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훈련연대기:말 없는 엄마들의 시간-‘너 미워’라는 말을 들은 아이에게
- 아이가 친구에게 밉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엄마, 감정탐정놀이하자!
친구가 나를 밉다고 하면 어떻게 말할까?”
침대 위에서 벌어진 감정 대화 시나리오 훈련 놀이는 과연 어디로?
자기를 밉다고 한 친구에게 서운하고 화나는 마음을 먼저 말했던 아이가
친구가 밉다고 한 친구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에 응답한 과정을 지나고 나서
뜻하지 않게 길을 잃고 헤매는 엄마 탐정.
6화에서 엄마와 아이가 탐정처럼 안개 같은 마음속을 탐험하고
선명한 길을 찾아 헤매는 여정의 장면을 펼쳐봅니다.
예측되는 친구와의 상황을 연습해 보는 것.
친구인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
감정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
감정이 크고 예민하며 불안도 큰 아이에게,
사회적 대처 능력이 부족하면서도 눈치는 많이 보는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다.
아이가 실제로 친구 관계에서 이 상황까지 가기 어렵다는 걸
솔직하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 침대 위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가 할 수 있을 만큼, 해보고 싶은 만큼, 예측해 볼 수 있을 만큼
엄마와 함께, 해보게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와 친구가 된 나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 짜증 났지. 네가 그렇게 해서 짜증 났지. 그래서 미워진 거지.”
“네가 그랬다면 미안해. 하지만 내가 너를 일부러 화나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야”
아이가 친구 마음도 보고 자신의 마음도 함께 본 순간.
나는 좀 더 이 상황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럼 왜 그런 건데?”
“네가 화날 줄 몰랐지. 내가 너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초능력자는 아니잖아.”
“왜.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아니 내가 너한테 몇 번을 말했는데 그럴 줄 몰랐다는 게 말이 돼? “
“왜냐면 너무 과거의 이야기까지 하면 기억이 안 나…”
드디어 아이의 속도에 제동이 걸린 게 느껴졌다.
아이 친구 소영이가 실제로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었다.
조절이 미숙한 아이가 반복해서 실수를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소영이 뿐 아니라 관계에서 아이가 겪을 반복적인 상황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아이와 함께 천천히 다시 걸어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 때 친구가 친구에게 밉다고 말하는 상황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관계 구조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기 때문에
친구가 밉다고 한 데까지 친구의 마음도
누적된 무엇이 있다는 걸 밝히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자기를 밉다고 한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보려는 아이의 시도에 대해서
아이가 마음을 내어줄 만큼 최대한 내어준 상태라는 걸
알아주고 헤아리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같이 걸으며 다시 아이의 마음을 만져줘야 했다.
“엄마가 말해봐도 돼?”
“응”
“예를 들어 유민이가 친구한테 여러 번 어떤 친구 행동을 싫다고 말했어.
친구가 자꾸 까먹고 계속 똑같이 행동한다면 어떨 거 같아?”
“그냥 포기해야지. 그래, 그냥 해봐라 그냥. 내가 기다려줄게.”
아이의 깊은 속내가 또 하나 툭 벌어졌다.
포기라는 말속에 숨어진 아이의 애씀과 자율성의 흔들림.
체념 속에 숨은 아이의 수많은 애씀의 시간이 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벌어진 아이의 마음을 쓰다듬고 조심히 따뜻하게 어루만져보기로 했다.
“포기. 유민이는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맞아.
엄마 생각엔 그래. 친구니깐 유민이가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
그거 아니야?”
너는, 너니까 그럴 수 있다는 인정과 수용.
살며시 문지르는 내 손을 아이가 “응”하고 잡았다.
아이가 자신도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무의식적으로 흐르는 아이의 선한 마음을 비춰주고 싶었다.
“친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반복하는 데는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있는 걸 유민이도 아는 거 아니야.
