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job)을 잡(job)기까지 1

by 하르엔

8년 전 잡스(job's)러운 과정


차가운 겨울이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해주는 따스한 봄. 봄과 함께 벚꽃이 흩날리면 음악차트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노래가 있다. 포근한 봄을 알려주지만 작곡의 계기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벚꽃엔딩. 거리에 벚꽃잎과 같이 사방에서 흘러나온다.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봄을 맞이한 풋풋했던 대학생 시절이다. 청년의 시작을 알리는 봄은 신입생과 재학생 그리고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에 돌아온 복학생에게 설렘을 선사한다.


어느덧 복한 한지 1년이 지나고 3학년이 되어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 때였다. 졸업반 선배들의 취업활동들을 직접 보며 "나도 1년 뒤엔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교 시절 하고 싶은 게 있던 터라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학과 생활은 최소한만 하고 동아리 활동과 공모전 참여 등 대외 활동에 비중을 많이 뒀다.


이렇게 열심히 참여한 결과 공모전 수상과 진로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반면 선배들의 취업활동을 보면 모두 붕어빵 기계에서 똑같은 붕어빵을 찍어내듯 취업조건을 맞추고 있었다. 학점 4.0 이상에 토익, 토플은 기본이고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며 각종 공모전과 대외활동에 봉사활동, 인턴십까지 하면서 스펙(spec)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점관리가 좋은 편도 아니며 이렇다 할 자격증과 기업 채용에 관심 없는 선배들은 막연히 공무원을 해야겠다고 말한다. 밑에 대화는 준비하는 선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을 했기에 적어본다.



'나는 뭐 내세울 것도 없고, 꿈이 없으면 공무원이나 해야지. 1년만 바짝 하면 되지 않겠냐?'



선배가 졸업을 두 달 정도 앞두고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한 말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후배들도 있었기에 선배의 말은 좋지 않게 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선배는 그렇게 당당히 말하고 졸업해 대학생에서 공시생으로 모습을 바꿨다. 홀연히 모습을 감춘 선배는 나중에 듣게 됐지만 공무원 준비를 포기하고 기업에 취직했다고 듣게 됐다.


선배는 자신의 말이 부끄러웠는지 공무원이 된 후배들에겐 연락을 하지 않았다. 선배의 말 한마디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그리고 정말 공무원에 뜻이 있어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박탈감을 의도치 않게 주게 됐다.


이처럼 선배들의 길은 크게 두 갈래로 공무원과 대기업으로 나눠져 있었다. 정답은 없었지만 이 당시 대학은 많고, 기업의 채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에 스펙이란 이름으로 차별을 두기 시작했다.


이미 대학은 취업 사관학교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취업이란 무기로 공포를 조성해 마치 낙오자가 되지 말라며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점과 5,6,7,8 스펙을 쌓아 올리는 취업컨설팅까지 혜성처럼 나타났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공과 학과에 상관없이 꿈이 있어도 잠시 접어두며 꿈이 당장 현실을 먹여 살릴 수가 없기에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현실과 서서히 타협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교육은 문제와 답만을 알려주는 주입식 교육이며 대학에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나한테 중요한 인생이란 여정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물어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질문이 없는 사회 속에 계속 노출되니 졸업 후의 삶도 고등학교나 대학교 입학하는 것처럼 생각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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