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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Ride”가 돌아온 이유

아마존이 보여준 ‘컴파운드 크리에이티비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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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해 만의 ‘재선물’, 그러나 더 똑똑한 선택

눈 덮인 언덕 위, 세 명의 친구가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다. 한 명이 아마존 앱을 열고 눈썰매용 방석을 주문한다. 며칠 뒤 도착한 방석을 들고 세 친구는 환하게 웃으며 언덕을 내려간다. 그 순간, 비틀즈의 고전 명곡 “In My Life” 가 잔잔히 깔리며 이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빛난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23년에 처음 공개된 아마존의 홀리데이 캠페인 “Joy Ride”는 출시 당시 ‘가장 효과적인 아마존 광고’로 평가받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브랜드 내부 제작팀과 Hungry Man 프로덕션이 공동으로 만든 이 캠페인은 감정적 몰입과 브랜드 연상도에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25년 아마존은 이 광고를 그대로 다시 꺼내 들었다. 겉으로 보면 ‘창의적 고갈’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이건 “광고의 수명을 아는 마케팅팀만이 내릴 수 있는 전략적 결정”이다.


2. 왜 검증된 광고를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현명한가

마케터들은 흔히 “새로운 캠페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데이터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Kantar의 2024년 크리스마스 광고 효과 분석에 따르면, KFC·코카콜라·캐드버리가 브랜드 구축 및 단기 매출 모두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공통점은 세 가지 모두 ‘기존 광고를 재활용’했다는 점이다.

마케팅의 세계에서 자주 간과되는 진실이 있다.

“소비자보다 마케터가 광고에 훨씬 빨리 질린다.”

광고를 준비하고 론칭한 마케터는 이미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 광고를 이제 막 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광고가 충분히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기’ 전에 교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광고 전문가 Andrew Tindall은 이런 현상을 “Compound Creativity(복합 창의성)”이라 부르며,

“덜 바꾸는 브랜드일수록 더 성공한다”고 지적했다.

즉, 브랜드는 ‘새로움’보다 ‘지속성’을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3. 크리스마스가 오면 떠오르는 빨간 트럭처럼

‘광고의 장기적 일관성’이 가장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예시는 단연 코카콜라의 “Holidays Are Coming”이다.
1995년에 첫선을 보인 이 광고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매년 방송된다. 놀랍게도 그 효과는 줄지 않고 오히려 매년 상승세다. 소비자에게는 더 이상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연말이 왔다는 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Joy Ride” 역시 같은 궤도에 있다. 이미 2024년 감정적 공감도에서 만점을 받은 광고를 굳이 바꾸기보다, 그대로 유지하며 ‘브랜드의 감정 자산’을 쌓아가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4. 데이터로 증명된 ‘효율적 감성 마케팅’

아마존 브랜드·마케팅 부사장 Claudine Cheever는 광고 효과 분석의 ‘데이터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ESOV(Excess Share of Voice), DBAs(Distinctive Brand Assets) 등 핵심 지표를 철저히 관리하며, 창의적 일관성(consistency)이 브랜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왔다.

그녀가 올해 “Joy Ride”를 다시 런칭한 이유는 세 가지다.

완벽한 감정 점수와 브랜드 연상도 재활용 – 이미 검증된 성과를 다시 극대화.

창작비 20% 절감, 그 예산을 미디어 예산으로 재투자 – 효율적 예산 운용.

성과 중심 광고에 리소스 집중 가능 – 팀의 실행 부담 최소화.

결국, 아마존은 감성적 브랜딩과 퍼포먼스 광고 모두에서 ‘효율적 밸런스’를 달성한 셈이다.


5. 덜 만들고, 더 오래, 더 깊게

아마존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다.
이건 마케팅 산업 전체에 던지는 ‘속도보다 지속성’의 메시지다.

“Make fewer ads. Make better ads. Test them well. And run them longer.”

좋은 광고는 ‘하룻밤의 바이럴’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며 브랜드를 형성하는 이야기다.
우리 업계는 때때로 ‘새로움’의 함정에 빠진다. 하지만 소비자는 언제나 ‘익숙한 감정’에서 진심을 느낀다.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콘텐츠를 매번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오래 숙성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유지하는 것이다.


6. 마케터에게 주는 교훈 – ‘천천히 달려라’

“Joy Ride”의 세 주인공처럼, 마케터도 잠시 속도를 늦추고 ‘언덕 위의 순간’을 즐길 필요가 있다.
새로움의 강박에서 벗어나, 이미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은 스토리를 다시 불러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컴파운드 크리에이티비티의 마법’이다.

결국 광고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건네는 ‘시간의 기억’이다.
아마존은 이번에도 그것을 정확히 이해했다.
그리고 그 이해는 단순히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브랜드 성장의 전략”으로 기록될 것이다.


좋은 광고는 다시 돌아와도 낡지 않는다.

그것은 브랜드가 ‘시간을 이기는 방식’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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