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상을 제품·경험·커머스로 확장하는 법
전 세계가 기다려온 ‘Stranger Things’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넷플릭스가 역대급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 협업 캠페인을 공개했다. 단순한 IP 라이선싱을 넘어, 수백 개 브랜드와의 복합적 파트너십·제품 콜렉션·몰입형 경험·리테일 체험까지 포함하는 ‘프랜차이즈급 브랜드 월드빌딩’ 전략이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하나다.
IP를 콘텐츠에서 끝내지 않고, 소비자 일상 곳곳으로 확장해 ‘경험 가능한 세계관’으로 만드는 것.
넷플릭스 CMO Marian Lee가 말하듯, 지난 10년 동안 Stranger Things는 단순한 시리즈가 아니라 전 지구적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 문화적 자본을 마지막 시즌을 기점으로 재정비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IP 지속 성장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다음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브랜드 협업을 설계했다.
1980년대 미학, Hawkins 하이스쿨, Upside Down 등 팬덤이 가장 사랑하는 요소들을 제품·광고·경험 전반에 심었다.
패션–F&B–홈–도서–테크–게임–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이 Stranger Things 브랜드 경험의 무대가 된다.
Target, Primark, Amazon EMEA, Galeries Lafayette 등 각 국가 핵심 리테일러와의 협업으로,
IP 소비가 TV 시청을 넘어 오프라인 쇼핑·체험·커뮤니티 이벤트까지 연결된다.
이번 콜라보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LEGO가 공개한 2,593피스의 Creel House 아이콘 세트.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지난 5개 시즌의 세계관을 디오라마처럼 재현하는 ‘팬 아카이브’다.
13개의 미니피겨
시즌별 상징적 오브제
세트 구매 시 제공되는 WSQK Radio Station 한정판
LEGO는 “우리가 꿈꾸던 세계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고, 더퍼 형제는 “10주년을 맞는 IP의 완벽한 헌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클래식 IP들이 사용하는 전형적 전략과 동일하다. 스탠리 큐브릭, 스타워즈, 해리포터처럼 ‘레거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넷플릭스는 브랜드 협업을 단순 굿즈 판매가 아닌 엑소시스템 전략(exosystem strategy)으로 운영한다.
즉, 각각의 브랜드가 Hawkins 세계관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된 구조다.
Squishmallows부터 Funko, Care Bears, D&D까지—팬층의 취향 클러스터를 정확히 겨냥했다.
특히 Hellfire Club Dungeons & Dragons는 IP의 코어 팬덤을 겨냥한 ‘정통성 중심 제품’이다.
Nike, Converse, GAP, Zara, New Era, Jansport까지 참여하며,
당시 Hawkins 고등학교 학생들이 입었을 법한 80s 무드를 재해석했다.
Bialetti 커피 메이커, Coleman 캠핑 장비, Energizer 플래시라이트처럼
‘실사용 제품’으로 세계관을 몰입감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Eggo 와플, Doritos, Kellogg's, Surfer Boy Pizza 등 이미 팬덤에서 상징이 된 F&B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엔트리 포인트를 확보했다.
각국 리테일 파트너는 ‘지역적 감성’을 반영해 세계관을 다르게 번역했다.
Target: 미국 내 최대 독점 상품 구성 + 매장 내 몰입형 인스토어 경험
Primark: 시즌별 다섯 개의 의류 컬렉션 + 옥스퍼드 거리 매장을 Upside Down으로 변신
Galeries Lafayette: 파리 크리스마스 시장 전체를 Stranger Things 테마로 재구성
Liverpool (멕시코): 카페 메뉴까지 IP화…“먹는 세계관” 실험
CONAD (이탈리아): 전국적 로열티 프로그램 운영
이는 “한 가지 IP를 글로벌하게 일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리테일러가 가진 지역적 맥락에 맞는 해석을 맡긴다”는 넷플릭스식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다.
Doritos, Gatorade, KFC, Google, McDonald's 등과의 광고 캠페인은 IP 감성 구현의 정교함에서 강점을 보인다.
Doritos는 80년대 TV 홈쇼핑식 텔레톤 광고를 재현
Gatorade는 Citrus Cooler를 부활시키며 레거시 향수를 자극
Google은 ‘Stranger Things Search Scavenger Hunt’로 탐험형 캠페인을 구성
KFC는 미스터리 요소를 활용해 “Eleven Herbs and Spices”를 패러디
이 모든 광고의 공통점은 ‘팬들이 이미 알고 있는 콘텐츠 문법’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즉, 새로움보다 레퍼런스·오마주·코드 플레이(code play)로 팬 커뮤니티와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IP가 진정한 프랜차이즈로 확장되기 위해선 “경험 플랫폼화”가 필수다.
넷플릭스는 이를 다음 세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Fortnite, Minecraft, Brawl Stars, Dead by Daylight 등
이미 강력한 팬덤을 가진 게임 속으로 세계관을 이식했다.
Deutsche Telekom의 ‘Megatape’, Sky Italia의 MasterChef 콜라보 등
각 국가의 TV–모바일–OTT 환경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경험을 만들었다.
Dallas·Philadelphia에서 선보이는 Escape the Dark, Sandbox VR 등은
넷플릭스가 향후 ‘IP 테마파크형 리테일’을 본격 확장하겠다는 신호다.
Lucca ComicCon, Macy’s Thanksgiving Day Parade, Hollywood·London 프리미어, 도쿄 팝업, LA CicLAvia 자전거 라이딩 등 전 세계 21개국에서 열리는 팬 이벤트는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Stranger Things의 마지막 시즌은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행사(Global Cultural Event)이다.”
이는 마블·스타워즈급 IP들이 사용하는 전략과 동일하며, 넷플릭스가 앞으로도 이 프랜차이즈를 장기 IP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다.
마지막으로, 이 사례는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IP와 협업을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단순히 로고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미학·팬덤 언어를 제품에서 경험까지 이어야 한다.
세그먼트별로 팬들이 실제로 애정하는 브랜드와 협업해야 의미가 있다.
국가별 리테일 문화·쇼핑 습관·광고 문법을 반영해야 IP가 생활 깊숙이 스며든다.
체험 콘텐츠, 팝업, VR, 커뮤니티 이벤트가 IP 가치의 핵심 지표가 된다.
시즌이 끝나도 세계관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책·게임·애니메이션·체험 포맷 등 지속형 콘텐츠를 운영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하나의 사실을 분명히 했다.
IP는 콘텐츠를 넘어, 브랜드·커머스·광고·경험·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이라는 것.
그리고 이는 K-브랜드에게도 점점 더 중요해질 과제다.
이제 브랜드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관을 ‘운영’하는 시대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