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지휘자처럼 음악 감상은 아이처럼

다양한 감정 써보기

by 하르엔


감정 변화의 시작이 시작


요즘 사춘기를 중2병 걸렸다고 하던데... 우리 때는 그저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냥 중2병 즉 병으로 간주한다. 2차 성징으로 호르몬의 왕성한 분비로 성인이 되어가는 중으로 감정의 변화 또한 심해지게 된다. 전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게 그렇다고 수 있다. 더 신기한 건 어른들도 중2병 걸렸다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중학교 1학년 때 사춘기를 피할 수 없었기에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아주 많았는데 학원에 간다고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당시 재밌는 놀이터인 PC방으로 향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당돌했구나 하면서 부모님께 항상 죄송하게 생각한다.


음악이랑 주거니 받거니.


이런 생활을 2주에 한 번씩 하게 됐는데 학원에는 음악 수행 평가해야 한다며 결석을 하고, 음악회를 가기 전 PC방에 들러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게임은 게임일 뿐 또 다른 게임은 음악회에 도착하여 음악 감상문을 적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심사위원이라도 된 듯 진지하게 듣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께서는 음악시간만큼은 꼭 느낀 점을 글로 써봐야 한다며 아무거나 좋으니 A4용지를 가득 채워오라고 하셨다.


이때부터 나의 글쓰기는 시작됐다. 펜과 종이만 있어도 중1 때 음악 감상에 대해 썼던 순수한 마음과 오감을 집중해서 표현한 추상적인 감상문은 숨을 조여가며 한 마디 한 마디 연주하는 것을 표현했다.



터벅터벅 걸어와 긴 머리카락을 묶은 중후한 남자 지휘자가 무대 끝에서 조명을 받으며 나와 깔끔하게 차려입은 지휘복을 입고, 마법사가 사용할 것 같은 마법 지팡이 같은 지휘봉을 꺼내며 관객들한테 인사를 한다. 첫 시작을 알리는 지휘자의 손놀림에 단원들 모두 그의 손에 집중한다. 반짝이는 지휘봉이 조명에 반짝이며 가볍게 움직인다. 그리고 천장까지 가득 채우는 음악소리는 잠시나마 현재의 시공간에서 다른 차원으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열변을 토하듯 빠르게 흔들리는 지휘자의 팔 끝의 힘이 전해 지기라도 했을까? 단원들은 그 끝으로 시선을 집중해 자신 또한 있는 힘을 다해 음악회를 연주로 가득 채운다.




다시 한번 글쓰기 위한 연주


서론부터 입장하는 지휘자의 비장한 모습까지 표현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수행평가 숙제로 낸 결과는 항상은 아니지만 대부분 A+를 받았었고, 점수를 떠나서 음악의 잡히지 않은 추상적인 감정과 음악을 글로 표현하는 게 정말로 재미가 있어 음악회는 밤늦게 연주회가 있더라도 항상 빠지지 않고 다닌 기억이 많다. 하지만 재밌던 음악 감상문 글쓰기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수행평가 기간이 끝났고, 학년이 올라가는 경쟁 속의 치열한 압박이 음악의 감성을 무너뜨리고, 정형화된 생각을 고수하게 만들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희미한 기억 속에 숨바꼭질하는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 그때 지휘자가 단원들을 지휘해 음악을 연주했듯,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그리고 내 생각을 읽어주는 독자들에 대한 글쓰기를 연주처럼 이어나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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