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실조증이 생기는 이유
길었던 연애 기간 만큼 신뢰가 깊었었다. 콩이 팥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첫 남자여서 그게 사랑이라 믿었었다. 첫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마지막 사랑이길 바랬었다. 하지만 내게 사랑은 평생인데 전남편에게 사랑은 도파민 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지옥같은 시간들을 견딘 끝에 이제 전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
결혼 후 내 인생은 가족을 위한 삶의 연속이었다. 잔병치레 많은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나의 경력은 단절 되었고 외박이 취미인 그를 이해하느라 내 속은 문드러져 갔었다. 철없던 나는 엄마가 되고 점점 성숙해져 갔지만, 도파민에 맛들인 그는 점점 막장 드라마 속 악역을 꿈꿨다.
나는 과연 잘못이 없었을까? 모든게 내 탓 같았다. 그가 돈을 뿌려대며 여자를 탐한게, 내 아이들에게 아빠 없는 삶을 만든게.. 그래도 의문인건 난 외롭다고 단 한번도 그를 배신한적 없다는 사실이었다. 판도라상자를 열고도 고쳐쓰려고 1년 넘는 기간 동안에도 전남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으니까. . 그리고 전남편의 배신에 대해 지금까지도 사과 받지 못했다는건 사실이다.
한동안은 내가 너무 믿고 고치려고 애쓴 시간들이 전남편과의 관계를 망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내가 노력했던 시간들이 전남편은 참아보려 노력했던 시간이었고, 나에게 부부간의 신뢰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인데 그에게 신뢰란 노력해야 되는 일이었을 뿐이었다. 전남편과 나의 도덕적 관념의 기준은 너무 달랐다.
속으론 힘들었지만 행복한척 보였던 나의 결혼생활.. 좋았던 나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치만 행복했던 순간들이 왔을 때마다 항상 어느 순간 없어져버릴 것만 같았던 촉이 들었었고, 그런 내 촉은 이혼이란 결론으로 들이 맞았다. 그리고 판도라상자를 열면서 알게된 양파같은 전남편의 비밀들과 헤어진 후에 전남편이 보인 말과 행동들로 인해 그 동안 추억들은 악몽이 되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그냥 발병 되는 병은 아닌 것 같다. 처음엔 우울증인 줄만 알았다. 극T 였던 내가 우울증이라니.. 사실 나는 우울증이란 병을 이해 못하는 극 T 인간이었다.
판도라상자를 열고도 이성적으로 전남편을 달랬고 즉각 외박을 금지 시켰고 1년 넘게 단속했던 나였었다. 헌신하고 노력 했던 그 기간에도 매일 밤 숨죽여 울며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그 순간들을 겪었어도 우울증이 중증까진 오진 않았었다.
이랬던 내가 이혼을 겪게 되고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된 후에야 몸과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우울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우울이라는 지옥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으며 우울감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했었다. 이혼을 겪었던 그 당시엔 인생이 끝나버린 기분이었고 이번생은 망했다는 사실에 죽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내 아이들을 위해 그럴 순 없었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를 위해 다녔던 대학병원 주치의 선생님을 통해 내 상태가 공항장애까진 아닌데 공항장애 직전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내가 우울증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자율신경실조증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종종 심장이 아팠었다. 그래도 밤에 잠이 든 상태에서까지 심장 통증을 느낀적은 없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자율신경실조증을 알게 되는건 오랜 시간이 걸려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어서야 알게 된다고 했다. 즉 기질적으로 이미 이 질환을 타고 났을수도 있다는 뜻인것 같다.
자율신경실조증(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생기지 않고,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발생한다. (※ 전문의가 아닌 개인적 정리이며, 의학적 진단 기준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이 생기는 이유
1. 만성 스트레스·불안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스트레스와 불안이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교감신경(긴장)과 부교감신경(이완)의 균형이 무너져서 몸이 계속 '긴장 모드'에 갇히게 된다. 이게 만성화 되서 자율신경실조증이 생긴다.
2. 심리적 쇼크·이별·트라우마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면 자율신경계가 갑자기 불안정해지는데, 심리적 원인이 실제 신체 반응으로 이어진다는게 핵심이다.
3. 수면 부족
불면 또는 얕은 수면이 반복되면 자율신경계 조절이 망가질 수 있다.
4.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우울·피로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교란 시킨다.
5. 신체적 탈진·영양 불균형
과로, 빈혈, 갑상선 문제, 과한 카페인, 식사 불규칙 등도 자율신경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고 한다.
6. 장기간 우울·불안이 누적될 때
우울/불안은 뇌-자율신경계-호르몬축(HPA축)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러면 작은 자극에도 몸이 '위기 상황'이라고 반응해 증상이 과하게 나타나는거다.
결론은 위의 모든 조합이 합쳐지면 자율신경계가 무너질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이 되고 자율신경실조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즉, 신경계 교란인거라서 몸이 스트레스를 정상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고 나쁘고와는 별개로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자율신경실조증은 면역 문제라기보다 스트레스, 신경계 조절 실패, 호르몬 변화, 심리적 충격, 감정적 스트레스, 생활습관의 불균형이 더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난 위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상태였고, 그 결과 나에게 자율신경실조증이 생긴 이유다.
고쳐쓰려다 내 몸과 마음은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