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중재자, 피스메이커의 꿈을 실현하다
보디가드, 팀리더, 교관을 거쳐 경호회사의 대표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PMC(민간군사기업) 파트너 임원으로서 세계의 전장에 발을 들였다.
그곳은 군복 대신 양복을 입었지만,
실상은 더 위험하고, 더 복잡한 전장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안보 자문”과 “시설 경호”였다.
그러나 분쟁지의 현실은 서류에 적힌 문구와 달랐다.
어제까지 마을을 지키던 보디가드(경호•경비원)들은 오늘 총을 든 반군이 되었고,
함께 계약을 논의하던 관리인은 저녁이면 사라졌다.
밤새 울려 퍼지는 총성과 폭발음 속에서
나는 ‘전문가’라는 명칭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특히 한 나라에서는,
한 유전 시설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맡았다.
석유는 그 나라의 심장이었고,
그 심장을 노리는 무장세력과 기업, 정부까지 얽혀 있었다.
나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눈빛 하나, 손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거기서의 실수는 곧 사람의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밤이면 우리는 숙소에 모여
하루 동안 살아남은 것을 축하하듯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나눴다.
그 커피는 총보다 강했고,
그 짧은 순간의 웃음은 방탄복보다 더 큰 힘이었다.
돌아보면, PMC 임원으로서의 시간은
내게 ‘지구촌의 맨얼굴’을 보게 했다.
국가라는 울타리, 언론의 포장지 없이
오직 생존과 욕망만이 남은 세계.
그 안에서 나는 다시금 다짐했다.
내가 지키는 일은 돈을 위한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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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메모
전쟁은 언제나 명분을 갖고 시작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죽어가는 건 이름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삶을 지켜내는 일을 내 업(業)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