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안경쓰고 본 아바타3: 불과재 관람기
*경고: 영화 줄거리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첫번째 글에 이어서 두번째 후기
https://brunch.co.kr/@seed-uplifter/123
#다양한 갈등구조
SF 영화의 장점은 가상현실에서 무한 상상력이 발동한 장면을 보는건데 단점은 휴머니즘과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스토리가 빈약하다는 등)이다. 그런데 인터스텔라 처럼 SF 영화에 휴머니즘을 몇 방울 섞으면 엄청난 대작 소리를 듣는다. 아바타도 완벽한 영화일 수 밖에 없는게 내가 찾은 갈등 구조만 해도 7가지이다. 한번만 보고 나온 게 이정도라면 이 영화를 각잡고 여러 번 뜯어본다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1. 자연의 보존 vs 인간의 개발: 이건 아바타1 에서부터 이어져 온 갈등 구조라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2. 회사의 목표 vs 개인의 사심: 이건 아바타2에서 스파이더가 등장하면서 제이크 설리와 쿼리티 대령의 끝없는 갈등이 배신자를 끝까지 처단하는 해병대 정신이 발휘된 장면이 여럿 나온다.
3. 계급 조직의 의사결정 vs 민간 조직의 의사결정: 장군의 결정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 해병대가 작전을 게시할 때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이 옳은 소리를 하면서 결정에 견제하는 이견을 낼 때 세번 정도 이 장면이 나왔다.
4. 지켜줘야 하는 사랑 vs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랑: 아버지가 된 제이크설리는 우리 가족을 지켜야하는 생각이 아주 강한 해병대 출신이다 보니까 그 방식이 가족을 대할때도 드러나게 된다. 강요를 하거나 자신이 느끼는 위기감으로 보수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 그러나 이해가 너무 된다. 가족들 지키고 싶어서다. 그 방식이 아이들에게는 강요로 느껴지고 틀린 소리는 전혀 없었는데 아이들의 반발심 또한 이해가 됐다.
5. 세대차이: 큰 형을 잃은 둘째 자녀 vs 첫째 자녀를 잃은 부모: 사고로 잃은 첫째의 상실감을 두고 부모는 자기도 모르게 둘째를 원망한다. 결국 둘째는 아버지의 신임을 받는다. 이건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생존이 위협 받는 이때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제이크 설리의 마음도, 첫째 보다 신임을 덜 받고 있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둘째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SF 영화에서 자꾸 마음이 아픈데 이럴일이야? 너무 과몰입했다. 영화 후반부에 제이크 설리는 결국 아들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장면과 아들이 아버지를 넘어서 툴쿤과 그 무리를 설득하는 과정이 나온다. 이런 아버지, 세상에 없다. 흑흑 SF니까 볼 수 있는 유토피아적 부성애라고…
6. 순수혈통 ‘네이티리’ 자신 vs 혼혈 자녀를 둔 ‘네이티리’ 자신(=자기혐오): 아바타 세계관에서 가장 큰 균열이 일어난 게 토르크막토와 네이티리일 것이다. 인간과 사랑에 빠진 그녀와 제이크설리의 결혼은 혼혈이 되면서 판도라 행성의 새로운 차원의 ‘다양성’의 숙제를 남긴다. 순수혈통의 네이티로 살아왔던 자신과 남들과 달라서 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도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와, 거기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제이크 설리를 사랑하면서 안고 가는 그녀에게는 너무 큰 갈등 그러니까 자기 혐오까지 겪고 있었다. 그러나 제이크설리는 담대함으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사랑하니까 서로 함께 버텨내자고 말한다. 징징대는 어른이 아니다. 제이크설리는 성숙한 아빠의 본체였다고 느낀다.
7. 자기의 방식을 강요하는 부모 vs 강요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자녀: 언제나 생존의 위협에 도사리는 스파이더를 더는 끌어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부, 그를 위한 가장 최선의 방식은 떨어져지는 건데, 아이들에게는 큰 형에 이어 두번째 상실감에 놓이게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말하고 제이크 설리의 ‘이별’ 결심은 그리 설득적이지 못하다. 왜 그렇게 떨쳐놔야했을까, 그런데 가장 최선의 방식은 가장 어려운 고난 길이 되었다. 나쁜 아빠..못난 아빠..스파이더를 꼭 안고갈 수는 없었을까? 이 생각이 영화 3시간을 관통하지만, 결국 끌어안아야 한다는 해프닝을 겪는다. 또 스파이더는 제이크설리를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낸다. 아아 정말 미쳐미쳐.
그리고 종종, 제이크설리-네이티리 부부의 대화가 나온다. 근데 방식이 왜이렇게 성숙한지? 실제로도 부부들은 그럴까? 그야 나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이렇게 안정적인 애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 대화를 통해 부부 또한 함께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아바타3에서 인간의 삶의 철학을 배우다니, 이질적이만 그렇다.
아바타3는 듄2를 아이맥스로 본 것 만큼이나 엄청났다. 안 봤으면 이런 세계를 모른 채로 살았겠지. 얼마나 아깝겠어, 정말 대단한 영화다. 긴 영화 러닝타임 만큼이나 정리하는 데도 꽤 오래 걸렸다. 정말, 이런 영화가 완벽하지 않다면 도대체 어떤 영화가 완벽한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