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로봇의 ‘손’이 테슬라를 막고 있을까

그리고 왜 테슬라는 로봇을 만들면서 식당도 여는가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전기차 혁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비전은 공장, 물류, 가정, 레스토랑까지 ‘모든 일터에 로봇이 있는 세상’이다. 최근 테슬라가 오픈한 첫 팝업 레스토랑도 그런 청사진의 일부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까지, 지금 테슬라는 '손'이라는 작고 복잡한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f87440c9-55d0-421d-9fea-dd51bce263db-82HeNb.png?auto=compress&fit=crop&auto=format

인간의 손을 닮는 일은 왜 이토록 어려운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아직 수천 대가 창고에 대기 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 손이 아직 없다.
일부 완성된 본체들이 팔과 손이 없어 가동되지 못한 채 대기 중이라는 보도는, 로봇 공학의 핵심 난제가 ‘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로봇 손이 어려운 이유:

인간의 손과 손목은 무려 27개의 자유도(Degrees of Freedom) 를 갖고 있다. 반면, 고성능 로봇 팔도 7자유도면 충분히 유연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 움직임마다 모터가 필요한데, 이 모터들은 작고 강력해야 한다. 동시에 수많은 전선과 센서가 팔 안에 집약돼야 하기에 열과 전기 노이즈 문제도 발생한다.

인간처럼 물체의 재질, 압력, 진동,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촉각 센서까지 달려면 설계는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격.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으려면 싸고,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대다수 로봇들은 ‘손’을 포기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로봇 스타트업은 사람 손을 모방하는 대신, 단순한 집게나 흡착기를 채택하고 있다.

Ultra Robotics는 게집게형 팔로 이커머스 포장을 수행 중.

Dexterity는 흡착컵으로 트럭 짐을 옮긴다.

Boston Dynamics조차도 사람 손이 아닌 세 손가락 형태를 실험하고 있다.

반면, Tesla는 여전히 사람과 같은 손을 고집한다. 궁극적으로는 가정, 요양, 식당 등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서다.


왜 테슬라는 로봇을 만들면서 식당도 열었을까?

2025년 7월, 테슬라는 로스앤젤레스에 ‘슈퍼차저 다이너’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식사는 QR코드로 주문하고, 벽면 전체를 감싼 디지털 스크린에서는 사이버펑크풍의 영상이 흘러나온다. 음식은 테슬라 차량에서 먹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단순한 식당처럼 보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테슬라의 생활형 로봇 전략의 전초전일 수 있다.

"레스토랑은 로봇 테스트의 가장 현실적인 무대"
주문부터 서빙, 치우기까지 수많은 ‘반복적이지만 정교한 업무’들이 존재
인간 손에 맞춰 설계된 환경이기에 로봇의 손 기능이 필수적이 과정을 자동화하려면 옵티머스 같은 로봇이 ‘손을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손을 모방하는 AI 학습도 한창

몇몇 로봇 스타트업은 AI 안경으로 실제 작업자의 손동작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AI에 학습시켜 로봇에게 전달하려 한다. 인간의 정교한 움직임을 비디오 기반 데이터로 전수하는 방식이다.

이런 연구들은 미래에 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손’은 단순한 부품이 아닌 핵심 인터페이스가 된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하기 위해 꼭 넘어야 할 가장 작은 벽

테슬라가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연 레스토랑은 단순한 외식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일상을 로봇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대체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 실험실이자,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 도시의 축소판이다. 전기차 충전소와 결합된 이 공간에서 우리는 이미 ‘자동차를 위한 다이너’라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전을 실현하려면, 단순한 식기 서빙이나 안내를 넘어서는 정밀한 물리적 작업이 가능해야 한다.

즉, 로봇이 ‘일’을 하려면 반드시 손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테슬라 옵티머스의 개발이 멈춰 선 이유도 그 손 때문이다.

인간 손의 27개 관절, 무게를 견디는 근력, 정교하게 꾹 누르는 힘, 미세한 감각까지 — 이 모든 것을 모방하는 일은 단순히 기계공학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공학, 센서 기술, 인공지능, 재료공학, 그리고 무엇보다 '비용 효율성'이 함께 해결되어야 하는 복합적인 난제다.

그래서 대다수 로봇 기업은 사람 손을 아예 포기하고, 집게나 흡착기를 선택하고 있다. 빠르게 상용화되지만, 사람이 만든 세상을 온전히 탐색하고 적응하기엔 한계가 따른다.

반면 테슬라는 어렵고 느리더라도 ‘사람의 손’을 닮은 손을 고집한다.
왜냐하면 그 손이 있어야만, 로봇이 주방에서 오렌지를 깎고, 상자 안의 물건을 집어 넣고, 병뚜껑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로봇에게 인간의 삶을 맡기려 한다면, 반드시 ‘손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앞으로 이 손을 모방하는 방법으로는

실제 작업자의 손 동작을 녹화해 AI로 학습시키는 방식

더 작고 효율적인 센서와 모터 개발

여러 기술 분야의 융합을 통한 진화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 가운데에는, ‘차를 충전하며 식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로봇이 인간 사회에 스며드는 리허설 무대인 테슬라의 식당이 존재한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로봇은 사람처럼 손을 쓸 수 있을까?" 그 질문의 해답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일하는 로봇’이 단지 공장의 도구가 아니라, 가정과 사회 속 동료로 자리 잡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테슬라의 로봇 손은 여전히 가장 작은 동시에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미지 한 장으로 쇼츠 영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