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감과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책 <우리의 실패가 쌓여 우주가 된다>

by 시드업리프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책. 이 날 워낙 여러 곳의 서점에 가서 책 그 자체만 집중해서 고르는 중이었는데, 한 분이 내 앞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가 실패를 주제로 인터뷰했던 글을 묶은 거예요. 이걸 제가 왜 설명하냐면, 저의 팀이 만들어서요."


나는 이 말 한마디에 책을 샀다. 책이란 게 엄청나게 주관적이어서 내 취향이건 아니건 그 상황에서 내 마음을 울리고 말았다. 바깥에서 우리의 팀장님이 우리의 결과물을 열심히 홍보하는 모습에서 소중한 마음씨를 느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이런 따스운 팀장님을 만나길 고대하면서, 그리고 나도 언젠가 따스운 팀장이 되길 고대하면서 별거 아닌 순간에도 온갖 의미를 붙였더니 지갑을 열 핑곗거리로써 충분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유독 실패, 불합격의 단어를 많이 흡수하게 된 때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헤처 나가야 함을 알고 담담하게 시작했으면서도, 담담하게 걸어가는 동안 가시덤불에 찔려서 휘청거리고 있는 순간에 만난 책이다.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실패라는 단어가 지겹게 나오는데,

내가 더 이상 이 단어를 겁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데 무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25p. 아이돌 상담심리 전문가 조한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이 회사에 로열티도 생긴 상태고요. 이 회사 말고는 갈 데가 없을 것 같고요.

먹구름을 벗어나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먹구름 자체도 나의 온전함 중 하나라는 걸요.


51p. 로봇공학자 데니스홍: 아르테미스의 흠결 없는 모습만 담았어도 될 텐데 넘어졌기 때문에 안 넘어질 수 있게 된 거거든요. 아르테미스는 아마 만 번도 넘게 넘어졌을 거예요. 실험을 하면서 찍은 동영상만 1TB 정도죠. 일부러 막 넘어뜨리기도 하죠. 넘어지는 원인을 찾으려고.


53p. 로봇공학자 데니스홍: 무조건 도전하고 막 실패하라는 건 아니에요. 설명하자면 현명한 실패죠. 도전할 가치가 있는지 일단 판단해 보는 게 중요해요. 성공 가능성은 적고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할 경우 파장이 큰 일이라면 도전해야 하죠. 도전하되, 안전장치를 준비하는 거예요. 혁신하려면 도전해야 하고 도전하면 실패도 많이 하게 돼있어요.


79p. 배우 김혜수: 사람마다 다 운명의 순간이란 게 있나 봐요. 이 나이에 이런 얘기하는 게 건방지지만, 누구나 삶에 고비가 오잖아요. 그게 한 번도 아니죠. 그런데 그 운명에서 살아남을 기회도 함께 오는 것 같아요.


90p. 배우 김혜수: 실패했다는 건 최소한 했다는 뜻이잖아요. 그게 중요해요. 머릿속에 있는 거? 말로만 하는 거? 중요하지 않아요. 해야죠. 실패해도 돼요. 실패가 없는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낫죠. 실패는 가능성이니까.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결국은 그게 삶의 원동력이 돼요.


153p. 가수 하림: 변화는 쉽지 않죠. 그러나 오지 않는 건 아니에요. 변화는 날씨처럼 온다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 날 계절은 바뀌어 있잖아요. 실패나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가 어떤 계절에 오는지가 중요한 거죠.


157p. 가수 하림: 실패란 그냥 실패일 뿐이다. 실패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실패하니까.


223p. 중독재활 시설 원장 한부식: 인생의 실패가 알려준 삶의 도는 뭘까요? 그냥 버티는 거지요. 그냥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 같아요. 짧게, 굵게고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이 책에서 실패라는 단어와 실패라는 질문에서 인터뷰이가 어떻게 극복했는지 집중해서 읽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결국 성공한 사람들이 지나온 과정을 말한 셈이니까 어쩌면 실패가 실패가 아닌 것으로 해석이 됐다. 실패가 진짜 실패가 아니네?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실패도 어느 정도 성공 반열(성공의 기준은 모두에게 다르겠지만)에 오르다 보면 이 것이 어떠한 기점이 됐고 기폭제가 됐고 계기가 됐나 보다 하는 게 보였다. 그저 과정일 뿐이라고.


밑바닥에서 기고 있는 나도 그러면 과정이라고 바라봐야겠다고 내재화했다. 바닥에서 끝나는 마침표가 아닌, 바닥에서도 계속해서 걸어가게 돼서 그래프가 우상향 하게 되는 그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 근거는 없지만 낙관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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