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보디가드로서 책임과 사명을 느꼈던 젊은날
제3화.
무대 뒤의 무대 — 세계적인 예술가를 지킨 시간
백령도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유서를 쓰던 그 시절이 지나고,
나는 전혀 다른 바람 속에 서 있었다.
향수 냄새와 조명이 섞인, 무대 뒤의 공기였다.
그날 내가 지키는 대상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였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한 마리 새 같았다.
가냘픈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전장을 울린 총성보다 더 강렬하게 가슴을 때렸다.
하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은 박수와 환호 뒤의 어둠,
그곳이 바로 나의 전장(戰場)이었다.
공연 전, 나는 객석과 무대 주변, 출입구, 호텔까지
모든 동선을 점검했다.
누군가는 그걸 과하다 했지만,
내겐 ‘과함’이 아니라 ‘기본’이었다.
예술가의 목소리를 위협하는 건 총탄만이 아니었다.
광적인 팬, 예상치 못한 돌발객,
혹은 단 한 번의 안전 허점이 그 목소리를 꺼버릴 수도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나는 무대 옆 암전 속에서 조수미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 숨은 마치 백령도 초소에서 들었던 전우의 호흡처럼
집중을 강요했다.
무대 밖에서 나는 관객의 표정, 나와 협력중인 공연장 경호팀의 손짓, 무전 교신내용,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의 동선까지 모두 기억 속에 기록했다.
그날도 작은 사건이 있었다.
공연 중간, 무대 옆쪽 출입문이 미세하게 열렸다.
관객이 아닌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순간, 내 심장은 군 시절처럼 단단히 조여졌다.
나는 무대 뒤로 빠르게 이동해
그 인물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는 공연 관계자였지만, 허가받지 않은 동선이었다.
그 순간,
“혹시나”를 막아낸 건 내 본능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조수미는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당신이 있어서 참 든든해요.”
그 한마디에,
수개월 동안 이어진 장거리 이동과 철저한 경계,
심지어 내 몸을 베어내는 듯한 긴장감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날 확신했다.
내가 지키는 건 단순히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숨, 목소리, 예술, 그리고 존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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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메모
전쟁터와 공연장은 다르다.
하지만 둘 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내 심장을 던져야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