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들 시즌 1~2
이상한 드라마. 이상한 드라마. 특이한 드라마.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드라마였다. 술꾼도시여자들의 시즌1을 봤을 때는 자꾸 술을 마시고 싶게 하고 저런 삼총사 같이 끈덕진 우정이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시즌2를 봤을 때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극 중 역할은 부모님 세대가 보기에 여전히 극성스럽고 한심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어른으로서 한 뼘 성장해 있었다. 내 눈에는 분명하게 보인다.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 현실적인 축에 속하지도 그렇지만 딱히 현실적이지도 않은 전개라서다. 너무나 털털한 이선빈, 무뚝뚝하지만 행동에서 자상한 정은지, 직관적인 행동으로 시원시원하지만 속으로는 디테일에 강한 한선화까지. 다 너무 잘 어울리고, 너무 좋았는데 진짜 현실에 없을 법한 캐릭터이자, 현실에서 일어날 것도 같은 병맛 같은 스토리가 시즌2 엔딩 장면까지 이어진다.
아 너무 좋았다. 일단 대사가 솔직해서 좋다. 실제 나이 먹은 30대가 쓰는 언어 보다 공중파의 심의 기준에 맞춰 부드럽게 굴려 말하는 그런 언어가 아니어서 좋았고 지랄과 씨발이 난무하는 대사에서 쾌감이 느껴졌다. 실제로 욕은 안 써도 욕하고 싶은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법이니까. 참고로 나는 욕하는 게 안 어울려서 고3 때 화가 나서 욕할 때마다 친구들이 웃음보를 터지게 했던 적이 많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화가 날 때 욕으로 푸는 게 안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그 뒤로 딱히 화가 난 적도, 화를 그렇게 많이 내지도, 그때그때 간단하게 풀리곤 했다. 근데 여기서는 화가 나면 난다고 욕을, 짜증 나면 짜증 난다고 분출을 해버리면서 극 중 인물들과 시시콜콜 갈등을 만들어내는 데 내가 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시원함이 느껴졌다. 참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인간에게는 말이다.
그리고 그 나이대에 감정선이 뚜렷하다는 건데, 예를 들면 가족에 대한 미움은 있어도 DNA가 섞인 안전한 사람들이라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성 내도 그들과 갈라설 일 까진 없으니까 그렇게까지 된다는 것. 무심한 듯 알뜰살뜰 챙기게 되는 가족관계를 20대 후반(이라고 쓰고 실제 행동은 30대 중반들)의 주인공들이 잘 보여준다.
또 매일 같이 술로 푸는 습관이다. 뭐 진지하게 말하자면 알코올 중독이겠지만 우리나라는 대학교 OT때부터 술을 강요했고 술로 친해졌고 술로 푸는 문화를 주입식으로 가르쳤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나 역시 20대 후반의 회사 일과 사람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모두 술로 풀었다. 매일 같이는 아니어도 스트레스받을 때는 소맥, 힘들 때는 소주, 열심히 일한 피로감을 풀고 싶을 때는 맥주로 달리면서 그렇게 하루의 감정을 술과 함께 씻어 내렸다. 별안간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져서 망정이지, 술은 가까이할수록 위험한 존재이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술 넘기는 이마 찡긋의 장면이 그렇게 맛있게 보였다. 술을 다시 들게 됐지만. 어쨌든 술이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이 드라마가 100년 뒤에 봤을 때 역사적 사료의 가치가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 본다.
병맛인데 너무 끌리는 강북구 PD(최시원)도 잘 어울렸고 의외로 억압하며 살아온 유인영 역할도 너무 재미있었다. 나사 하나 빠지고 보는 듯한 편안한 드라마여서 그렇게 마음이 갔다.
아 이제 끝났다. 어떤 드라마는 보는 게 좋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