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감정 전문가로서의 첫 발자국
보안·경호 전문가에서 박물관과 문화재 세계로 발을 옮겨가며 자연스럽게 확장된 과정을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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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돌 속에 새겨진 시간 — 유물 감정가로의 첫 발자국
분쟁지역과 경호 현장을 넘나들던 내가
뜻밖의 문을 열게 된 건 ‘유물’이었다.
처음부터 학자가 아니었고, 박물관장이 아니었다.
내가 그 세계와 맞닿은 순간은,
폐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사(화석)박물관을 도우면서였다.
보안관리와 경호를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는데,
그곳에는 생명이 없는 화석들이 아니라
수천만 년의 시간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경비를 서며 깨달았다.
“이 또한 내가 지켜야 할 생명”이라는 사실을.
그날 이후, 나는 유물을 ‘대상’이 아닌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
이후 영세 갤러리와 작은 소장가들을 돕는 일로
내 역할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들의 소중한 작품을 보호하고,
사기를 막고,
안전한 전시와 거래를 가능케 했다.
그러다 점점 더 깊숙이 이 세계로 들어갔다.
나는 중국의 국가감정위원을 한국으로 초청해
공식 감정 자리를 마련했고,
국제 경매까지 주관했다.
단순히 경호를 넘어,
리조트 개발과 전시 기획까지 맡으며
문화재와 예술품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를 설계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알았다.
유물 감정이란 단지 진위(眞僞)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역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라는 것을.
총과 방패로 시작한 내 인생은
이제 돋보기와 서명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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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메모
무너뜨리는 힘보다,
남겨두는 힘이 더 강하다.
나는 유물 속에 살아 있는 ‘사람’을 지켰고,
그 순간부터 스스로 유물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