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문물연구원 제2대 원장으로
감정기관의 수장, 무게와 책임
나는 어느새 유물 감정의 주변인이 아니었다.
경호 전문가, 보안 자문가, 국제 경매 기획자로 시작했던 길은
결국 나를 한 통일부 산하 기관의 수장 자리에 앉혔다.
책임과 권위, 그리고 수많은 눈길이 쏠린 자리.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더 깊은 외로움과 무게를 느꼈다.
감정위원으로 있을 때는
한 점의 작품, 한 사람의 소장을 판단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기관장이 되자,
내 서명 하나가 국가와 사회,
심지어 후대의 역사까지 흔들 수 있었다.
진짜와 가짜, 보존과 훼손,
남길 것과 버릴 것을 판정하는 일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찼다.
한 번은 해외에서 돌아온 청동기 유물의 진위를 판정해야 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나는 외부 압력과 로비,
심지어 협박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날 밤, 책상 위에 놓인 그 청동기와 마주하며
나는 다시 군 시절의 유서를 떠올렸다.
“무엇이 옳은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물음만이 나를 버티게 했다.
기관장이 된다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을 끝까지 홀로 짊어지는 일이었다.
박물관의 전시가 열릴 때마다,
감정서 한 장이 언론에 공개될 때마다
나는 늘 전장에 선 듯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게 덕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걷는 이 길은,
누군가의 탐욕이 아니라
시간과 진실, 그리고 후대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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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메모
기관장의 의자는 높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는 가장 낮은 곳,
모든 책임을 떠안는 자리였다.
그러나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하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믿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