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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고스트 감지’가 던지는 데이터 인사이트

마케터가 유령을 본다는 것

최근 테슬라 차량이 ‘유령’을 본다는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운전자들이 올린 영상 속 차량은 묘지 한가운데서도 보이지 않는 ‘보행자’를 감지하고, 화면에 나타난 인공지능은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인식한다. 공포 영화 같은 이 장면은 사실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AI가 불완전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결과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적 해프닝을 넘어, 오늘날 마케터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도 테슬라의 AI처럼 불완전한 신호 속에서 의미를 추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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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릭, 쿠키, 페이지뷰 — 유령 신호를 좇는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은 온갖 ‘신호(signal)’ 위에서 작동한다. 클릭, 쿠키, 페이지뷰, 구매 이력 등 모든 것이 소비자 의도의 단서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신호들은 언제나 모호하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의 생일 선물을 위해 여러 브랜드의 헤드폰을 검색한다면 알고리즘은 나를 ‘오디오 마니아’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 몇 분 뒤, 나는 휴대폰으로 드레스를 구매한다. 그 순간, 또 다른 알고리즘은 나를 ‘패션 신규 고객’으로 잘못 인식한다.

이렇듯 소비자는 다양한 기기와 채널을 넘나들며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그 흔적은 의미를 완전히 전달하지 못한 조각 데이터일 뿐이다. 이런 불완전한 단서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실행하면, 우리는 실제 고객이 아닌 ‘데이터의 그림자’를 추적하게 된다.

단일 지표에 의존한 마케팅은 한쪽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방향은 보이지만, 거리감과 깊이는 잃는다.


2. 진짜 사람을 보는 방법 — 데이터의 깊이를 더하라

실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신호를 넘어선 복합 데이터의 연결이 필요하다.

구매 이력은 행동의 증거를 보여주고,

멤버십 및 리워드 참여도는 브랜드 관계의 깊이를 나타내며,

검색 행태나 매장 방문 데이터는 맥락(context)을 더한다.

이러한 다양한 데이터가 연결될 때, 마케터는 단순한 클릭 수가 아닌 ‘의도’와 ‘정서’가 결합된 고객의 전체 여정을 파악할 수 있다. 그제서야 마케팅은 소음(noise)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기회를 인식하게 된다.


3. AI의 안개 — 정확도가 아니라 연결이 문제다

AI가 마케팅의 정확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AI 시스템은 결국 입력된 데이터의 품질에 종속된다.
대화형 AI나 추천 엔진은 사용자의 요청에 맞춰 답을 제시하지만, ‘이유’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100달러 이하 러닝화를 보여줘”라고 검색하면, AI는 조건에 맞는 제품을 제시하지만, 그 사람이 러닝화를 선물하려는 건지, 본인이 신으려는 건지, 단순히 비교검색 중인지 알지 못한다.

Epsil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마케터들이 AI 도입 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모델 정확도(46%)와 다른 시스템과의 통합 문제다. 이는 결국 AI가 전체 고객 데이터를 온전히 연결하지 못했을 때 시야가 편향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AI가 ‘고객’을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정의한 세계 속에서만 고객을 보는 순간, 브랜드는 현실과 멀어진다.


4. 유령을 찾지 말고, 진짜 사람을 보라

테슬라의 ‘유령 보행자’ 사건이 보여주듯, AI는 기준점이 없을 때 존재하지 않는 의미를 만들어낸다.
마케팅 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다. 신호가 얕고 불균형할수록, 알고리즘은 허상을 그린다.

따라서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Identity 기반 데이터 통합(Identity Resolution)

AI의 맥락적 활용(Contextual AI Application)

트랜잭션(거래), 행동(Behavior), 맥락(Context) 데이터를 하나로 엮어낼 때, 브랜드는 소비자 여정의 전후관계를 선명히 볼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통합 시야 위에서, AI는 비로소 노이즈를 구분하고, 실질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보조자로 기능한다.

결국, 마케팅의 목적은 ‘데이터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마케팅의 다음 챕터, ‘유령에서 사람으로’

테슬라의 ‘유령 감지’는 단순한 기술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데이터 과잉 시대의 맹점을 상징한다.
AI와 데이터는 강력한 도구지만, 그것이 바라보는 세상이 왜곡되면 우리는 진짜 고객이 아닌 허상의 그림자와 대화하게 된다.

브랜드가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 신호를 결합하여 실체 있는 인사이트를 만들고,

AI를 사람 중심의 맥락 위에 배치하며,

측정 가능한 ‘성과’가 아닌 ‘관계의 깊이’를 KPI로 전환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마케팅은 유령을 쫓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언어가 된다.
AI는 그제서야 유령 헌터가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을 이어주는 현실 감각을 가진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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