친구니까 장점 단점이 있는데 단점도 좀 받아들여주고
친구 실수하는 행동도 이해해 보려는 거잖아.
엄마도 어느 정도 친구 관계에서는 그런 게 필요하다 생각하거든.
세상에 뜻대로 할 수 있는 관계는 거의 없으니까 나도 어느 정도 맞춰야지.
그러니까 그건 포기가 아니라 친구가 고치기 힘들구나라는 걸
유민이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준 거야.”
“그 생각은 유민이가 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유민이가 참을 수 있냐 없냐는 유민이가 선택할 수 있어.
도저히 못 참겠는데 억지로 참을 순 없는 거야.
참아지는 데까진 참아볼 수 있지."
아이의 애쓰는 행동을 계속 그렇게 하라고 얘기한 건 아니었다.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노력하면서
포기라는 이름으로 필요 이상의 많은 양보를 한다고 느끼는 피해의식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그 위에 자기가 선택한 행동이라는 긍정적인 옷을 입히고 싶었다.
너니까 친구를 이해해 보려는 생각으로 연결한 거라고,
자율성을 덮어주고 싶었다.
아이가 말했다.
“엄마 근데 내가 친구한테 계속 계속 잘해주고 있는데, 친구가 막 너 왜 나한테 이렇게 나쁜 짓만 해라고 하면서 마구마구 갑자기 화를 내. 나는 막 계속 계속 친구한테 좋은 것만 양보했는데, 나뭇잎도 큰 거 바꿔주고 장난감도 더 예쁜 거 빌려주고, 선물도 더 고급진 거 주고 장난감도 더 재미있는 거 빌려주고 침대도 나는 구석에서 자고 친구는 거의 더 차지하게 해주고 했는데. 친구가 나한테 너 방금 전에 너하고 나하고 손가락 조금 스쳐 지나갔잖아 왜 나 아프게 했어 하면서 마구마구 화를 내. 그럴 땐 어떻게 해? 엄마가 1번 2번 3번 대답해 봐”
아이의 하소연이 터졌다.
더 큰 피해의식으로 길이 나기 전에 어떻게든 뭔가 바로잡고 싶은 조급증이 올라왔다.
아이에게 거기 말고 여기를 보라고 하고 싶었다.
아이가 소화를 할 수 있을지 아닐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일단 서둘러 자기 속에 빠지려는 아이를 꺼내고 싶었다.
관계에 빛을 비추며 걸어봤다.
“엄마도 같은 경우가 있었어. 들어봐. 유민이가 생각해 볼 만한 상황이야.
유민이가 가끔 엄마한테 잠깐 스친 것이 아파서 엄마 왜 나 때려 사과해 달라고 할 때가 있잖아.
그럼 엄마는 어떻게 해?
일단 아팠다면 미안해. 근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 실순데 봐줘라 할 때가 있잖아.
그때 유민이가 자주 뭐라고 하지?
유민이 아픈 거 봐주지 먼저 봐주지 않으면 더 화를 내잖아.
그때 엄마 마음이 어떤 지 알아? 엄마가 평소에 되게
유민이 신경 많이 써주고 배려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조그마한 실수를 안 넘어가주는 거야. 그때 유민이는 무슨 마음이야?”
입장 바꾼 또 다른 상황.
또 다른 상황으로 데려와 유민이 친구 입장을 유민이로 만들고,
내가 유민이가 되어 유민이의 심정을 비춰본 것.
“아니 엄마 말고. 유민이의 친구가 마구마구 화내고 내 심정을 가지고 엄마가 그 친구에게 말해보는 거야. “
아이가 내가 보기 바라는 곳을 보지 않았다.
실제로 자기가 친구의 입장처럼 굴 때의 상황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은 아이에게 어려웠던 걸까.
자신이 원망한 친구처럼 자신도 굴 때가 있었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든 걸까.
더 참으라고 압박한 것처럼 느낀 걸까.
