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눈을 떠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츰 어둠에 눈이 적응하면 알게 되겠지. 적응을 마치고 시야에 들어온 건 익숙한 천장 그리고 불 꺼진 안방 등
누워있는 시선으로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낯설지 않은 안방의 풍경이 나를 사로잡았다. 눈앞에는 아내가 쓰는 화장대가 보이며, 왼쪽에는 붙박이장이 병풍처럼 오른쪽으로는 안방 문이 반쯤 열렸다. 열린 문을 보니 화장실이 가고 싶어 일어나려는 순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만 깜빡일 수 있으며 몸은 아무리 움직이려고 신호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었다. 전신마비가 되면 이런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군가 붙들고 있는 것도 아닌데 손가락 하나 움찔할 수 없는 지금 현상이 두려움으로 오기 시작했다. 순간 머릿속을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가위’였다. 눈을 이리저리 돌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들이키며 이 현상이 끝나길 바란 순간 나의 현실로 돌아왔다.
시간은 새벽 6시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고, 몸은 뜨거웠다. 목이 칼칼한 게 누가 바늘로 찌르듯이 아파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가시지 않는 따가움과 이어지는 기침. 폐 깊숙한 곳부터 올라오는 가래 끓는 기침은 손으로 가슴을 쥐어짜듯 붙잡기 시작했고, 폐나 기관지에 큰 병이 생긴 줄 알았다. 잠에서 깬 건 맞는데 몽롱한 이 느낌은 잠에서 덜 깬 듯하면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안방으로 향하려고 하던 찰나 문득 발걸음을 거실로 돌려 다용도함에 있는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다. 삐빅- 37.4도 미열이었다. 두 번째 든 생각은 코로나였다. 집에 미리 사둔 코로나 자가키트로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음성. 혹시 몰라 오전 9시가 되자마자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다시 한번 검사도 받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나는 병에 안 걸렸다는 안도의 숨을 들이켜는 순간 의사 선생님이 '흠'을 외치며 심각하게 나를 봤다. 그 순간 내 등골은 오싹함과 동시에 천둥 같은 기침으로 몸이 들썩였다. 기침이 진정되니 조용해진 진료실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감기입니다.'
그렇다. 나는 '여름감기'에 걸렸다.
모두 여름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