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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케팅, ‘승리’에서 ‘사람’으로

F1 영화 열풍과 함께 읽는 팬덤의 법칙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오랫동안 스포츠 마케팅의 불문율은 간단했습니다. 승리가 곧 상품성이라는 공식이죠. 우승팀과 챔피언을 잡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었고, 브랜드들은 그 영광을 독점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판이 달라졌습니다.

경기 결과가 아니라 인물의 매력과 스토리가 마케팅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특히 MZ·Z세대는 실시간 경기보다 하이라이트, 비하인드, 인간적인 순간을 더 즐깁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F1 영화 “F1 더 무비”의 흥행은 중요한 시그널이 됩니다.


포스트-라이브 시대, 주인공이 바뀐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2배 이상 라이브 스포츠를 보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실시간 경기보다 하이라이트·비하인드·팬과의 소통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일부 종목은 오히려 팬층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습니다.

F1: 2025년 팬 수 8억 2,600만 명, 평균 팬 연령 44세 → 32세, 여성 팬 비중 2배, 미국 시청률 50%↑

WNBA: 2024년 TV 시청자 5,400만 명, 관중 48%↑, 디지털 소비·머천다이즈 판매 모두 신기록

PGA 골프: 2025 마스터스 결승 라운드, 2018년 이후 최고 시청률(1,950만 명)


F1과 ‘인물 마케팅’의 힘

넷플릭스 Drive to Survive 이후 F1은 기록 중심의 스포츠에서 인물 중심의 엔터테인먼트로 확장됐습니다.
다니엘 리카르도는 시즌 성적이 하락세임에도 유쾌한 성격과 솔직한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복귀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2025년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는 이 흐름을 스크린으로 옮겼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베테랑 드라이버의 인간적인 여정과 팀의 재도전은, 실제 레이싱보다 관계·감정·성장에 집중합니다. 이는 스포츠 팬뿐 아니라 비(非)스포츠 팬까지 관객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성적보다 진정성: 다른 종목의 사례

골프: Full Swing 속 조엘 다먼은 무명에서 팬 최애로 급부상. SNS 참여율 1,600%↑, 게시물당 스폰서 미디어 가치 665%↑

WNBA: 코트니 윌리엄스·나티샤 히데만 듀오(StudBudz)는 72시간 트위치 라이브로 30만 뷰를 기록, ‘친구들의 케미’ 자체가 콘텐츠가 됨

럭비: 일로나 마허는 경기력보다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온라인 존재감으로 더 큰 팬덤을 형성


브랜드가 가져가야 할 플레이북

소셜 리스닝부터 시작
기록보다 먼저, 어떤 대화를 만들고 어떤 반응을 얻는지 분석

콘텐츠 파트너십 지향
단순 제품 노출이 아닌, 스토리를 함께 제작하는 방식

서포팅 캐스트 주목
스타보다 미드필더·벤치멤버가 더 깊은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함

플랫폼 다변화
틱톡·트위치·디스코드 등 각 인물에 맞춘 채널 전략

장기 서사 설계
복귀·성장·멘토링 같은 스토리를 시즌·커리어 단위로 연결

새 KPI 설정
단순 도달·노출이 아니라 팬 커뮤니티 성장, 대화 질, 브랜드 연관성 측정


포디엄은 승자의 것, 대화는 인물의 것

스포츠 마케팅의 중심축이 ‘성과’에서 ‘서사’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제 팬들은 누가 가장 빠른지, 누가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었는지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에 더 끌립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경기 외적인 콘텐츠 소비의 증가를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관계의 본질을 바꿔놓습니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더 이상 ‘1등만 기억하는’ 스폰서십이 유효하지 않습니다.
중위권 선수, 벤치 멤버, 혹은 은퇴 직전의 베테랑도 자신만의 개성과 이야기로 팬덤을 형성할 수 있고, 이는 오히려 틈새·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콘텐츠 관점에서는 스포츠가 경기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트위치의 장시간 라이브, 틱톡의 짧고 임팩트 있는 클립, 디스코드의 커뮤니티 토론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어지는 서사가 브랜드 노출의 새로운 무대가 됩니다.

팬 경험 관점에서는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복귀 스토리, 신인의 도전, 선수의 일상 변화 같은 장기 서사는 팬들에게 관객이 아니라 동행자라는 감각을 줍니다. 이는 일회성 마케팅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깊이입니다.


F1, WNBA, PGA 골프, 럭비에서 목격한 변화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승리는 주목을 만들지만, 사람은 대화를 만든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마케팅 가치는 바로 그 ‘대화’ 속에 있습니다.

브랜드가 이 흐름을 읽고 경기 결과가 아닌 ‘관계 결과’를 목표로 전략을 재설계한다면,
포디엄 위의 순간을 넘어서 경기장 밖에서까지 팬과 함께 호흡하는,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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