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확장과 브랜드 리포지셔닝의 교차점에서
클린 뷰티 브랜드 *Versed(버스트)*가 지난 7월 7일, 미국 대표 뷰티 리테일러인 Ulta Beauty의 오프라인 300개 매장에 정식 입점했다. 온라인에서는 7월 1일부터 Ulta.com을 통해 먼저 출시되었으며, 이는 브랜드 론칭 이후 가장 큰 유통 확장이다. 동시에 Versed는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며 유통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Versed는 2019년 Katherine Power가 론칭한 이후 타겟(Target)과 자사몰 중심의 유통 전략을 고수해왔다.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성장하던 브랜드는 지난 2월, 색조 라인을 새롭게 론칭하며 메이크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타겟에서 단독으로 14개의 색조 제품을 출시했고,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스킨 틴트 제품은 판매 예상치의 350%를 초과 달성하며 브랜드 내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성과는 브랜드의 핵심 고객인 민감성 피부 소비자를 철저히 고려한 제품 설계 덕분이다. Versed는 전 제품에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배제하고, 실제로 로제시아(홍조), 아토피 등 민감 피부 인증을 받은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해왔다. 스킨케어에서 확보한 신뢰를 색조로 연결한 셈이다.
2023년 말, Versed는 브랜드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기존의 팝한 색감을 덜어내고 더 미니멀하고 세련된 비주얼 아이덴티티로 변화를 꾀했다. “우리 고객은 성장했고, 더 성숙하고 세련된 취향을 지녔어요. 그에 맞춰 브랜드도 진화해야 했죠,”라고 Power는 설명했다.
그 결과 Versed는 단순한 ‘약국 브랜드’에서 벗어나, Ulta Beauty라는 ‘프레스티지와 접근성의 교차점’에 위치한 채널로 진입할 수 있었다. Ulta의 고객은 뷰티에 높은 관심과 구매력을 가진 이들이며,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제품을 테스트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Versed의 색조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이번 Ulta 입점과 함께 Versed는 총 14인의 인플루언서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협업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한다. 대표적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Kelli Anne Sewell과 함께 7월 23일 시카고에서 대중 대상의 메이크업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확산도 함께 노린다. 또한 Dara Levitan, Jordyn Woodruff, Angela Park 등 TikTok 중심의 밀레니얼 및 Z세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실제 피부 고민을 가진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집중했다.
뿐만 아니라, 약 2,000명의 크리에이터에게 대표 스킨케어 및 색조 제품을 체험용으로 발송(시딩)하며 바이럴 확산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Day Dissolve 클렌징 밤’, ‘Good Defense 선스크린’, 그리고 색조 스틱 1종(블러셔, 하이라이터, 브론저 중 랜덤)과 립 세럼이 포함되어 있다.
Versed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스킨케어와 색조의 경계를 허무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고객도 안전하게 메이크업을 즐길 수 있도록, 피부 진정과 보호 기능을 색조 제품에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트렌디 브랜드’를 넘어 문제 해결형 뷰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시도다.
Versed의 Ulta 입점은 단순한 유통 채널 확장을 넘어선다. 이는 브랜드 리브랜딩, 신제품 라인업 확장, 인플루언서 중심의 콘텐츠 전략, 오프라인 고객 경험 강화가 맞물려 작동한 하나의 통합 마케팅 전략의 결과물이다. 특히 민감성 피부를 위한 색조 라인 강화는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획된 전략적 선택이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고객도 함께 성장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Versed는 브랜드 비주얼부터 유통 채널, 마케팅 메시지까지 일관되게 ‘성숙한 고객’에게 맞추어 리포지셔닝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14명의 인플루언서, 2,000건의 시딩, 오프라인 마스터클래스라는 다층적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한 점이 특히 인상 깊다.
한국 브랜드에도 이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성장한 고객을 다시 정의하고, 브랜드를 함께 성숙시키는 전략은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를 만든다.
둘째, 단순 노출이 아닌 경험 중심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제품을 ‘보는 것’에서 ‘직접 써보고,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단일 채널 의존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는 유통 채널을 다각화함으로써 새로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Versed는 ‘민감한 피부도 메이크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단기적인 바이럴을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고 있다. 제품력, 브랜드 철학, 콘텐츠 전략이 하나로 엮인 이 사례는 지금 국내외 뷰티 브랜드가 가장 배워야 할 브랜드 성장의 교본이다.
Versed의 진짜 혁신은 새로운 유통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를 다시 디자인하고 고객과의 대화를 재정의한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