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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프롤로그

당신께 드립니다

by 원임덕 시인

당신께 드립니다

~ 그대의 프롤로그

겨울은 침묵의 계절
침묵 속에서 가슴으로 듣는
그 말씀을 삼켜
겨울을 살겠어요

겨울로 가는
늦가을의 나뭇잎들이 떨어질 때
뒤늦게 핀 해당화 꽃 한 송이가
그대의 슬픔 같았습니다

긴긴 이야기는 천천히 듣기로 해요
인생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우리는 그것들을 단순히
상점에서 물건을 집어담듯이
필요한 것만 담을 수 없는
매일 보내고 매일 맞이하는 오늘처럼
새로운 숙제와 이정표를 만납니다

더러는 이름도 없는 길 위에서
때로는 처음 들어서는 거리에서
그 오늘이 과거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의 미래였어요

그대는 우리가 알게 되는 순간을
계획했을까요
인생에 있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는 설정할 수 있지만
무엇은 설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현재의 마음가짐
현재의 믿음
현재의 실천에 대한
우리 자신의 성실성이 내일을 창조한다는 것 말고는
따로 세워두지 못하는 것이 미래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가장 미래적인 것이 자기 고백이며
그 고백을 통해 이루어지는 역사만이
사랑에 기여하며 행복을 만들어낸다는 것

소리 없는 기도를 하는 사람
그가 당신이어서 좋습니다

듣지 않아도 들리는 말씀처럼
밀물처럼 스며드는 그대의 이야기를
늦가을 이슬비를 맞고 피어있는
진분홍 해당화 꽃이

그대 이야기의
프롤로그로 다가옵니다

choiwon 원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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