아이는 하소연을 쏟아부었는데,
나는 더 하소연을 하는 아이의 마음을 더 헤아리기 앞서
그 감정적 에너지에 내가 그만 휘말려 방향키를 놓친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나와 아이 사이에 그런 일은 빈번하다.
감정 에너지가 큰 아이를 둔 엄마가
감정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될 경우 겪는 흔한 일.
흔하게 자주, 엄마가 겪는 오류.
그래서 자기 심정을 더 잘 느껴보라고
아이가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끌어와 내게 대신 답해보라고 하는 것 아닐까.
뭔가 어긋나는 게 느껴졌지만 그 순간 나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너무 복잡하게 비추고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나는 계속 아이에게 여길 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도 똑같은 상황의 느낌을 알겠다고 말하는 거야. 엄마가 엄마의 상황에서 유민이의 심정으로
이야기해 보는 거야. 그 상황에서 유민이는 엄마가 무조건 사과해 주면 좋겠지? 엄마가 너한테 배려하고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그 순간 엄마가 실수 잠시 했는데 유민이가 안 참아줘. 엄마는 조금 섭섭해할 수 있지만 유민이가 그걸 알아주는 게 그 순간은 안되지. 유민이는 그 순간 엄마 심정 이해가 돼? 유민이가 불편한 것만 그때는 얼른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 크고 엄마가 그간 잘해준 거 뭐 그런 거는 생각이 안나잖아.
정리하자면 친구가 그런 거야. 유민이가 잘해줬던 거랑 상관없이 그때 친구는 그냥 자기 기분 나쁜 거만 있는 거야. 유민이가 잘해줬던 거는 그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거지. 이해돼?”
아이의 얼굴이 묘했다.
등을 돌리며 몸을 비비 꼬며 아이가 “어렵다, 그 말 지루하다”라고 말했다.
얼른 나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자 이런 거야. 엄마는 노력해서 말하고 있는데 너는 지루하다고 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말은 아프다.
이를테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전환해서 바라보려는 관점은
어른도 저항이 있는 법이다.
아직 아이는 친구에게 서운하고,
친구는 자신을 서운하게 한 지점에 서 있는데,
관점을 옮겨서 서로의 상호작용 속에 이 상황이 벌어졌다는
프레임으로 옮기는 것은 더 큰 용기와 여유가 필요하다.
나는 순간 걱정이 들었다.
혹시 이 이야기가 아이에게 ‘네가 문제야’라는 식으로 들리지 않을까.
이건 그게 아닌데… 아이의 선택이었고,
아이의 자율성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자꾸 이 상황으로 비추는 것은
자율성이 낮고 의존도가 높고 불안이 높은 아이에게
문제의 핵심을 자책으로 왜곡해서 풀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고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이다.
소화가 안 되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잠시 고민하다 다시 말했다.
“자, 그럼 엄마가 이렇게 말해볼게.
1번. 네가 그렇게 불편하다고 하니까 그건 알겠고,
너는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 일단 그거를 인정해 주고.
그런데 나도 나름 계속 노력했는데 그걸 알아주지 않고
니 불편한 것만 말하니까 나도 좀 섭섭해.”
아이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가 다시 몸을 돌려 들어왔다.
“2번. 너는 어떻게 너만 생각하냐? 나는, 내가 해줬던 건 기억도 안 나?”
“3번. 네가 그렇게 느낀 건 알겠어. 기분 나빴다면, 일단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나도 애썼는데 네가 그러니까 조금 섭섭하긴 하다.”
“심사위원의 선택은 1번!”
아이의 유쾌한 목소리가 울렸다.
“1번은 이해가 돼?”
“응.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아.”
아이는 자기 마음을 이해받는 느낌이 부족했던 것이다.
내가 친구의 마음을 비추고 아이가 그 마음을 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기려면
자기 마음이 충분히 이해받았다는 느낌이 있어야 했는데,
게다가 이 장면 속에서도 자기를 밉다고 한 친구에게
친구가 왜 밉다고 하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동안 자기가 애쓴 걸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게, 먼저 올라오는 아이에게
내가 진짜 속마음의 속도를 놓치고 말았다는 걸 알았다.
