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CEO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브랜딩 전략
“사람들은 로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사람을 신뢰한다.” – 자닌 펠로시(前 Zoom CMO, 現 Neat CEO)
2025년, 브랜드란 더 이상 제품에 칠하는 마감재도, 광고 캠페인 한두 번으로 끝나는 프로젝트도 아니다. 브랜드는 곧 기업 그 자체이며, 리더십의 본질을 드러내는 렌즈다.『Brand Global, Adapt Local』의 저자 내털리 켈리(Zappi CMO)와 캐서린 멜키오 레이(前 루이비통/나이키 글로벌 브랜드 총괄)는 이렇게 말한다.
“브랜드는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조직을 관통하는 중심축이다.”
글로벌 브랜드 실패의 70%는 ‘문화적 부적응’에서 발생한다. 브랜드가 가진 글로벌 정체성과, 각 시장의 로컬 정서를 동시에 잡지 못하면 신뢰는 시작도 못 한다.
이를 해결하는 키워드는 CQ, 즉 문화 지능(Cultural Intelligence)이다. 브랜드가 각 시장의 언어·정서·가치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율하는지에 따라, ‘당신이 우리와 연결된 브랜드인지’ 판단이 갈린다.
멜키오 레이는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Trust isn’t transferable. 신뢰는 옮겨지는 게 아니라, 현지에서 새로 쌓는 것이다.”
멜키오 레이가 루이비통 재팬에서 개발한 'Brand Fulcrum'은 하나의 프레임을 제시한다.
브랜드가 보편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품기 위해선 ‘양극단의 가치’를 조율하는 축이 필요하다.
예:
전통 vs. 혁신
글로벌 vs. 로컬
세련됨 vs. 따뜻함
이 축을 기준으로 브랜드는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정체성을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단지 마케팅 부서가 아닌, CEO의 의지가 반영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자닌 펠로시(Zoom 前 CMO, 현 Neat CEO)는 CEO와 CMO가 따로 놀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Zoom의 팬데믹 하이퍼성장을 이끈 마케팅 리더였고, 이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Neat의 수장이다.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단 하나.
“브랜드는 스케일이 아닌 신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리더십이 몸으로 보여야 생긴다.”
결국 브랜드는 일관된 스토리와 실천이 핵심이다. CEO는 브랜드의 ‘Chief Storyteller’이자, 조직 내외부 모두를 향한 ‘Chief Trust Officer’가 되어야 한다.
타코존 CEO 헤더 니어리는 첫 6개월 동안 전국 매장을 돌며 프랜차이즈 운영자들과 직접 대화했다. 그녀는 말한다.
“브랜드 신뢰는 말이 아니라 경청에서 시작된다.”
한편, GLP-1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FuturHealth의 CEO 루크 마호니는 제품보다 브랜드, 브랜드보다 신뢰를 먼저 언급한다.
“좋은 제품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걸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건 ‘이 이야기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브랜드의 감도다.”
그는 브랜드, 제품, 경험이 하나로 묶일 때 마케팅이 진짜 힘을 갖는다고 말한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브랜드 Playtime Engineering은 ‘장난감처럼 생긴 진짜 악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로컬라이징을 대단한 전략이 아닌 ‘감성 디자인’으로 접근한다.
“왜 핑크색 신디사이저는 없는 걸까?”
실제 사용자이자 아티스트인 클라라 베니스의 이 말은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결과? 무채색 일색의 신디사이저 시장에서 Playtime은 유일하게 ‘즐거움’이라는 감성을 브랜드 핵심에 담았다. 기능은 프로급, 정서는 유아용 같지만 둘 다 잡는다.
그리고 그 자체가 강력한 글로벌 전략이 되었다.
좋은 마케팅은 소리치지 않는다.
“Look at me!”(날 봐줘!)가 아닌
“This is for you.”(이건 당신을 위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Brand Global, Adapt Local』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리더십이 진짜일 때 브랜드도 진짜가 된다.
그리고 진짜는, 통한다.
이제 마케팅은 CMO의 일이 아니다.
제품, 유통, 운영, 채용, 조직문화… 브랜드는 모든 접점에서 살아있어야 하며, CEO는 그 중심에서 브랜드를 ‘살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시대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의 ‘광고’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브랜드의 ‘행동’을 지켜보고, 브랜드의 ‘사람’을 신뢰한다. 결국, 이렇게 묻게 된다. “이 브랜드의 리더는 신뢰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이 곧,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