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를 보고 왔다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영화였다. 최근에 느낀 감정선을 툭툭 묘하게 건드리는 그런 영화였다 나에게.
이 영화를 보면서 오피스 힐링 영화 <인턴>이 떠올랐던 건 왜일까? 승부와 패배가 아닌 사내 정치와 성과로 점철된 회사 세상에서 리더의 외로움이 느껴질 때마다 가슴이 울컥울컥 했다. 나는 리더가 아닌데... 이 시대의 가장인 아버지의 무게감 같은 게 영화 <승부>에서 이상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권위와 무뚝뚝함 가운데 따스운 행동들은 어린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1980년대 옛날 감성의 자극뿐만 아니라, 옛날 우리 시대 아버지 상이 조훈현에게서 느껴졌다. 사실 이 영화의 핀트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긴장감에서 오는 건데, 제자의 숙식을 모두 거들어 주면서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 로서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묘하게 라이벌이자 가족 관계로도 그려졌던 것 같다.
내가 왈칵하고 가슴 아팠던 장면은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지고 나서 평소 안 먹던 술을 과하게 먹고 지쳤을 올 때가 인상적이었다. 라이벌이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면서 남기철이 던진 말들이 극 중 패배자가 패배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해진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창호에게 져서 위기감을 느낀 조국수 조훈련이 포장마차에서 잘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오히려 조국수를 나무라는 동료들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그에게 한 마디라도 따뜻한 인정을 한마디 건넸더라면 아마 그는 어깨를 숙이고 엄청 울었을 것 같다. 외로워 보였다.
그냥 나는 영화 속에서 다정한 장면들을 너무 기대했던 것도 같지만, 시대는 2000년 이전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승승장구하던 조훈현이 자신이 키우던 제자에게 패배했을 때. 계속되는 승리로 타인의 시기와 질투를 유발하던 그를 대중은 동정심을 갖고 바라봤다. 그때 사람이 겸허해지고 담백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도 자존심이 엄청나게 세고 하면 한다는 의지가 확실한 사람인데 요즘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매번 모든 게임에서 이길 수만은 없는 건데 내가 이기는 걸 당연하게 기대하고 고꾸라지는 스스로에게 아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질 때도 있는 거다. 질 수도 있는 거다. 내 실력에 맞게 내 수준에 맞게 좋은 때가 안 오리란 법은 없다. 조훈현이 다시 재기한 것처럼. 한번 이긴다고 모든 걸 이긴 것은 아니고 페이지는 아직 길다. 스스로의 싸움에서 조금 더 버텨보기로.
아 나 이 영화가 묘하게 너무 마음이 가서 별점 5점 주련다. 어젯밤에 우수수 쏟아내고 싶던 영화 이야기가 오후에 되니 나뭇가지 부러지듯 똑똑 끊어지네. 일단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