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우울증과 자율신경실조증의 관계
결혼 전부터 그는 바람끼를 여러번 들켰지만 '남자들의 허풍일 뿐'이라며 절대 아니라고 잡아떼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아니면 어쩔거냐'며 화를 내는 바람에 바보같이 그의 말에 속아 넘어갔었다.
남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던 나였다. 친구든 동생이든 누구에게든 제대로 상의라도 했다면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을텐데... 상견례를 앞두고 조상신이 결혼하지 말라며 그렇게 힌트를 주었는데도 나는 바보같이 결혼을 한거였다. 지팔지꼰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니 눈뜬 장님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이제는 꿈만 같다.
결혼후 3개월차에 나는 여전히 혼자였고 아무 이유없이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저 목석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그는 지인과의 일정이 있을때나 나를 챙겼다.
그런데도 나는 그가 나보다 남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결혼 5개월차가 되서야 겨우 깨달았다.
결혼 6개월차 그는 나와 5분도 대화하는 시간이 없었다. 아무리 외롭다고 말해도 술마시러 나가면 기본 새벽 3시 넘어 들어오던 전남편은 결혼직후부터 나만 보면 사고 싶은 걸 지겹도록 말했다. 뭔가 사달라는 말은 결혼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었다.
결혼 7개월차 새벽 4시가 되도록 안와서 전화했는데 이제 전화도 안받기 시작했다.
신혼 때부터 반복되는 눈물 속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치만 아무에게도 내가 진짜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못했었다. 내 우울증은 결혼 후 부터 시작이었다는걸 과거 일기를 다시 읽으며 이제야 깨달았다.
사실 그 때는 '바람' 이라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서 그를 믿어야 살 수 있을것 같았다. 24시간을 넘게 잠을 못잔 적도 있었기에 더 생각하면 정말 미쳐버릴거 같아서 머리 속의 생각을 억지로 멈췄었다. '아니라니까 믿어야지' 라며 살기 위해 내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내 속이 썩어서 곪는줄도 모르고 나는 상처 받은 마음을 덮어둔채 살아갔던 거였다.
지금은 분명히 보이는 거짓말들이, 왜 그 땐 하나도 보이지 않았을까? 방송에서나 보던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었는데, 왜 그 때는 알아채지 못했을까? 내가 정말 호구처럼 바보 같은 삶을 살았다는걸 이제야 실감한다. 이제와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과거를 되돌이켜 볼수록 그 때의 나를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다. 아마 나처럼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며 버티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엔 나보다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상대의 바람을 겪어보지 않고는 그 고통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그 고통은 죽고 싶은 생각에 사로 잡힐 정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인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때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건 바람이 확신이 아니라, 의심이라고 생각했었고 바람이 아닐거라며 믿고 살아서였기에 절대 가볍지 않은 아픔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우울증 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달콤한 신혼생활이 아니라 하루 하루를 버텨가며 괜찮은척 하는 신혼생활을 이어갔다.
경증 우울증이 몇 년 동안 쌓이면, 몸이 자율신경실조증이 생기기 딱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증 우울증 상태가 일정 선을 넘게 되고, 자율신경실조증의 또다른 조건들이 갖춰지면 발병할 수 있는 상태가 되버린다.
(※ 전문의가 아닌 개인적 정리이며, 의학적 진단 기준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멘탈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뇌·신경·호르몬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지쳐서 고장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경증 우울증과 자율신경실조증의 관계
① 우울증 → 활동량 감소 → 교감·부교감 불균형
우울증이 심하지 않아도 오래되면,
활동량이 줄고
외부 자극이 감소하고
규칙성이 무너지게 된다.
이러면 부교감신경이 과하게 올라가거나, 반대로 교감신경이 계속 긴장 상태가 되기도 한다
즉,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질 준비가 된다.
② 만성 스트레스가 ‘자율신경 조절 중추’를 지치게 만듦
우울 상태는 사실상 저강도 스트레스이다.
만성 스트레스가 몇 년 동안 몸에 쌓이면,
코르티솔 분비 패턴이 깨지고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소진되고
자율신경 회복 시스템이 작동을 멈춘다.
즉, 결국 어느 날 자율신경실조증 증상이 확 터질 수 있다.
③ 수면·영양·리듬이 무너져 신체가 버티지 못함
우울증의 여파로 신체 리듬이 깨지면,
깊은 수면이 사라지고
피로가 누적되고
심장 박동 조절이 흐트러지고
호흡 리듬이 불안정해진다.
이런 변화들이 전부 자율신경실조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④ 뇌의 ‘스트레스 감지 시스템’이 과민화됨
뇌가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면,
편도체(불안·공포 담당)가 과민해지고
전전두엽(감정 조절 담당)은 약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작은 자극에도,
심장이 벌렁
숨이 가쁘고
머리가 멍하고
심박수가 출렁거리게 되는 것이다.
즉, 바로 자율신경실조증이 발동하는 순간이 된다.
이처럼 어느 날,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경증 우울증이 임계치 도달하게 되면 자율신경실조증이 발병하기 좋은 조건이 되어가는 것이다.
자율신경실조증은 보통 갑자기 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몇 년간의 우울감·불안·스트레스·수면 문제·지침 등이 조용히 누적된 후, 몸이 더는 감당하지 못할 때 급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시작된 것 같은데? 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몸이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겪고 있는 자율신경실조증 증상들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이처럼 몸과 마음이 오래 버텨오다가 한 번에 무너진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