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와 여인 1
어제 오전에는 명여사가 다녀갔다.
며칠 전 씀바귀를 캐서 반찬을 담아놓았다고 전화를 걸어오셨다.
이곳 산에서만 16년째 살고 있는데
지금도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안정이 된 셈이다.
명여사 같으신 분들이 계셔서 지금까지 이 산을 떠나지 못하고 사는 것이 맞다.
개들이 사람이 왔음을 알린다.
ㆍ큰 개 호돌이
ㆍ애완견 시마
ㆍ믹스견 수
ㆍ올봄에 낳은 치치 (아빠는 누군지 모름)
강아지들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오늘 명여사 이야기를 마저 하기로 한다.
명여사는 나보다 여섯 살 위의 농촌여인이다.
우리 어릴 때야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집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명여사도 그런 분에 속하고, 아버지 명을 거역하지 못해 시집이라고 가보니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었더란다.
그런 그니는 정말 부지런하고 말도 분명하고 주위에 친구들도 많다.
몇 해 전 이 사람과 인연이 되어 매주 한 번씩은 산에 온다.
김치를 담아도
감자가 생겨도
콩을 따도
항상 챙겨 오는 것이다.
어제는 씀바귀나물을 김치로 만들어 오셨는데 정말 맛있다.
오실 때마다 커피집에 들러
ㆍ바닐라라테ㆍ를 포장해서 가져오신다.
나는 커피전문점 커피가 비싸서 먼 길 운전할 때 외에는 주로 마트에서 사 온 조제커피를 마시는데, 요즘 나오는 커피는 정말 품질이 좋다.
아라비카ㆍ도 좋고
카누에서 나오는 말차라테 바닐라라테 등등 고급진 커피들이 나의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 명여사님! 커피와 소금 빵 이렇게 다하면 값이 어떻게 되나요?"
이만이천 원 이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앞으로는 사 오지 마세요."
"너무 비싸네요"
아니란다.
스님도 맛있는 커피 한 번씩 드셔야 한단다.
나는 커피 사 오지 마시고 부처님 전에 초값으로 올려주시라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었다.
맛있는 커피 함께 마시면서 마음을 열어 심중에 고인 말씀을 하시고 싶었던 것이다.
<계속>
이야기가 길어져 내일 마저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