이 신호는 연이어 이어졌다.
“엄마, 아까 4번 하고 5번에 대해 뭐라고 안 해줬어.”
엄마가 헤아려주는 단계를 넘어서 친구와의 관계를 비추려 한 공백을
아이가 기가 막히게 다시 불러냈다.
그런데 4번이 얼른 기억이 안 나자
내 마음속도 파문이 일듯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괜히 아이에게 화살을 겨누며
아이에게 기억해 보라고 하고, 왜 기억 못 하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 나를 아이가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 준 말.
“마음속에 많이 많이 이런 식으로 말해가지고 담아두려고 그랬어…
작은 먼지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법! 큰 신문지는 잘 사라지지 않는 법!”
갑자기 눈앞이 뚜렷해졌다.
아이 말이 맞았다. 자꾸 연습하는 게 답인데.
비뚤어진 엄마의 핀잔에 도리어 유쾌한 아이의 응답은 나를 회복시켰다.
아이에게 답했다.
“유민이 말이 맞지. 자꾸 연습하는 게 답이지. 엄마가 좀 너무 냉소적으로 말한 것 같아. 미안해.”
엄마의 빠른 사과에 아이의 마음도 빨리 작동하여
아이의 마음속에서 4번의 응답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그 응답은 기억에서 흘러나온 게 아니라,
이 대화에서 반복해서 훈련되어 아이 마음속에 정돈되어 담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아이 자신의 마음 정리였다.
“4번. 내가 베푼 게 많은데 네가 화를 내니까 일단은 미안해.
그렇지만 내가 너한테 많이 좋게 대해줬는데
네가 이러니까 조금 속상해.
그러니까 그 표현은 서로 마음이 좀 안 맞는 거 같아.”
이번 감정탐정놀이에서 유민이와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5화
[감정 표출] 억울함, 분노, 서운함, 원망 1차적인 감정이 쏟아짐.
[감정 해체] 표면의 감정에 엉킨 진짜 감정 찾기. 감정 명명과 분리.
[관계 재구성]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
6화
[말 연습] 진짜 마음의 소리(원하는 것, 봐야 할 것, 말해야 할 것)를 찾는 것
[회복 놀이] 상상과 유머, 인정과 스킨십으로 감정을 수용해 주기
이 구조는 단순한 말 연습이 아니다.
이건 감정이 언어로 외화 되고, 관계 감각이 확장되고, 자기 서사가 회복되는 과정이다.
“유민이도 소영이에게 공격적으로 말할 수는 있어. 하지만 하지 않는 것뿐이야.”
유민이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민아 왠지 알아? 그게 유민이를 정말 힘들게 했고, 그게 상대방을 정말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유민이가 겪어봤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도리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유민이도 맘만 먹으면 소영이를 이길 수 있어.”
자기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고 관계를 들여다보고
자기 내면의 힘이 일어서는 과정을 겪고 있는 아이.
아이는 마음이 정리가 되자 남은 감정을 다시 한번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배려를 했는지 몰라! 그런데 네가 계속 계속 나한테 화내고 혼내고 그러잖아! 그래서 내가 기분이 얼마나 나빴는지 알아? 다른 사람 입장으로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내가 그동안 네가 하라는 대로 하인처럼 매일매일 해줬는데, 너는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배려를 안 할 수가 있어? 나 지금 속상하단 말이야. 너무해. 나의 말을 안 들어주고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내가 기분이 나빴는데 너 상대방의 기분도 생각도 안 하고 하고 싶은 대로만 했잖아! 그래서 내가 기분이 얼마나 나빴는지 알아? 진짜 나도 화나면은 이렇게 분출할 수도 있다고!”
