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ma E의 틱톡 세대 공략법
1984년에 설립된 Derma E는 오랫동안 ‘내추럴 스킨케어’ 브랜드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화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천연’이라는 레이블보다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을 더 중시한다.
이에 따라 Derma E는 18개월 전부터 ‘임상적(Clinical)’ 브랜드로의 리포지셔닝을 선언했다. “우리는 여전히 자연주의 브랜드이지만, 그것이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고 Topix Skin Health의 GM 케이티 길드(Katie Guild)는 밝혔다. Derma E의 새 정체성은 “피부과 전문의가 추천할 만큼 효과적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브랜드”로 요약된다. 대부분의 제품이 11~38달러(25달러 이하 중심) 로, ‘가성비 임상 케어’를 내세운 점이 포인트다.
이 변화는 Dr. Idriss, Shani Darden, Sofie Pavitt Face 등 전문가 기반 브랜드 붐이 일어나고 있는 북미 시장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10월 1일, Derma E는 틱톡에서 새로운 캠페인〈Derm Takes the Street〉을 선보였다. 피부과 전문의 Dr. Mark Strom(@dermarkologist, 110만 팔로워)이 뉴욕 거리로 나가 시민들의 스킨케어 루틴을 직접 탐방하는 콘셉트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뷰가 거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 Dr. Strom은 실제로 그들의 ‘욕실 안’으로 들어가, 사용 중인 제품을 살펴보고 Derma E 제품을 추천한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니콜 셰르징거(Nicole Scherzinger, 390만 팔로워)가 등장했다. 그녀의 실제 욕실을 공개하고, Dr. Strom이 그녀의 피부에 맞는 Derma E 제품을 추천하는 형식이다. 해당 영상은 38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이후 시리즈에는 “틱톡의 언니”로 불리는 Tinx (150만 팔로워)와 리얼 하우스와이프 오브 뉴욕의 Erin Lichy (4.1만 팔로워)도 참여했다. 두 사람 외에도 일반 소비자 2인(22세, 30세)이 출연하며, 연령과 피부 고민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Dr. Strom은 “단순한 거리 인터뷰를 넘어, 실제 생활 공간을 보여주는 ‘욕실 탐방’이라는 콘셉트로 스킨케어를 보다 접근 가능하고 포용적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Derma E의 ‘틱톡 DNA’는 우연히 찾아왔다. 2024년 여름, 조 조나스(Joe Jonas)가 “작은 니플로 오해받았다”는 일화를 공유하며 틱톡에 유머 영상을 올렸다. 이를 눈여겨본 Derma E는 빠르게 협업을 제안했고, 비타민 C 아이 패치를 ‘눈 밑과 니플’에 붙이는 광고로 이어졌다.
그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조회수 8.8백만 회, 7백만 건의 참여(engagement)를 기록하며, 브랜드 인지도는 단숨에 급상승했다.
이 캠페인은 “브랜드는 진지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깨고, ‘재미와 전문성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Katie Guild는 “이 경험이 Derma E가 보다 대담하고 ‘비정통적(Unconventional)’ 브랜드가 되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Derma E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더마 카테고리의 퍼스낼리티 브랜드(Personality Hire)’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대신, ‘피부과 전문성 + 유머 + 틱톡 포맷’을 결합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콘텐츠로 Z세대의 신뢰를 얻는 전략을 택했다.
Z세대와 Zillenial(20대 후반~30대 초반)은 이미 피부 관리에 투자하지만,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효과적이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대의 솔루션을 찾는다. Derma E의 합리적 가격대는 이 세그먼트의 심리를 정확히 공략한다.
현재 Derma E의 틱톡 조회수는 전년 대비 700% 증가, 인스타그램 중심이던 브랜드 운영 전략도 완전히 틱톡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총 400만 뷰 달성이다.
Derma E의 캠페인은 단순히 틱톡 트렌드를 활용한 바이럴 사례가 아니다.
브랜드가 Z세대의 문화 코드와 더마(derma) 브랜드의 신뢰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전략적 브랜딩 전환의 교과서에 가깝다.
첫째, 브랜드 리포지셔닝(Brand Repositioning)의 명확성이 눈에 띈다.
Derma E는 오랫동안 “자연주의”를 상징해왔지만, 이는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니었다. 시장에는 수많은 내추럴 브랜드가 넘쳐나고, 소비자는 이제 ‘효능’을 우선시한다. Derma E는 이 흐름을 읽고 ‘임상적 근거’와 ‘전문가 추천’을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했다. 이러한 정체성의 재설정은 브랜드가 단순한 친환경 브랜드에서, 신뢰 가능한 더마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둘째, 크리에이터 기반 콘텐츠 전략(Creator-driven content)을 통해 브랜드가 가진 진입 장벽을 낮췄다.
피부과 전문의 Dr. Strom, 글로벌 셀럽 Nicole Scherzinger, 그리고 일반 소비자까지 한 캠페인 안에 공존한다. 이 조합은 “전문성은 있으나 딱딱하지 않고, 유명하지만 현실적”인 브랜드 톤을 완성시켰다. 특히 연령대가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켜, 브랜드의 타깃층을 40~50대 충성 고객에서 Z세대와 Zillennial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한 점이 전략적으로 돋보인다.
셋째, 틱톡식 유머와 밈 감성(Meme Culture)의 도입이다.
Joe Jonas의 ‘니플 패치’ 협업은 단순한 웃음 코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임상’과 ‘과학’이라는 키워드는 자칫 딱딱할 수 있지만, Derma E는 이를 밈화(化)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로 바꿔냈다. 즉, 브랜드는 유머를 통해 전문성을 약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대중적 신뢰를 강화한 것이다.
이 세 가지 축이 만나면서 Derma E는 자신만의 고유한 포지셔닝을 확립했다 — ‘임상 신뢰(clinical trust)’와 ‘틱톡식 인간미(relatable humor)’의 교차점에서, 브랜드는 다시 젊어지고, 더 많은 세대와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Derma E는 “전문성과 즐거움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는 오늘날 마케터들에게 주는 명확한 메시지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경험이라는 것.
Derma E는 그 공감의 언어를 ‘틱톡’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완벽하게 재해석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