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는 건 인생을 보는 듯하다. 오늘 하루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에 물든 풍경화를 만들면 그날의 끝을 맺는다. 지난날 누군가 무심코 뱉은 말은 메아리가 되어 고막에 꽂힌다. 순간 머리가 돌덩이가 되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는 송곳으로 찌르는 듯하다. 감당하지 못해 고개를 아래로 떨구니 지나온 어제들이 모여 발자취를 남겼다.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색이 바래고, 가죽이 갈라졌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도 이랬을까? 고기를 잡으러 바다 한가운데 나가 월척을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포악한 포식자들에게 뜯기고 만다. 자신이 가져가지 못하면 남이 가져간다. 남이 가져가지 못하면 본인이 가져간다. 누군가 기쁘면 본인은 슬플 수 있고 내가 기쁘면 남이 슬플 수 있다. 인생의흥망성쇠가 얽히고설켜 바다에 삼켜진다.
바다처럼 매일 아름다운 날만 있으면 하고 사색에 잠긴다. 풍파 없이 고요한 바다는 있을까? 휘몰아치는 태풍은 바다를 더욱 강하게 만든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며 두려움의 대상도 된다. 잔잔히 흐를 때는 가만히 있지 않고 흘러간다. 수평선 너머는 보이지 않는 미래로 보이고, 아래로는 좌절의 깊이로 어디까지 빠질지 측정이 안된다.
찬란하게 눈부신 수평선 너머의 빛이 꿈처럼 다가와 나의 눈에 박인다. 빛을 향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포부를 가지고 배를 만들고 닻을 올리고 돛을 펼친다. 항해와 인생이 서로 만나 심해에 잠겨 있던 웅크린 열정이 박차 오른다. 그렇게 여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