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좋은 게 좋은 거야

도대체 뭐가?

by 하르엔

여름의 따가운 햇살 아래 또 하나의 인위적 태양인 모니터를 본다. 스스로에게 보이지 않는 햇살 아닌 업살(일+책임의 화살)을 쏜다. 키보드의 타닥거리는 소리와 인쇄물을 출력해 윙~돌아가는 소리가 누군가를 부르는 듯했다. 일회용 커피 봉지를 뜯어 물을 채우고 의식을 치르듯 스틱을 빙글빙글 돌린다. 입에 대기도 전 동시에 방안을 가득 채우는 사무실 전화는 우리에게 업무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연속된 업무는 아무도 의문점을 갖지 않는다. 생각할 여유는 사치품이며 뜬구름 잡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다. 주어진 일, 할당된 일을 잘한다. 시키는 것만 잘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 말 잘 듣는 사람일까? 창의성과 혁신을 요구하면서 의문점을 던지면 버릇없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의 의도는? 장점 또는 단점은? 환경요소와 사람들의 의견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은 사치품이고 의미 없는 행동, 총성 없는 항복이 됐다. 뭘 하는지도 모르게 바쁘다는 말만 읊조리는 우리들이다. 이뿐일까 각 팀을 이끄는 사람들의 눈치나 그 윗사람의 의중과 그날의 기분을 파악해야 한다. 직장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했지만 대답은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쓴 맛과 같았다.



'바쁘면 좋지 뭐', '일 없는 것보다 낫지 않아?',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안 바쁘니 그런 말 하지' 등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으려 하면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온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응대한다. 직장상사들과 합석해 너스레 던지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신경 써야 하는 이 상황이 안타깝고 괴기스러운 건 기본값일까...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 보면 바쁜 현대인의 멀티태스킹은 문명의 진화가 아닌 퇴화라 말한다. 그 비유를 야생동물과 비교하는데 먹이를 먹으면서 포식자의 위치를 살펴야 하며 새끼를 갖기 위한 번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심지어 새끼를 보호하는 행동에도 이 같은 행동이 관찰된다. 멀티는 개인의 생각을 묵살시키며 항상 불안하게 하며 깊은 생각을 통한 숙고를 외면하게 만든다.


기획의 의도와 결과의 장기적인 질보단 단기간의 물량으로 승부하는 양적업무. 먼 미래보다 당장의 이익. 조직의 존속을 위해 개인의 삶을 담보로 무수히 많은 상황을 쳐내야 하는 멀티태스킹. 지칠 때마다 난무하는 동료들의 즐기라는 말은 시대의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았다. OECD국가 행복지수 통계에서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는 이유에 포함이 될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을 뱉는 사람 대부분 무엇이 좋은지 궁금하다. 과한 긍정은 누군가의 객관적 시선을 덮어 비판적 숙고를 막는다. 출처는 있는데 왜 하는지 모르고 일거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주변 시선의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의 삶까지 책임져야 하는 바쁜 삶이다. 정신없는 개개인에게 좋은 게 좋다고 외칠 수 있을까 싶다. 누구에게 좋은 걸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