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감정기관의 수장, 무게와 책임

동북아역사문물연구원 제2대 원장으로

by 김진용 GSG의장


감정기관의 수장, 무게와 책임


나는 어느새 유물 감정의 주변인이 아니었다.

경호 전문가, 보안 자문가, 국제 경매 기획자로 시작했던 길은

결국 나를 한 통일부 산하 기관의 수장 자리에 앉혔다.

책임과 권위, 그리고 수많은 눈길이 쏠린 자리.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더 깊은 외로움과 무게를 느꼈다.


감정위원으로 있을 때는

한 점의 작품, 한 사람의 소장을 판단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기관장이 되자,

내 서명 하나가 국가와 사회,

심지어 후대의 역사까지 흔들 수 있었다.

진짜와 가짜, 보존과 훼손,

남길 것과 버릴 것을 판정하는 일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찼다.


한 번은 해외에서 돌아온 청동기 유물의 진위를 판정해야 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나는 외부 압력과 로비,

심지어 협박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날 밤, 책상 위에 놓인 그 청동기와 마주하며

나는 다시 군 시절의 유서를 떠올렸다.

“무엇이 옳은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물음만이 나를 버티게 했다.


기관장이 된다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을 끝까지 홀로 짊어지는 일이었다.

박물관의 전시가 열릴 때마다,

감정서 한 장이 언론에 공개될 때마다

나는 늘 전장에 선 듯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게 덕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걷는 이 길은,

누군가의 탐욕이 아니라

시간과 진실, 그리고 후대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작가의 메모


기관장의 의자는 높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는 가장 낮은 곳,

모든 책임을 떠안는 자리였다.

그러나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믿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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