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씨앗 Sep 15. 2021

다리찢기, 언젠가는 가능하겠죠?

엄마의 발레일기2

발레 오래하셨으면, 다리도 쭉쭉 찢어지겠네요?

 취미로 발레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듣는 말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발레를 오래 했다고 해서 전부 다리가 쭉쭉 벌어지는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고나게 유연하신 분들에게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과제일지 몰라도, 나에게 스플릿, 다리 찢기는 발레를 하면서 넘어야 하는 큰 과제 중 하나다. 뻣뻣함으로 한 이름 날렸던 나에게는 앞 뒤로, 양 옆으로 다리를 쫙 벌리는 동작 자체가 버겁다. 그 동안 열심히 찢고 찢은 결과로 120도? (아니 110도.. 아니 100도…?) 정도까지 다리가 벌려지긴 한다. 하지만 180도로  벌렸다가 다시 뒤쪽으로 쭉 모아서 앞으로 엎드리시는 (다리를 360도로 돌리는 수준) 고수님들의 스트레칭 동작을 보고 있으면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느껴진다. 클래스가 끝나고 쪼르르 다가가 다리 찢기 하는 방법에 대해 여쭤보면 다들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바로 "꾸준함"이었다. 하루 하루 하다 보니 어느 날 다리가 벌어지고 찢어지고, 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식의 모범 답안이었다. 몸을 천천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는 것에는 꾸준함 이외는 방법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여기저기 속성과외의 답안은 없나 묻게 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발레 연차가 차면서 같이 채워지는 조급함 때문에 노력 보다는 꼼수가 간절해지는 모양이다. 발레에 진심이기로 결정하고부터 뭐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다리 찢기 스트레칭은 실천이 참 힘들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에도 매일 운동 겸 스트레칭을 하긴 하지만, 제일 마지막 순서인 다리 찢기는 왜 이렇게 내일로 미루고만 싶은지. 아직 완벽한 스트레칭이 안 되는 건 그 뺀질함과 꾸준함의 힘을 외면했던 결과다. 


 선생님께 올해 안에 다리를 꼭 찢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선생님께서 ‘하하’ 웃으시면서 ‘다른 사람들은 잘 되는 것 같은데, 지연님 혼자 안 되는 거 같아서 조급하시죠?’라고 콕 집어 주신다. 그러면서 나는 골반을 바로 세우고, 복근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말씀해주셨다. 다리를 찢는 것 보다 배와 허리를 단단하게 해서 상체를 세우는 것이 먼저인데, 배에 힘이 없어서 자꾸 허리와 등이 뒤로 빠져서 다리 스트레칭이 생각보다 안 되는 거라고 하신다. 상체를 단단하게 만들면서 다리 스트레칭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쉽게 다리가 벌어질 거라고 하셨다. 머리를 댕하고 맞은 느낌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도 안되어 있는 몸이었구나. 정답에 가까워진 대답을 얻고 나니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상체를 세우면, 다리 찢기가 된다고 하니까. 좋아,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해보는 거다.


 매일 5분씩!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시간이다. 처음부터 5분은 무리일 것 같아 1분씩 다섯 번, 먼저 해보기로 했다. 괜찮아지면 시간을 점점 늘려가기로 했다. 1분 알람을 맞춰두고 자세를 잡았다. 골반 뼈가 양 옆으로 벌어지는 느낌과 다리 안쪽 근육이 당기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버티고 있는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얼마나 지났나 싶어 근처에 둔 핸드폰으로 손가락을 겨우 움직여 본다. 22초. 뭐라고? 아직 반도 안 지났다고? 그렇게 몇 번의 확인을 더 거쳐 1분을 버텨냈다. 장하다. 이렇게 4번만 더 하면 된다는 거지. 다시 자세를 잡아본다. 매일 매일 스트레칭은 계속 된다. 다리 양쪽이 쫙 펼쳐서 땅바닥에 닿는 그날까지. 


작가의 이전글 발레에 진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