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파트너와 ‘잘’ 일하는 법은 결국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한다
한국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현지 에이전시와의 협업”이다.
우리는 종종 “좋은 에이전시를 고르면 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좋은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그들과 ‘잘’ 일하는 능력이다.
글로벌 에이전시와의 수십 개 브랜드 협업 경험에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좋은 클라이언트가 되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현지 에이전시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 잘하는 브랜드’는 아래와 같다:
명확한 목표 설정: Awareness가 목적인지, 리테일 트래픽 증대인지, 아마존 판매 촉진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현실적인 기대치와 KPI: U.S. 시장에서 TikTok으로 영상 1개로 수십억 바이럴을 기대한다면, 대개 실망만 남는다. 현지 기준의 성과 지표와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소통과 의사결정의 민첩성: 한국 HQ 승인 절차가 너무 길어지면, 미국에서는 이미 캠페인 시즌이 지나간다.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응답 속도를 높여야 한다.
로컬 팀에 대한 신뢰와 위임: 브리프는 한국에서 정하더라도, 콘텐츠 디테일은 현지 감각을 존중해야 한다. 영어 카피, 문화 코드, 인플루언서 선정 기준까지 현지화 감각을 신뢰하자.
한국 브랜드가 해외 에이전시와 협업하면서 가장 자주 겪는 시행착오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은 '역할의 비대칭'과 '성과 해석의 불일치', 그리고 '문화적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피드백 루프가 지나치게 길어진다.
한국 본사 → 국내 담당자 → 현지 에이전시 → 다시 본사로 돌아가는 구조는 콘텐츠 승인이나 실행에 불필요한 시간과 리소스를 소모하게 만든다. 특히 북미 시장처럼 트렌드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일주일만 늦어도 타이밍을 완전히 놓치게 된다. 에이전시의 빠른 실행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승인 권한을 사전에 명확히 분배하고, 피드백 과정에서 '브랜드 감수'와 '현지 감각'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성과 지표(KPI)가 브랜드와 에이전시 간에 다르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브랜드는 리테일 매장 유입이나 아마존 판매량을 중심 KPI로 잡는 반면, 에이전시는 영상 조회수나 참여율을 기준으로 캠페인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로 다른 언어로 성과를 해석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캠페인 종료 후 평가 단계에서 갈등을 유발한다. 초기 브리프 단계에서 ‘성과의 정의’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 로컬 인사이트에 기반하지 않은 콘텐츠는 공감받기 어렵다.
미국 Z세대는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한국 HQ에서 제작한 메시지를 직역하거나 문화적 맥락 없이 전달하면 어색하게 느껴지기 쉽다. 특히 UGC 기반 플랫폼에서는 ‘얼마나 광고 같지 않은가’가 성패를 좌우한다. 결국 현지 에이전시의 크리에이티브 권한을 존중하는 태도가 브랜드에게도 유리하다.
네 번째, 내부와 외부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실행력이 떨어진다.
콘텐츠 기획, 수정, 운영, 성과 분석까지 각 주체의 역할이 불분명하면, 불필요한 중복 작업과 책임 회피가 발생한다. 현지 파트너를 단순한 벤더(vendor)가 아닌 전략 파트너로 인식하고, 내부의 의사결정 라인을 간결하게 구성해야 실행 속도도 따라온다.
에이전시 협업은 나라마다 ‘기대하는 클라이언트상’이 다르다. 단순히 브리프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협업 문화와 시장 특성을 이해해야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 에이전시는 실행력이 빠르고, 크리에이티브 자유도를 높이 평가한다. 브랜드가 너무 많은 가이드를 주기보다는 명확한 방향성과 목적만 제시하고 실행은 위임하는 구조가 효율적이다.
특히 TikTok이나 Instagram 기반 UGC 캠페인은 소비자 반응이 가장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광고 같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현지 크리에이터와 에이전시의 자율성을 신뢰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캠페인의 톤앤매너와 브랜드 이미지 일관성을 중시한다.
기능 중심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언어 표현의 세련됨, 품격 있는 연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크리에이티브 기획 시 단기 성과보다도 브랜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며, 지나치게 직설적인 메시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독일은 실용성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감성보다는 기능적 가치, 제품의 객관적 특성을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하며, 로드맵, 예산, 리포트 기준 등 모든 과정에서 명확한 시스템화가 요구된다. 디자인과 콘텐츠 퀄리티보다는 프로젝트 관리 체계와 보고 방식이 신뢰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은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을 중요시하며, 초기에는 정중한 관계 형성과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브랜드 메시지를 현지 시장에 적용할 때에도, 문화적 함의와 소비자 정서를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 캠페인 중간에 방향이 자주 바뀌는 것은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한 번 정한 방향을 끝까지 가져가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HQ와 현지 에이전시의 역할 구분: 전략 vs 실행
콘텐츠 승인권자, 성과 보고 주체 명확화
리포트 기준도 사전 정리 (예: Impression vs CTR vs CPC 기준)
한국식 리포트 그대로 요청하지 말고, 현지 기준으로 KPI를 설계해야 한다
예시: 미국 TikTok에서 평균 CTR은 1% 초반 → 이를 기준으로 목표 설정
플랫폼별 KPI도 구분 필요: TikTok은 engagement 중심, Meta는 retargeting/ROAS 기반 등
“조금 더 임팩트 있게” 대신 → “10초 이내 브랜드 노출 필요 / 제품 사용법 강조 필요”처럼 구체적 지시
영어로 직접 커뮤니케이션 가능하면 더 빠르고 신뢰 형성도 쉬움
브랜드가 모든 걸 지시하려 하지 말고,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이 시장에서 먹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특히 Gen Z 대상일수록, 에이전시의 크리에이티브 권한을 존중하는 것이 캠페인 성공의 핵심
해외 마케팅은 더 이상 광고를 ‘현지화’하는 작업이 아니다.
브랜드가 현지의 문화와 시장 흐름에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가는지가 핵심이다.
그 진심은 결국 현지 파트너와의 신뢰,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유연한 협업 방식에서 드러난다.
좋은 에이전시를 고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과 ‘잘’ 일하는 역량을 브랜드 내부에 갖추는 일이다.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제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을 넘어 좋은 파트너가 되는 법을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