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0
저희 집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책 읽기예요. 읽고 싶은 책을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읽어야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이건 언제든 예외가 없습니다. 여행을 가도, 할머니 댁에 놀러 가도, 우리는 여행 일수에 맞게 책을 챙깁니다. 두 형제는 저녁을 먹고 신나게 놀다가도 “이제 책 볼 시간이야~”하는 소리에 놀던 것들을 정리하고 책을 가지고 뛰어 나옵니다. 물론 이런 습관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엔 잠을 자기 전 일관된 루틴을 가져야 아이가 잠 자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큰 아이가 유치원에 갔는데, 그 유치원에는 매일 책을 한 권 이상 읽고 기록하는 숙제가 있었어요. 여태껏 거의 매일 책을 읽어주긴 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어떤 날은 엄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어떤 날은 아이 컨디션이 안 좋아서 건너 뛰는 날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숙제가 되다 보니 빼먹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매일 매일 읽어주기를 2년 가까이 하다 보니 이렇게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좋은 엄마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짜증을 낼 때도 있고, 가끔 무섭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장난감을 제대로 치우지 않았다,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아직 그릇이 크지 않은 탓인지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서도 그 앙금이 남아 잠자리에 들 때까지 풀리지 않는 날도 있어요. 그런데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 화난 목소리로 뚝뚝 책을 읽어줄 수는 없잖아요. 자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나면 그 앙금이 사르르 녹는 게 아니겠어요?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에게 ‘엄마가 화를 내서 미안해, 그런데 이런 행동 때문에 화가 났었어’라고 말을 하면, 아이도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라고 이야기 해 주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의 관계도 부드럽게 녹아 내릴 수 있다니. 책 읽기란 아이와의 관계에도 너무 좋은 방법 아닌가요?
그렇게 저는 자기 전 책 읽는 시간을 기다리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물론 매일이 즐겁지는 않아요. 어떤 날은 힘들어서 빨리 읽고 재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요, 하루가 곤하고 지칠 때는 ‘오늘은 아빠랑 읽으면 안될까?’라고 넌지시 남편에게 떠넘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그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그때쯤부터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신경 써서 고르기 시작했어요. 집에 있는 책 중에 아무거나 골라서 책을 읽어주던 처음과 달리 아이의 관심주제에 따라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기도 하고,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를 보고 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좋은 그림책들이 마음에 쌓였습니다. 이 좋은 마음들을 그대로 흘려 보내긴 아까워서 저만의 독후활동을 해볼까 해요. 저의 글들은 필독서를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엄마의 육아일기 내지는 독후일기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아이와 나눈 대화들, 엄마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