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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Mar 19. 2017

제육볶음 실패기

옆에서 구경할 땐 이 정도는 나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슈가파이집밥 이전 게시글에서 소개한 동거인이 만들어준 완벽한 제육볶음덮밥 ©슈가파이집밥
이번엔 한 번에 성공한다!


출처모를 자신감으로 동거인표 레시피 제육볶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오, 뭔가 도입부 분위기가 다른데 이번엔 정말 한 번에 성공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요...


대체 어떻게 하면 양념장에 돼지고기 재워서 익히기만 하면 되는 제육볶음을 실패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슈가파이집밥 매거진을 구독해주시면 된다.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남은 돼지고기 앞다리살 200g을 꺼낸다. 사진은 귀찮아서 안 찍었고 지난 번 게시글 이미지로 대체 ©슈가파이집밥

우선 돼지고기를 냉동실에서 꺼냈다. 너무 꽝꽝 얼어있어서 자연해동을 하다간 영영 제육볶음 맛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해동했다.


제육볶음에 사용할 재료들. 해동한 돼지고기 앞다리살은 키친타올로 핏기를 짜내고 돼지갈비 양념장에 재워두었다. 그 동안 양파, 당근을 채썰고 느타리버섯을 준비했다. ©슈가파이집밥

역시 전자레인지가 최고다. 고기를 해동했더니 그릇 바닥에 핏물이 고여있어서 키친타월로 고기의 핏물을 꼭꼭 짜내 주었다. 지난번 떡국 실패기 때 고기 핏기를 제거하지 않았던 실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꼭꼭 짰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요리가 아니다. 매 요리마다 새로운 실패를 적립하는 유동이의 슈가파이집밥이다.


한 번 얼렸다가 해동한 고기에선 돼지 누린내가 나기 때문에 핏기를 제거한 뒤 양념장에 재울 때 후추 간을 해줘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거 몰랐다. 그냥 양념장에만 버무리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완벽한 줄로만 알았다. ©슈가파이집밥

이미 망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신이 나서 준비한 재료인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 앞다리살, 양파, 마늘, 당근, 느타리버섯을 한 번에 팬에 투하하고 익혔다. 고기를 익히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아...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넣는 게 아니구나...'


우선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우기 전에 고기에 후추를 먼저 뿌려줘야 한다. 그래야 해동한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안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에는 기름을 두른 뒤 마늘부터 익혀주는 게 좋다. 이것 역시 고기 냄새를 잡기 위함이다. 그 이후에 고기를 넣고, 나머지 채소들을 넣어준다. 왜 나는 항상 실패한 뒤에야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일까.


제육볶음이 돼지 누린내와 함께 완성되고 있다. ©슈가파이집밥

그래도 이만하면... 버섯도 있고 첫 시도치곤 나쁘지 않은 제육볶음이다. 일단 고기가 알맞게 잘 익었으니까! 누린내는 못 맡은 척하고 맛있게 먹어주면 된다.


사진으론 냄새까지 전해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슈가파이집밥

사진으로 보기엔 맛있는 제육볶음 한 상차림 완성!

다음번엔 냄새까지도 맛있는 완벽한 제육볶음에 도전할 것이다.



슈가파이집밥 / 내가 차린 밥상 인스타에 올리고 내가 좋아요 누르기 운동본부
유동이가 동거인에게 배우는 2인 가정식 레시피입니다. seedinearth@naver.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ugarpie2017
슈가파이집밥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sugarpiezipbab
유동이 브런치 https://brunch.co.kr/@seedin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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