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이 듦>
이 책은 국제도서전 은행나무 출판사 부스에서 만난 인문학 책이다. 인문학이란 게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일반인이지만, 가끔 철학적인 질문을 사유하는 책에 유독 끌리는 시기가 있다. 어려울 줄은 알지만 용기 내서 산 책이 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자세로 읽게 될지 예상해 봤다. 나이 드는 것을 묘사하는 데에 대한 공감? 나의 느낌을 전문가가 대신 옮겨주는 쾌감? 나이 듦이란 객관적 사실을 글로 옮겨놓은 것에 대한 정보성? 어떤 것도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25p. 30세 이전의 청년에 대해서는 독립성과 자기 방식대로 일할 줄 아는 융통성, 열린 사고, 다양한 경험, 다면성을 높이 샀다가도, 일단 서른 고개를 넘어서면(정확히 서른을 분기점으로) 미래의 동반자들에게 확실한 안정성, 시간 엄수, 진지한 태도, 자기 통제와 같은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 마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아닌, 우리 어른은 스스로 알아서 사회에 맞게 달라져야 해요. 뭐 이런 식인가. 나이가 주는 어른스러움, 나이에 맞는 잣대가 생기면서 성숙함을 요구당하게 된다. 한때 나는 어른이 되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피터팬 같은 캐릭터를 추구했고 철 안 든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며 산 지 꽤 됐다.
32p. 30대가 갖는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추상적일 수 있다. 나이에 대한 생각을 의도적으로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 것이기에, 젊음에 대한 욕망이 고통스럽게 담겨 있지 않다. 30대가 바라본 자신의 나이는 아주 젊지도 않지만 늙은 것도 아닌 어중간함이며, 어느 쪽에도 섞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다. 나이는 의식한다고 의식되는 것이 아니다.
: 나이는 사회가 갑자기 어른스러워지라며 요구하는 그 기점, 즉 25세부터 의식하기 시작하여 줄곧 매년 의식을 하게 된다. 모든 대화가 나이가 들면, 모든 마케팅이 아홉수가 있고 소비자가 유독 공감하는 포인트가 된다.
46p. 교육과정을 마친 이후의 성인은 나이 드는 과정에 필요한 삶의 기술과 태도를 배울 일이 많지 않다. 직업과 인간관계, 연애, 결혼 등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거나 익힌 진리 정도가 그 사람의 태도를 형성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나이 드는 과정에서도 반영된다.
: 그래서 인생이 어렵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사회와 상호작용으로 스스로 지식을, 방법을 캐내야 하는 경험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57p. 젊음을 숭배하고 예찬하는 시대다. 아름다움과 젊음에 고착된 인물 도리언 그레이는 현대사회에서는 특수하기보다 보편적이다. (중략) 현대에 젊고 영원한 삶에 대한 욕망은 수요 공급의 관계로 상품 교환적으로만 이루어질 뿐 죄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기획 의도.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젊음에 주목하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의 자연스러움을 극도로 부정하게 되고 소외되게 만들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94p. 퇴직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장년층의 고민은 반드시 생업 때문만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로 재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재취업을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무엇을 하지 않는다면 늙는다거나 좌절감과 무력증이 생길 것이라는 추측이다. (중략)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그것은 자신을 무용지물로 취급할 것에 대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 사실,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내가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 기여할 점이 명확하다면 어떻게든 살아내고 버텨내고 존재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무용하다는 지점에 이르는 인간에게는 사회에서 나의 필요, 나의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 내야 하는 두려움이 기인할 것 같다. 이것은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와 상호작용해야 하는 백수 청년, 무직 청년, 퇴직 청춘 등등 연령과 관계없이 젊지 않은 나이 모두를 일반화해도 될 것 같은 말이다.
96p. 나이듦에 대해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은 경험이 쌓이면서 기다리는 법과 적응해 가는 법을 배우고 더 확실하고 균형 잡힌 방향으로 취향이 자리 잡혀간다고 했다. 취향이 확실하고 균형 잡힌 방향으로 자리 잡혀 간다는 것은 경험을 거친 최종 선택을 내 것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긴 시간의 결과이며, 나이 듦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배우고 익숙해지고 노하우가 생기고 실수를 줄임으로써 숙련되는 그 과정이 나이 듦이라면, 일을 배워가는 그 성숙함의 과정도 나이 듦 같다. (나이 듦=어느 것에 대해 점차 숙련되어 가는 것)
115p. 나이 듦은 인간의 존재론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공존하는 개인마다 인생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에 가깝다. 그런 만큼 나이 듦의 중심에 고독이 자리한다. (중략) 나이 듦이 표상하는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어떤 기회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단절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외적으로 내적으로나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시간의 유한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 나이 듦의 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표현한 적확한 정의.
139p. 노인의 삶, 노인의 속성은 어떠한가? 85세 독일 실존철학자 오도 마르크바르트는 늙은 사람은 거침없이 보고 말하고 쓰며, 자기만의 욕구를 가다듬는 것은 물론 종종 그것에 부끄러움 없이 솔직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완숙해진 인간을 표현하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