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번째 둥근해가 떴다.

눈 깜빡에 세월이 흐르고

by 하르엔
어느새
엄마는 내년에 환갑이시다.



엄마의 생신날 가지고 싶으셨던 가전제품을 결제하기 위해 카드결제를 머뭇거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고가였기 때문에 주춤할 수밖에. 엄마는 곤란해하시는 듯 나와 아내를 번갈아 보신다. 비싸도 좀 보태서 사드리고 싶었고, 아내 또한 정말 고맙게도 좀 더 보태자고 말해줬다. 가전제품의 가격으로도 주춤하는데 지금 결혼한 내 가정보다 힘든 삶을 이끌어주시며 지키고 영위하신 엄마의 사랑에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함을 느끼며, 자식이 잘 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응원 주셨다.



어릴 적 기억이 선명한 건 엄마가 나를 안으시면서 천장을 바라보게 한 뒤 머리를 감겨주시는 장면이다. 아프고 열이 날 때도 늦은 밤 퇴근하시며 본인을 챙기기보다 자식을 먼저 챙기시고 늦은 저녁을 드신 모습이 생생하다. 항상 엄마라는 역할의 가면을 쓰시고 우리들을 돌봐오셨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춘기의 소녀처럼 일탈을 하시고 싶었을 텐데 어느새 엄마라는 역할의 가면과 함께 내년에 환갑을 맞이 하신다.


주름 없던 손이, 주름 없던 눈이, 주름 없던 이마가 세월의 무게를 알려준다. 그 모습을 볼 때 나는 세월의 무게가 쌓이기 전 가족들 사진으로 과거를 되돌아본다. '남 부럽지 않게 우리 자식들 잘 키웠다고 자신은 동생들에게 대학을 양보했던 게 후회가 많이 되며 공부는 기회가 있을 때 해야 한다며' 자식들이 같은 날 학위를 받으며 졸업하던 졸업식 날 환하게 같이 웃으며 찍은 사진이,


내 고등학교 졸업식 날 무리하게 일을 하셔서 몸이 좋으셨을 때도, 부은 얼굴로 환하게 웃어주시던 얼굴이, 사춘기 심하게 온 중학교 졸업식에도, 엄마 키와 똑같아진 초등학교 졸업식에도, 앞니가 빠진 채 해맑게 엄마를 보면서 웃는 유치원 시절에도 항상 옆에 계셨고 가족을 바라보는 눈은 사랑이 넘치셨다.



찰나의 순간 과거 기억들이 엄마의 삶을 말해주고, 그 당시 갖고 싶었던 자신의 욕심을 가족들을 위해 잠시 희생하셨다. 나중에 사시겠다는 그 말씀이 내가 드리는 선물로 지난 세월의 희생을 채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라도 그 당시에 느끼시고 싶었던 기쁨을 드릴 수 있으니 오늘도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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