아이는 큰 소리로 마음의 응어리를 터뜨리고 울먹이며 흩뿌렸다.
나는 가만히 아이의 속 맺힌 마음의 소리를 곁에서 들었다.
“유민이 말 너무 잘했어. 어 유민이 마음이 그랬어.
엄마가 꼭 안아줄게. 유민이 마음이 그랬어…”
그 순간 그저 아이를 안아주고 꼭 받아주는 것뿐.
이 감정의 분출이 이 대화 훈련의 끝이 될 것이 느껴졌다.
조금씩 아이의 마음이 씨앗이 심어진 게 보였다.
또다시 그런 상황이 와서 다시 똑같이 하게 될지라도,
맘먹고 이겨보겠다고 하지 않더라도
침대 위에서 아이가 안전하게 연습하는 이 말들이 아이의 마음속에 담기고
언젠가 모종이 되고 단단한 나무가 되기를 바랄 뿐.
아이는 마지막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속이 시원해졌어.”
“사이다 마신 것 같아.”
“환경 미화원 느낌, 설사약의 사장님처럼!”
“유쾌 상쾌 통쾌!”
아이는 힘이 붙었는지
다른 친구에게 서운한 일도 커다랗게 시원하게 토해내고 정리했다.
그리고 나도 아이에게 그리고 엄마인 나에게 한마디.
“엄마 유민이 마음 속시원히 들어서 너무 속 시원했어. 유민이 마음을 유민이 입으로 크게 들으니까 잘 알게 돼서 너무 고마워. 너무 좋았어.”
그러자 한 걸음 나아가 엄마 아빠에게 웃으며, 하고 싶은 말도 생긴 유민이.
“왜 엄마 아빠는 힘든 삶을 살고 있는가! 휴게소처럼 잠시 쉴 곳도 있어야 하는데! 어른들도 어린이처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왜 어린이들은 사랑하는 어른들이 행복해하면서 편히 쉬는 모습을 못 보는 것인가! 매일매일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하는 어름의 삶이 얼마나 힘들어 보이는가!"
“일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숙제일 뿐이다. 인생의 전부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다. 가끔씩 기쁜 일도 있는 거고 행복한 여러 가지 이벤트도 있는 거다!”
이 모든 말은 감정을 훈련하고, 표현하고, 이해받은 아이의 회복의 언어였다.
아이의 감정을 훈련시키는 일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듣는 훈련을 나도 해야 한다는 것.
그 감정 속에 아이가 얼마나 많은 은유와 상상력으로
자기 마음을 꾸려내는지를 마주하면,
우리는 비로소 말 없는 마음이 말이 되는 장면을 함께 겪게 된다.
아이의 회복의 언어는 생각보다 큰 위로의 말로 돌아온다.
“근데 유민이가 왜 이렇게 착한지 알아? 원래 어릴 적부터 다정한 엄마를 만나 착한 인성을 기르고 엄마 아빠가 착해서 착한 인성을 기르고 엄마 아빠가 착해서 착하고 예쁘고 귀엽고 멋진 유전자를 받아서 이렇게 된 걸로! ”
그리고 나는 이 감정탐정놀이의 마무리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건 그냥 훈육이 아니라, 존재의 회복이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유민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무리 선언을 했다.
“사람은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살아야 해. 일은 숙제일 뿐이야!”
유쾌 상쾌 통쾌!
※ 참고 안내
이 글에서 다루는 감정 반응과 기질 해석은 ‘유민’이라는 한 아이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아이마다 기질과 감정 반응 양상은 다를 수 있으며, 본 글은 특정 진단이나 처방이 아닌, 감정 관찰과 훈련 과정을 기록한 사례입니다. 저는 심리상담가나 임상심리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 감정, 이야기 구조를 다루는 일을 해왔고, 아이의 감정을 관찰하고 훈련하며 살아온 시간을 기록하고 공부해온 엄마이자 감정 언어를 배우는 사람입니다. 이 경험이,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