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농사
오늘은 아침부터 부산했다.
며칠 고단해서 아침에 피곤을 느꼈는데 어제부터 컨디션이 회복이 되어 새벽 좌선을 마치고, 이른 아침을 먹고는 밖에 일을 한다.
체질이 변했는지 풀밭에 가면 풀독이 올라 여기저기 벌레에 물린 것처럼 빨갛게 되고 몹시 가려워 궁리 끝에 마당 가장자리에 화분을 늘여가며 산에 가서 흙을 퍼다가 채소를 심는 것이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만들어 내년에 농사를 짓기 위에 흙을 다 채우지는 않고 윗부분은 남겨 둘 작정이다. 흙에도 영양분이 있는데 물을 줄 때나 비를 맞으며 흙에 있는 영양분이 씻겨져 내려가면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해가 바뀌고 모종을 심으려면 해동하고 새흙에 퇴비거름을 섞어 보충해 주어야 한다.
고무 양동이에 흙을 담아 옮기는데 시장 갈 때 쓰는 캐리어가 낡아서 헝겊가방은 벗겨 버리고 미니수레로 사용하는데 아주 요긴하다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마당 가장자리에 놓으니, 물 주기도 좋고, 밭에 갈 때처럼 장화를 신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기르는 채소로 충분히 반찬을 만들어 먹으니 생활에도 보탬이 되고 무엇보다 농약을 쓰지 않고 기르는 건강한 채소를 먹는 즐거움이 날만 새면 일하고 싶어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다.
나는 하루에 할 일이 많아 심심할 겨를이 없다.
외로움도 못 느낀다.
무엇을 못해서 안달이 나거나 괴롭거나 하지 않은지 오래된다.
그렇게 고대하던 출판지원금을 받고도 그 돈을 공과금 내는데 써버렸다.
코로나에 계엄에 몇 년 동안 경제사정이 나빠진 여파가 나도 겪게 된 것이다.
산중살이 하는 동안 지난 몇 년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모아놓은 저축도 없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없이 사는 사람이지만
근심을 하지 않는다.
전기료 공과금만 잘 내는 것만으로도
부자처럼 산다.
그런 근심들이 일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에 나가 돈을 벌며 사는 일도 좋지만, 자연 속에서 번뇌를 짊어지지 않고 사는 삶이 내게 주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박한 반찬에 만족하고
노동으로 밥맛은 꿀맛보다 달고
끄달림에서 멀어 마음이 텅하여
시원하고 자유로와 몸이 가볍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 문맥의 흐름이 두서없어도 그냥 발행할 생각이다.
생각이 이어지는 대로 적는 자유를 누리며
독자님들께서도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숲에 사는 사람의 일상을 부담 없는 마음으로 적으며, 이 공간에 올리는 것은
마치, 어릴 적 종이비행기를 접을 때
알 수 없는 소망이 함께 담겨
저 허공 속으로 멀리 날아가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던 것처럼
소망이란 건네지 않은 꿈을 간직하는 것
아닐까요?
ㆍ원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