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장벽은 높아졌지만, 충성도와 데이터는 더 귀해졌다
올해 들어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연이어 자체 모바일 앱을 출시하고 있다.
Cult Gaia, Aritzia, Ralph Lauren, Dolce Vita 같은 브랜드는 물론이고, Beni·Daydream·OneOff 같은 패션 마켓플레이스까지 시장에 새 앱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흐름은 다소 역설적이다.
모바일 측정 업체 Adjust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e커머스 앱 설치량은 오히려 14% 감소했다.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소비자의 휴대폰 홈 화면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그럼에도 패션 브랜드는 왜 여전히 ‘앱’을 선택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 ‘모바일 전략’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브랜드가 고객과 관계를 소유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 관계를 직접 소유하려는 움직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앱은 브랜드가 고객 경험과 데이터를 직접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Melissa Gonzalez(MG2 리테일 전략가)는 패션 앱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앱은 단순한 구매 채널이 아니라, 브랜딩·커뮤니티·오프라인 경험까지 연결하는 확장된 플랫폼이다. 특히 Gen Z에게는 ‘나만의 공간’처럼 느껴지며, 친구와 공유하는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즉, 브랜드는 더 이상 Shopify·Meta·Google 같은 중간 플랫폼에만 의존할 수 없다.
그들은 1) 데이터, 2) 소비자 관계, 3) 충성도 프로그램, 4) 커뮤니티 기능을 직접 소유하려 한다.
앱은 이런 전략을 구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소비자는 앱을 쉽게 설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설치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Adjust에 따르면:
앱 참여도 +2% 증가
세션 시간 증가
패션·쇼핑 앱의 24% 유지율(리텐션)
올해 전체 앱 설치의 75%가 쇼핑 앱
즉 사람들은 앱을 덜 설치하지만, 설치한 앱은 더 오래, 더 자주 사용한다.
따라서 브랜드는 ‘누구나’가 아니라 자신의 진짜 팬, 재구매 고객, 열성 소비자에게 앱을 설치시키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Cult Gaia, Aritzia 같은 브랜드가 앱 전용 혜택·드롭·선공개를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제는 단순 카탈로그 형태로는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Beni의 CEO Kate Sanner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앱 설치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반드시 ‘왜 앱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예:
Cult Gaia → 한정 드롭, 앱-only 프로모션, 24시간 선공개
Ralph Lauren Ask Ralph → AI 기반 개인화 스타일 추천
Beni → 중고 패션 전용 ‘비주얼 서치(카메라 검색)'
OneOff → 친구가 무엇을 입고/사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소셜 피드’
특히 OneOff가 앱에서 평균 6분 이상의 세션 시간을 얻는 이유는 바로 이 친구·소셜 기반 기능 때문이다.
앱의 골드 스탠다드(8~12분)에는 못 미치지만, 패션 앱으로서는 상당히 강력한 성과다.
최근 등장하는 패션 앱들은 공통적으로 세 가지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 Ralph Lauren의 Ask Ralph
– Google의 Doppl
– Daydream(전 The Yes 창업자 Julie Bornstein)
AI는 패션 소비의 ‘취향 맞춤’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 OneOff 친구 피드
– Drop 카운트다운
– 커뮤니티 Q&A
– 룩북 공유 기능
Gen Z는 “혼자 사지 않는다.”
친구와 공유하면서 소비한다.
앱은 가장 빠르게, 가장 독점적인 혜택을 전달하는 채널이다.
패션 브랜드에게 ‘드롭’은 곧 ‘팬덤 전략’이므로 앱과 찰떡궁합이다.
Business of Apps 기준
기본 앱 개발: $5,000~10,000
중급 이상의 기능: 수십만 달러
유지보수 비용: 상시 발생
iOS 업데이트 시 재심사 필요 → 상당히 번거로움
그럼에도 Beni처럼 기존 백엔드 데이터 위에 인터페이스만 올리는 방식을 선택하면
개발기간 단축
비용 절감
운영 효율 극대화가 가능하다.
즉, ‘앱 퍼스트’가 아니라 ‘데이터·검색·커뮤니티 퍼스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 앱은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의 주권’이다
한국 패션·뷰티 브랜드도 글로벌 확장을 고려할 때 앱 전략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K-브랜드는 이미 TikTok·Instagram에서 팬덤 기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팬덤이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이다.
앱은 팬덤을 ‘브랜드 소유 자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무신사 드롭
블랙핑크 협업
연간 한정 에디션
이런 콘텐츠는 앱 전용으로 제공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장바구니 데이터
재방문 트리거
푸시 메시지
멤버십
모두 앱에서 ROI가 가장 높다.
특히 사이즈 추천·스타일 매칭은 국가별 취향 편차가 큰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무기다.
모바일 앱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라, ‘선택받는 앱’만 남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앱은 예전처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쇼핑 채널”이 아니다.
오늘날 앱은 브랜드의 진짜 팬을 위한 VIP 공간이자 데이터·관계·콘텐츠·커뮤니티를 모두 통제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설치 장벽은 높아졌지만, 설치한 고객의 가치는 오히려 역사상 가장 높아졌다.
그래서 패션 브랜드들은 다시금 앱을 만든다.
그것은 판매 채널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 관계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