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수호자들[1]

수문장편

by 하르엔
환경이 영웅을 만든다.



1탄은 개구쟁이 같으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얘기를 그렸다면 이번 글에선 참을 만큼 참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배경그림을 보셨듯 그림들이 사극 느낌을 많이 줍니다. 저도 취준생 시절 독서실을 다닐 때 한국사검정능력시험 1급을 준비했습니다. 외울 것도 많고 방대한 역사를 배우며 힘들긴 했지만 공부하면서 자세히 볼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유산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피해를 주는 사람들에게 맞서는 사람들을 그리기 위해 공부한 역사 속 직업과 복장 등으로 맞춰보고 살짝 조미료를 넣어보자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그린 그림으로 글을 쓰고 고치다 보니 오래 걸렸습니다. 감사합니다.




1. 수문장님


by. 터틀킹

악당들의 첫 번째를 장식했던 이리저리님은 이번 영웅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리저리는 공부를 하러 오신 건지 남을 방해하러 온 건지 모르지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 주위를 산만하게 합니다.


생리적 현상과 식사시간, 급한 전화 등 생활에 필요한 움직임을 제외해도 분주합니다. 특히 공부가 안된다고 들락날락, 전화통화로 수시로 들락날락, 진동은 덤. 결국 피해는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되는데 이런 행동을 하는 이리저리님은 이때 등장하는 사람을 주의 깊게 봐야겠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행동을 받아들인 수문장님께선 이리저리님이 들어오기 전에 문밖에서 기다립니다. 이리저리님이 열람실에 입장하려 하지만 꿋꿋하게 서있는 등치 큰 남자가 꿋꿋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키는 지하철을 탈 때 머리가 문에 닿을 정도로 컸고, 앞에서 보면 벽같이 느껴질 만큼 단단한 근육들이 붙어 있어 보디빌더같이 느껴졌습니다.


성큼성큼 걸어 이리저리님에게 다가옵니다. 가까이 올수록 더욱 커지는 산만한 몸의 남자를 보며 뭐지?라고 생각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킵니다.




수문장: "!"


오른손 검지로 입을 막으며 조용히 해달라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리저리: "아 네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리저리님은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더욱 심해졌고, 4살 아이처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수문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리저리님의 앉아있는 뒤쪽에 조용히 서있었습니다.


이리저리: 응..?


갑자기 책상 위에 그림자가 생겨 그곳을 따라 쳐다보니 벽 같은 남자가 팔짱을 끼며 지켜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란 이리저리는 왜 그런지 물음표가 자연스레 보였습니다.


수문장: "당신을 지켜보겠습니다."


황당한 이리저리는 이런 말을 뱉는 황소 등치의 수문장을 보며 '이.. 이런 벽 같은 놈이 있나...'라고 속으로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그런데 웬걸 그림자처럼 찰싹 달라붙어 숨결을 느낄 정도로 따라옵니다.


이리저리: "악! 제발ㅜ 그만해요. 화장실은 왜 따라와요!


수문장: " 시간에 열 번을 넘게 왔다 갔다 거리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데 내가 당신을 방해하는 건 안됩니까?"


이리저리: "다른 방으로 가면 되죠?"


후다닥 다시 자리로 돌아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가려 합니다. 이리저리는 이와 중에도 허둥지둥 가방을 싸고 있는 자신을 지켜보는 수문장이 무서워졌습니다.




출입구가 가까워지기 전 수문장의 앉은자리를 살짝 보았습니다. 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빨리 도망가자고 말이죠. 수문장의 책상 위엔 보라색의 도넛같이 동그란 보라색 고무 악력기를(선수용) 쓰고 있었으며 의자 옆에 보이는 가방을 자세히 보니 샅바로 추정되는 물건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한국사를 공부하는지 책을 펼쳐놨는데 김홍도의 씨름이 보입니다.


이리저리: ('뭐... 뭔데 이건...!')


아무리 시비를 걸고 싶어도 본능으로 느껴지는 압도적인 신체적 강함의 차이와 황소 같은 등치가 설명됐습니다.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가 나와 책을 폈을 거야 에이 설마 공무원 공부 준비하는 것 같은데 왜 씨름만 펼쳐보고 있는데!'라고 이리저리는 생각하며 호랑이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도망갑니다.


이리저리: "어우 계속 붙어대는 이유가 있었네"


투덜거리며 짐을 챙겨 나간 뒤론 쫓아오지 않게 됐습니다. 다신 마주치기 싫어 두리번거리며 무인기계 앞에서 다른 열람실 좌석을 고릅니다. 이번엔 꼭 움직이지 않고 공부한다고 다짐을 했지만 이리저리는 이제 시작이었음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2편 꼰대감에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