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음이 하는 일>
과거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은 책인데 날 것 같으면서도 매우 정제된 문장이 나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후벼 팠다. 칼럼이라는 정기적인 글 토해내기 마감에 허덕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꽤 웃기고 서글픈 나의 마감 전날 밤을 얼마나 잘 묘사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꽤 재미있어~
오지은의 직업은 작가이기 전에 가수인데, 가수라는 걸 알고만 있을 뿐 기억나는 노래는 딱히 없었다. 인디씬에 있는 가수였을 뿐. 책을 통해 살펴본 오지은 작가는 직설이 좋고 에세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공감이 갔다.
나도 내 마음속에 편견이 있어서 내 책이 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는지, 유명 작가들만큼 비싼 건지를 부끄러워했는데 이 것은 예술의 영역에서 나도 동등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해 줬고, 또 마지막 챕터에서 계속 직시. 삶을 직시하라는 메시지가 들려서 좋았다.
올해의 모토는 <거침없이 직면하자>인데 다시 일깨워주는 따끔한 책이기도 했다. 에세이라서 출근길에 집중이 안 되는 시간에 쉽게 읽으려고 했던 건데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
74p.
언젠가부터 나는 사수를 찾기 시작했다. 다른 예술가들이 어떻게 마감에 대처하고 작업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책을 찾아보고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아, 이거 원래 어려운 거구나!
75p.
그 유명한 “어떻게 할지 전혀 감기 안 잡히는데, 그냥 다시 전화해서 다른 사람 쓰라고 할까?” 장면이다. 천재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너무 좋다. 감히 나와 겹쳐 볼 순 없지만 큰 위로가 된다. 책 <작가의 마감>도 재미있다. 일본 근대소설 작가들의 마감에 대한 편지와 산문을 모은 책이다. 나쓰메 소세키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다자이 오사무도 마감 앞에서 죄인이다. 음예 예찬으로 유명한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집중을 하루에 20분 밖에 못한다고 말했을 땐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다. 선생님도 그러세요?
76p.
예전에는 나에게 자격이 있을지 걱정을 했다. 비틀스의 앨범도 13,000원, 내 앨범도 13,000원, 그래도 되나. 앨리스 먼로의 책과 내 책이 같은 가격이어도 되나.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적어도 매일 8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것 아닐까. 결과물을 못 낸 날도 밥을 먹을 자격이 있을까. 지금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밥을 먹을 자격이 있다. 비틀스와 가격이 같아도 된다. 예술가에 대한 편견은 오히려 나에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개미도 베짱이도 아닌,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힘껏,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계속하는 사람. 그 과정에서 늦는 것은 정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페이지 몰라.
에세이는 삶을 직시하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든, 괴로워도 바라봐야 한다. 도망갈 곳 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 만들려면 아주 오래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에세이는 용감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간 글'을 뭐라고 부르든, 그것이 산문이든 수필이든 에 세이든, 글에 담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팬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