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콘텐츠
600만, 아니 6천만 구독자가 아니라 60만 구독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투자받았다.
주인공은 목공 유튜버 조나단 카츠-모지스(Jonathan Katz-Moses). 그리고 이 사례는 오늘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신호다.
카츠-모지스는 40대 초반에 유튜브에서 목공 교육 콘텐츠를 올리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흔히 떠올리는 화려한 브이로그나 대규모 스튜디오가 아닌, 집 앞마당의 작은 3.3㎡(120ft²) 창고에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목공 툴 브랜드 ‘KM Tools’의 CEO로 성장했다. 지금은 3만ft² 규모의 공간에서 제조, 물류, 스튜디오까지 직접 운영하며 1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KM Tools의 매출은 그의 전체 수익의 95%를 차지한다. 콘텐츠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브랜드 미디어’이자, 실제 비즈니스의 성장 엔진이 된 셈이다.
문제는 성장의 한계였다. 제품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현금흐름이 부트스트래핑만으로는 버거워진 것.
여기서 등장한 것이 슬로우 벤처스(Slow Ventures)의 크리에이터 펀드다. 이 펀드는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회사를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 모델이다. 700명의 지원자 중 카츠-모지스가 첫 번째 선정자가 됐고, 그는 2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자금으로 그는 제품개발팀을 신설하고 무려 30종의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끌이나 대패날을 정밀하게 갈 수 있는 지그(jig), 나사 머리를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는 무공구 카운터 싱크 드릴 비트 같은 전문 제품들이다.
카츠-모지스는 혼자만의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동료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도 한다. 예컨대, 목공 유튜버 타마르 해나(Tamar Hannah, 3x3Custom)와 함께 만든 라우터 플레이트는 1년간 1만 5천 개 이상 판매됐다.
“우리가 쌓아온 제조·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각자의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진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이 사례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보여주는 세 가지 큰 흐름을 말해준다.
니치가 곧 파워다
목공이라는 ‘초니치 분야’도 충성도 있는 팬덤과 제품 시장이 결합하면 수십억 원 투자가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콘텐츠는 마케팅이자 자산이다
그는 CEO로 바쁘지만, 동시에 더 많은 교육 콘텐츠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카츠-모지스의 말처럼 “오늘날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에 의존해야 한다.”
크리에이터+VC의 시대
크리에이터 펀드는 더 이상 광고 수익이나 스폰서십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연다. 이는 단순 ‘인플루언서’가 아닌, ‘미디어 기업가’로서의 크리에이터를 제도권 투자와 연결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M&A 가속화: 크리에이터 멤버십 플랫폼 Fanfix가 여성·논바이너리 크리에이터 기반의 Sunroom을 인수. 올해만 11번째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M&A.
TikTok의 새로운 수익 모델: ‘TikTok Go’ 출시로 크리에이터가 호텔, 레스토랑, 로컬 경험을 연결해 수익화 가능.
유튜브의 AI 논란: 미성년자 판별 위한 AI 검증 도입에 7만 명 반대 청원.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 확산.
조나단 카츠-모지스의 이야기는 크리에이터가 단순히 콘텐츠 제작자에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 창업자이자 산업 혁신가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니치 콘텐츠, 충성 팬덤, 제품 비즈니스, 그리고 투자 생태계의 만남. 이것이 바로 2025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새로운 공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