizing the outdoors)’라는 전략적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The North Face는 더 이상 ‘전문 탐험가의 브랜드’가 아닌, 모든 세대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Touch Grass’는 단발성 광고가 아니다.
이번 2부작 시리즈는 에피소드 형태로 전개되며,
1편은 신발 (footwear),
2편은 아우터웨어 (outerwear) 중심의 스토리로 구성되었다.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관객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이는 틱톡의 연속 콘텐츠 소비 패턴과 완벽히 맞물린다 — Z세대는 하나의 완결형 스토리보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캐릭터 서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단순히 ‘제품 노출’이 아니라, 브랜드-크리에이터-소비자 간의 서사적 연결을 강화하는 장치다.
디지털 밈 → 브랜드 서사로의 확장력 ‘Touch Grass’처럼 이미 대중의 언어로 자리 잡은 밈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억지스럽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문화 코드다.
세대 공감 중심의 공동 제작(Co-Creation) The North Face, Zalando, Highsnobiety는 각각의 영역에서 Z세대의 ‘진짜 언어’를 이해하는 브랜드다. 이들이 협업할 때, ‘광고’가 아니라 ‘문화 콘텐츠’가 탄생한다.
Z세대 여성 중심의 아웃도어 리브랜딩 기존의 ‘남성적 탐험’ 이미지를 벗고, ‘일상 속 자연 경험’을 제안함으로써 브랜드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틱톡적 내러티브 구조의 활용 에피소드형 세계관, 반복 노출, 밈형 대사 등은 SNS 알고리즘과 Z세대 소비 습관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The North Face의 ‘Touch Grass’ 캠페인은 단순한 밈의 재활용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피로 시대에 ‘자연과의 재연결’을 제안하는 문화적 제스처이자,
브랜드가 어떻게 Z세대와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이제 브랜드의 역할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The North Face는 그 초대장을 가장 유쾌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건넸다.
“Go touch some grass.”
— 그것은 단지 밈이 아니라, 오늘날의 새로운 브랜드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