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소수자임에도 트랜스젠더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면
오늘 트랜스젠더를 실제로 처음 보시는 분 손 들어보시겠어요?
손을 들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나만 손을 들었다.
퀴어인컴퍼니 세 번째 인터뷰이인 트랜스젠더 한희 님을 처음 만난 건 작년 ‘소지(SOGI, Sexual Orientation&Gender Identity) 인권아카데미’에서였다. 한희는 강사진 중 한 명이었고 나는 수강생이었다.
나는 한희의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도 없었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도 막연하기만 했다. 이번 편에서는 한희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트랜스젠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트랜스젠더 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물어보면 한국인 대부분이 ‘하리수?’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범주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트랜스젠더란 태어났을 때 의사나 산파 혹은 부모에게 지정받은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출생 시 “여자아이입니다. 딸이네요!” 같은 말로 여성이라 지정되고 딸로 길러졌으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인식이 없는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출생 시 남자아이로 지정돼 아들로 길러진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트랜스젠더 중엔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이 아닌 몸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트랜스젠더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신의 성별을 여성이나 남성으로 규정짓고 싶어 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도 있다.
한국에선 의학적 용어인 엠티에프(Male To Female, MTF), 에프티엠(Female To Male, FTM)이 많이 쓰이지만 한국, 일본 외에는 쓰는 나라들이 많이 없다. 한희 역시 자신을 소개할 때 엠티에프보단 트랜스여성을 사용하는 편이다.
한희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트랜스젠더는 커밍아웃하기 전부터 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 행동하는 것만 봐도 ‘얘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구나’하는 느낌이 있다고. 그래서 커밍아웃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더 거부되는 경우도 있다. 한희는 커밍아웃을 하기 전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 외 일반 사람들 앞에선 남자인 척 연기를 하고 남자로 받아들여지게 행동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트랜스여성을 예로 들자면 하리수 씨처럼 성별 정정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은 하지 않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만 투여받고 사는 경우도 있다. 또 호르몬 등 의학적 조치를 전혀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내 트랜스여성 사례 중에 성별 정정을 다 해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까지 1에서 2로 바꿨는데 직장동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분이 계세요. 남자일 때랑 똑같이 짧은 머리에 예전에 입던 옷을 입고 살고 계시거든요.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다양한 트랜스젠더들이 있고 그들의 삶도 그만큼 다양하다.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해도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아니라면 한희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나처럼 트랜스젠더에 대해 무지할 수 있고,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운 좋게도 소지 인권아카데미를 통해 한희라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트랜스젠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번 편에선 트랜스젠더 기초상식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한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참고로 소지 인권아카데미는 성소수자 인권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 및 관련 지식, 쟁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소규모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1~2월 교육과정을 연다.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앞으로의 연재 계획
제 주변 성소수자들 중 퀴어인컴퍼니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지인들을 한 분 한 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모은 인터뷰이들은 5명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인터뷰들을 읽어주시고, 인터뷰이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으신 퀴어 독자가 계신다면 이메일(queerincompany@gmail.com)이나 QiC 트위터 공식 계정(@queerincompany)으로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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