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 아닌 작가의 뼈때리는 위로

책 <유년기를 극복하는 법> 알랭드보통

by 시드업리프터

알랭드 보통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알랭드 보통 작가는 이름은 ‘보통’을 갖고 있으면서 전혀 보통스럽지 않고 ‘특별한’ 작가라는 짧은 드립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는 사람 1명이라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이다.

나의 ‘내면의 아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늙은 캥거루로 살아간 지 오래된 지금, 독립하고 자취한 친구들에 비해 내가 정서적으로 성장이 조금 늦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도, 이것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혼자만의 숙제였다. 딱히 상담을 해보고 싶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그런 시기에 만난 게 <유년기를 극복하는 법> 책이다.


우리 집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기능과 역할의 수행은 뛰어난 집안인데, 감정을 나누거나 정서적인 성장을 하는 데 있어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가끔 엄마와도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다시 그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 것은 어떤 책 때문이었다.

평소에 비문학, 에세이를 자주 읽는 데 작가의 서정적인 표현, 어떤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 처음에는 와 신기하다. 이걸 이렇게 까지 생각한다고? 였는데 나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나 역시 글생활을 하지만 나는 생생한 묘사,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정도만 가능한 편이다. 사람들은 내게 글을 담백하게 쓴다고 말한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문체에도 배어있나 보다. 새벽에 혼자 남아서 쓴 글처럼 추상적인 글을 쓰는 작가에게 오글거린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감성에 젖은 글 자체를 쓸 수 있는 감각이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골똘히 생각 타래를 풀었을 때에는 정서적인 면에서 발달이 덜 된 게 아닐까? 하면서 이 책을 다시 펼쳐본 것이다.

이 책은 양면적이다. 엄마가 읽기에는 자신의 엄마를 향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자 자녀가 읽기에는 그들의 부모를 향한 글이 된다. 부모님에게 절대 잘못 키웠다고 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양육하는 부모의 태도에 따라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발현되는 모습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성숙한 배우자를 만날 수는 없다며, 누구나 상대의 미숙한 면모에 한층 성숙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30p.)는 측면에서 지금의 내가 안 변하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스스로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심어준다.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것 같다. 우리는 자신의 신경증에 숨겨진 논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최대한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께가 얇은 책인데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그어버릴 정도로 꾹꾹 눌러 담을 문장들이 많았다. 알랭드 보통의 책은 객관적이고 사실 기반의 글이라서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다. 인상적인 문장을 꼽자니 독서 모임을 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데 부모로부터 받은 혜택에 대해 적고 싶었다. 가장 이상적인 양육자의 태도가 아닐까


1. 혜택이란 부모가 자신의 필요를 잠시 제쳐 두고 아이의 혼란과 두려움에 온전히 집중할 여유가 있는 상태다.

2. 혜택이란 그저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부모가 자기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느낌이다. 설사 온 세상이 자기에게 등을 돌린다 할지라도 부모는 끝까지 곁에 남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충동에 시달리지만 그럼에도 연민과 이해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가르침이다.

3. 혜택이란 부모가 성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지독한 불안과 심각한 갈등을 아이에게 드러내지 않으며, 아이가 인생의 복잡성에 직면할 만큼 성숙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4. 혜택이란 부모가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라 자처하지 않고 상냥하고, 친밀하게 아이를 대하여 아이에게 멀고 이상적인 존재나 악당처럼 여겨지지 않는 관계다.

5. 혜택이란 부모가 아이의 반항을 견디면서, 아이에게 지나치게 순종적이거나 착한 자식이 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6. 혜택이란 아이가 결국엔 떠나가리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이의 독립을 배신으로 여기지 않는 자세다.


또, 알랭드 보통은 유년기에 마음껏 투정과 반항을 부려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투정을 부려도 끄덕 없는 부모들이 있어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한계를 심어주고 동시에, 몹쓸 행동을 하더라도 부모는 변하지 않는 사랑과 신뢰감을 준다는 안정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통 사춘기나 반항기를 부모님 입장에서 피곤하겠다라거나 중2병을 처치곤란한 존재로 여기는 시선이 있는데, 그때 부모의 행동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 부모가 될 준비도 여건도 안 됐지만,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자란 나의 결핍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단점을 갖고 있어도 변함없이 나라는 사실을 알아도 괜찮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마음이 든든해지는 책을 읽을 때는 그날 하루가 다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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